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망가진 가계빚... 1388조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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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망가진 가계빚... 1388조 역대 최대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7.08.2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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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계속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당신의 빚은 2,776만원입니다”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는 1,388조원이다. 지난 6월말 기준이다. 8월이 지나면 1,4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1인당 2,776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88조3,000억원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아직 결제하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이 가계신용이 지난해 대비 130조7,000억원(10.4%) 증가했다. 1분기 보단 29조2,000억원(2.1%) 늘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7월에 9조5,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액까지 감안하면 가계 빚은 이미 1,400조원을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가 증가한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2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에서 6조3,000억원, 비은행권에서 3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1분기(6,000억원)보다 10배나 늘었다. 1분기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늘지 않았다.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도 가계부채가 늘어난 요인이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권의 기타대출은 2분기에 5조7,000억원 늘었다. 전 분기(4,000억원)보다 14배 이상 증가했다. 기타대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6월 말 기준으로 390만명에 이른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최근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총 450조원으로, 1인당 1억1,52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다중채무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3%로, 평균 3,748만원인 연간 소득 가운데 2,300만원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 1인당 평균 2,7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저(低)소득자·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04년 가계신용 증가율(전년 대비)은 4.7%였지만, 가계소득과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2.3%, 0.3%에 그쳤다. 2006년에는 각각 9.8%, 1.2%, 4.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과 2009년에도 가계신용은 7~8% 증가했지만, 소득과 소비는 1% 안팎에 머물렀다.

최근 2년(2015~2016년)은 부동산 활황 때문에 가계신용 증가율은 각각 10.9%, 11.6%에 달했다. 반면 가구소득 증가율은 0.9%, -0.4%에 그쳤고, 민간소비 역시 2.2%, 2.5%에 머물렀다. 이는 빚 갚는 능력(소득과 자산) 이상으로 대출을 받으면 소비를 줄이는 문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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