테라·루나發 '업비트 책임론' 확산... 이복현 금감원장 칼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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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發 '업비트 책임론' 확산... 이복현 금감원장 칼 뽑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6.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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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폭락에... "모럴 헤저드" 비난 목소리
"법 규제 근거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 줄 수 있나"
업비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80% 이상 점유
루나·테라 사태서 미흡한 대응으로 피해 키워
당국 주시... 가상자산 시장 규제 법제화 가능성
'칼잡이' 이복현 금감원장, 첫 행보는 '가상자산'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발생시킨 가상화폐 루나·테라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자율개선방안을 내놨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른바 ‘스캠’으로 불리는 사기성 코인들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비슷한 피해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규제 법제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계기가 될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법제화 여부를 떠나 기업윤리 측면에서 가상자산거래소의 모럴 헤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올해 4월초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유례가 없는 99.99%의 폭락으로 52조원이 증발하고 28만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전대미문의 금융피해 사례로 남게 됐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테라·루나는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으로 주목받았지만, 신뢰성을 의심한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지며 결국 붕괴로 이어졌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변동성이 심한 가상화폐는 실물경제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달러와 연동해 가치를 고정시킨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테라·루나 코인은 이론상으로만 보면 그럴듯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루나를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테라코인은 1달러의 가치를 가지며 동등한 가치의 루나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달러의 가치에 해당하는 루나코인은 언제든 1테라로 바꿀 수 있다. 

만일, 1테라코인이 1달러보다 가치가 감소한다면, 테라의 공급량을 줄이는 대신, 루나의 발행량을 늘리면 된다. 테라와 루나 간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자체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테라폼랩스측은 테라코인 예치자들에게 20%의 이자를 준다고 홍보해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 모았다.

이 같은 테라·루나의 구조는 ‘폰지사기’, 즉 다단계 수법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신규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만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테라코인 예치자들에게 20% 이자를 지급한다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테라의 가치가 하락할 때, 루나의 가치도 함께 하락한다면 1테라=1달러의 공식은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결국 투매를 선택했다. 이는 ‘패닉셀’ 현상의 가속화를 불러왔고 테라·루나의 폭락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캡쳐

 

업비트, 테라·루나 사태서 납득 어려운 대응으로 피해 키워

문제는 이처럼 결함을 안고 있고, 심지어는 사기성이 높은 가상화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되고 있다는 데 있다.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들은 테라·루나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검증이 미흡했고, 투자에 따른 위험 또는 손실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1위인 업비트는 시장점유율이 80~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에서 업비트는 상당히 미흡한 대응을 보여주면서 질타를 받았다. 

업비트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인 5월 13일 오전 1시를 기점으로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같이 루나에 대한 입출금을 중단했지만, 약 두 시간 후인 3시부터 다시 재개했다. 그러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쯤에서야 입출금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오전 내내 루나의 입출금을 허용한 셈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해외 거래소 대비 특정 코인에 대한 시세가 몇% 더 붙는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이 형성된다. 이를 노린 ‘코인 환치기’가 난무하면서 루나·테라 투자자들의 피해를 더 키웠다. 업비트가 루나에 대한 입출금을 허용한 틈을 타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싸게 매입한 루나를 업비트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업비트는 약 100억원에 달하는 거래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계좌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사이, 투자자 보호와 가상화폐 거래의 건전성을 주관해야 하는 업비트가 뒤에서 수수료를 ‘꿀꺽’하는데만 급급했다는 얘기다.  

논란이 불거지자 업비트측은 테라·루나 관련 수수료를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 센터 설립 등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부랴부랴 발표했으나, 정작 투자자들의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에서 업비트를 성토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주로 업비트측이 거래소로서의 책임은 방관하고, 투자자들로부터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다.

온라인 게시글에서 한 투자자는 “투자자들을 삥뜯어서 (업비트)가 재벌이 됐다”며 “수수료만 먹어도 큰데 장난질을 너무 친다”고 꼬집었다. 다른 투자자도 “업비트가 허수 매수·매도로 조작질해서 개미들의 돈을 가져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니 개탄스럽다”고 했다. 

과거에도 업비트의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4월 업비트는 돌연 공시제도를 일시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시제도는 블록체인 개발사들이 투자자에게 개발 및 사업 상황 등에 대해 투명하게 전달한다는 취지였지만, 동시에 거짓 공시 등 적잖은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공시가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거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공시가 이뤄지면 특정 코인이 급등하며 거래량이 치솟는 경우가 많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업비트측이 공시의 의도적인 남발로 뒤에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가상자산 주목... 거래소 자율대책 실효성 '의문'

금융당국에선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업비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 ‘칼잡이’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린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첫 행보로 ‘가상자산’을 눈여겨 봤다는 사실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1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간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범정부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최근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 현장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테라·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과 그 규제방향에 대해 남긴 교훈들도 잘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의 확산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거래는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대규모·비대면 거래로 인해 정보 비대칭,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규모는 총 55조2000억원으로, 일평균 거래규모가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절반(219종)은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내부통제 등 자금세탁방지체계 정착 유도에 중점을 두고, 가능한 많은 사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통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의 정착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원화·코인마켓 사업자 종합 검사를 연중 실시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요주의 사업자의 부문검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 안정화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테라·루나와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금융당국의 ‘칼날’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겨눌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비트 등 5개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들은 이날 당정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자율 개선방안 마련과 원활한 이행을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간 공동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 보호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거래지원(상장) ▲시장감시 ▲준법감시 등 3개 부분에서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선 이번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개선방안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어디까지나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제인데다, 실행 방안도 아직 구체화돼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각 거래소 별 상황에 따라 사안에 대한 합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사전에 투자자 피해를 막는다는 공동협의체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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