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행복주택 재청약인데... LH "2년 미만 불가", SH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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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복주택 재청약인데... LH "2년 미만 불가", SH "가능"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6.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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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지난해 말 '행복주택 재청약 제한 폐지'
"행복주택간 자유롭게 이주할 있도록 규제 완화"
2년 미만 재청약 놓고, LH 해석 달라

#'청년 행복주택' 입주자 A는 ‘재청약 제한'을 폐지한다는 정부 방침을 접하고 기뻐했다. 이직으로 직장 위치가 바뀌었는데, 행복주택 재청약을 제한하는 법률이 폐지돼 직장에서 가까운 행복주택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기쁨도 잠시 A는 LH로부터 '재청약 불가' 입장을 전달받았다. LH는 불가 이유로 '잔여 거주기간'을 제시했다. 행복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잔여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는 재청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 LH 측 설명이었다. 

당황한 A는 SH에 문의를 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도 행복주택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SH는 LH와 달리 잔여 거주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에도 재청약을 받아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재청약 제한을 폐지한 점, '잔여기간 2년 미만의 경우 재청약 불가'를 명시한 근거조항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추진 중인 국민 행복주택 사업이, 시행 주체간 전혀 다른 법령 해석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법 해석 상의 차이로 인한 피해는 최종적으로 행복주택 입주민들이 떠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 재청약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재청약 제한 규정 폐지로 행복주택 기존 입주민들이 이직 등의 이유로 지역을 옮겨야 하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 가까운 행복주택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별표5, 제4호 나목 및 다목). 

그러나 LH 행복주택을 이용 중인 입주민들은 잔여거주기간 차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사업시행사인 LH에서 ‘잔여거주기간 2년 미만 입주민은 재청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법을 개정할 때 재청약 횟수 등 세부 항목을 마련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개정된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법적 불비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LH의 권위주의적 법령 해석이 입주민 피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쓴소리도 상당하다. 같은 행복주택 사업 시행주체인 SH의 경우 동일한 사유에 대해 입주민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향적 해석을 내놓아 LH와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LH는 잔여거주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에도 재청약을 받아줘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이 경우 재청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SH는 잔여거주기간을 판단 기준으로 하는 명시적 조항이 없기 때문에, 남은 거주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에도 재청약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모순은 판단기준인 법률 조항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LH는 '재청약 제한 폐지'를 '예외적 허용 사유'로 봤다. 원칙적으로 재청약은 금지 또는 제한되며, 잔여거주기간이 2년 이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예외적 허용 사유이므로, 그 적용 폭을 좁게 해석하는 것이 맞는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SH는 동 조항을 '원칙적 허용 사유'로 봤다. 그 동안 금지됐던 재청약 제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했으므로, 특별한 제한 규정이 명시적으로 없는 한 재청약은 허용된다는 것이다. SH 관계자는 “법률 개정 취지가 행복주택 입주민의 자유로운 이주에 있기 때문에 세부 기준이 없더라도 일단 입주민들의 재청약을 최대한 받아주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행복주택 최대거주기간은 청년 6년, 신혼부부 10년, 고령자·기초생활수급자 20년이다. 계약은 2년마다 갱신된다. 행복주택 시행 주체에 따라 관련 법규 개정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연출되면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는 지난해 재청약 제한 폐지 외에도 '청년'이 '신혼부부'가 되거나, '신혼부부'가 이혼 등의 이유로 다시 '청년'이 되는 지위 변경 사유 발생의 경우에도 행복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법규를 손질했다. 다만 이 사안도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국토부는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행복주택 재청약 관련 가이드라인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세부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과 별개로 각 지역본부에 재청약을 받도록 주문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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