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현대차, 2040년 접겠다던 '내연차'에 38兆 투자...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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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현대차, 2040년 접겠다던 '내연차'에 38兆 투자... 속내는?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5.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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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전기차' 연착륙 위한 투트랙 전략 분석
2019년, "2040 내연차 판매 중단" 공언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사업 기본틀 혁신'
장재훈 사장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24일, "내연기관차 경쟁력 위해 38조 투자"
기존 중장기 사업전략과 투자 계획 모순 지적
전기차 시대 본격 도래 전까지 과도기 불가피
내연기관차 상당기간 전기차와 함께 존속 전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2040년부터 국내에서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45년에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차그룹은 이달 24일, '내연기관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3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연기관(엔진)에서 전기차(모터)로의 프레임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의 중장기 사업 구상을 고려할 때, 이날의 투자 계획 발표는 모순된 측면이 있다. 20여년 후 사업 종료가 예정된 영역에 40조원 가까운 재원을 투입한다는 계획 자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신개념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회사의 밑그림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와 맞닿아 있다. 반면 전기차 시대로의 본격 이행에 앞서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혼재된 과도기를 거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 현실을 감안한 전략적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정리하면, 현대차의 내연기관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는 관련 제품 라인업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완벽한 친환경차로의 전환 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과 판매에서 경쟁 우위를 확실히 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박람회 'IAA모빌리티'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현대차 비전을 발표했다. 장 사장은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도전과제"라며 "현대차는 2045년까지 제품과 사업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이동수단과 에너지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장 사장은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미래세대인 '제네레이션 원'을 창출하고자 한다"며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한 해법으로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2045년 전 세계서 내연차 판매 중단

현대차는 2045년,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내연차 판매를 중단함으로써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30년에는 전 세계 판매 차량 중 순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같은해 부터 유럽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현대차 차종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바뀐다.

2040년에는 한국,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의 친환경 차량 비중을 80%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후에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도 친환경 차량만 판매,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현대차의 계획은 국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이미 중단했다. 관련 연구인력도 전기차 분야로 재배치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하면서 파워트레인시스템 개발센터를 전동화 시험센터로, 파워트레인 성능개발센터를 전동화 성능개발센터로 변경했다.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중단하되 점차 강화될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기 위한 신기술 적용, 연비를 높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새로운 모터 기술에 맞춘 엔진 조율 등 연구개발은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킹압둘라과학기술대와 초희박 연소 엔진 및 친환경 합성연료 개발 협약식을 맺었다.

초희박 연소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연료 효율은 높이되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는 친환경 내연기관이다. 친환경 합성연료는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와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촉매 반응을 통해 제조된 연료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안정 궤도에 들어설 때까지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내연기관 차량은 계속 도로 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 혹은 수소차량과의 하이브리드 등 그 방식에선 큰 변화가 있겠으나 내연기관이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사건은 적어도 수십년 후에나 있을 전망이다. 그때까지 내연기관 경쟁력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보도발표회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발표회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서 4년간 내연기관에 63조원 투자… "기존 고객 편의 향상"

미국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 부문을 독립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줄이는 동시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각 부문이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유지하도록 했다. 일본 도요타 역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개발과 설비투자에 40조엔(약 40조원)을 투자하면서 내연기관 엔진 개발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엔진 공장 4곳에 3억8300만달러(약 5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지난 24일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3사가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 원을 투자하겠다며 이 중 60%에 달하는 38조원을 내연기관 몫으로 배정했다. 핵심은 내연기관차 경쟁력 강화다.

2025년에도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 차량의 80% 정도가 내연기관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 제품 라인업 최적화, 모비스는 내연기관 차량에 적용되는 부품 품질 향상에 집중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연기관 투자 이유에 대해 "2040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기존 엔진은 계속 활용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객 선택권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을 강화하고,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엔진들은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완전한 전동차 시대가 찾아올 때까지는 A/S가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엔진 문제 등 하자보수에 필요한 금액이 상당히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040년 국내 내연차 판매 중단은 현대차가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차의 국내 내연기관 투자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연기관은 확실한 향후 20년 간의 먹거리 산업이다. 도리어 내연기관 투자를 안하고 전동차에만 올인하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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