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소통이 평판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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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소통이 평판을 가른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8.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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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업계를 바라보는 블리자드와 한국MS의 각기 다른 시선
지난 15일 블리자드사에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사진=블리자드)

#1. 2017년 8월 14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PC방에 공급하고 있는 블리자드를 불공정행위로 제소했다. 인문협이 블리자드를 제소한 이유는 독점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였다. 블리자드가 제공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 이중과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주장이다.

#2. 2017년 8월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인문협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고순동, 이하 한국 MS)는 상호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PC방 발전 및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비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민·형사상의 조치에 앞서 업계의 자정과 공급사의 배려가 우선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블리자드와 한국MS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생산업체들이다. 그리고 인문협은 이들에게서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아 영업을 하고 있는 영세 PC방 업체들의 연합체이다. 한 쪽은 인문협에 의해 불공정 행위로 공정위에 제소를 당하고 한 쪽은 인문협과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인문협의 김병수 회장은 22일 한국MS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아주 뜻깊은 자리라는 소회를 밝혔다.

한국MS가 인문협의 회원사들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나눠주거나 공급가를 할인해 주겠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다.

블리자드 또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인문협 회원사들에게 소프트 웨어를 공급한 일도 없으며 크게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블리자드나 한국MS 모두 인문협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기업체들이며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고 자사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부분 모두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회사가 수요자들에게서 정반대의 평판을 받는 이유는 다름아닌 소통이였다.

지난 22일 한국MS와 PC방 업계 단체 대표들이 'PC방 발전 및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PC방의 90%에 달하는 업체들이 비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금액으로는 약 2천억원 가량이다.

일반적으로 PC방의 컴퓨터 교체주기는 대개 3년이라고 하니 한국MS는 매년 6백억원 이상의 저작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MS측도 자사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 수년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쉽사리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한국MS측이 재산권수호차원에서 민·형사상의 조치를 앞세운다면 국내 PC방 업계는 초토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인문협측은 PC방들이 소프트웨어 공급사에 종속되는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의 과금이나 운영방식 변경과 관련한 일방적인 통보에 분노하고 있었다.

한국MS나 블리자드는 모두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 뿐이고 인문협 회원사들은 모두 적정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엇비슷한 사안 하나가 전혀 다른 진행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결과 또한 똑같은 형태로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갑질’ 과 ‘상생’의 차이는 소통하려는 노력의 차이이며 소통은 대화이다. '대화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하고만 나누는 것'이란 오만에 빠지는 순간 ‘갑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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