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팜유 가격 급등... 라면업계, 최대 실적에도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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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팜유 가격 급등... 라면업계, 최대 실적에도 '골머리'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6.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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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팜유 수출금지 등 대외변수로 원가 부담↑
농심, 지난 1분기 팜유·소맥 각각 56%, 40% 올라
전문가 "하반기 말부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
"원재료 가격 상승폭 지난해 가격 인상분 뛰어넘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라면업계가 호실적을 거뒀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소맥,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올 하반기에 라면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 1분기 작년 동기 대비 21.2% 늘어난 영업이익을 낸 농심은 사업보고서에서 '원재료의 가격 변동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심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라면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주원료인 팜유와 소맥 등의 가격 인상 상황을 공개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 현물 평균 가격은 메트릭톤(MT·1000kg을 1톤으로 하는 중량 단위)당 올 1분기에만 37% 뛰었다. 미국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소맥 선물 평균 가격도 메트릭톤당 29% 올랐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더 크다. 팜유는 56%, 소맥은 40% 올랐다. 팜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중단하자 값이 급등했다. 밀은 세계 3위 생산국 인도가 갑작스럽게 수출중단을 선언하면서 가격이 요동쳤다.

농심은 향후 팜유 가격은 ▲팜유 자체의 수급 요인 ▲주요 곡물작황 현황 ▲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금지 등 대외변수로 인해 급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면은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농심의 원재료 매입액에서 소맥분, 팜유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에 달했다. 

오뚜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말 대비 올 1분기 팜유 가격이 톤당 18% 올랐고,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34% 상승했다. 대두유는 작년 1분기 대비 27% 올랐다. 지난 1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삼양식품도 원재료 가격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양식품은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지난해부터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삼양식품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라면 가격 인상에도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라면 3사의 매출총이익률은 5년째 2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매출총이익률이 높을수록 기업의 판매·제조 활동이 양호했음을 의미한다.

 

"원가 부담 심화... 하반기 가격 인상 불가피"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하반기 말부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데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와 인도 밀 수출 금지로 원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뿐만 아니라 팜유, 포장재 등의 원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달러 강세 역시 이어지고 있어 2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국내 라면 가격 인상을 실시했으나, 올해 들어 상승한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만약 하반기에 밀가루 가격이 인상된다면,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은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라면은 제품의 단가가 다른 대체제 대비 낮은 편이라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소비자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인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폭이 지난해 가격 인상분을 월등히 뛰어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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