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에 105억 달러 투자... 바이든 "실망시키지 않겠다"
상태바
현대차, 美에 105억 달러 투자... 바이든 "실망시키지 않겠다"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5.24 0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지아 전기차 공장 신설에 55억 달러
로보틱스, AI 등 신사업에도 50억 달러 투자
정의선 "美 자동차 시장 리더 확신"
바이든 "미국을 선택해 줘 정말 고맙다"
업계 "한미 경제동맹 강화 계기" 평가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해 미국에 총 105억달러(약 1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과감한 투자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대차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1일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 현지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6조9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짓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미국 조지아의 새 공장에서 최고급 전기차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리더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미국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탄소 중립 노력에도 공헌을 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 자동차 판매량을 40~50%까지 확대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대차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2일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정 회장은 이후 공동 발표회를 열고, "2025년까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에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 이로서 미국에 총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 105억 달러 투자… 정의선-바이든 50분 면담

바이든 대통령과 정 회장의 면담은 오전 11시부터 50분 가량 진행됐다. 이는 당초 예정된 면담 시간인 10여분을 훌쩍 넘긴 것이다.

회담 후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을 향해 "미국을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어 "미국 제조업에 대한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넘는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현대차의 투자는 8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것이며, 2025년부터 최신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미국인들에게 경제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의 투자 덕분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환이 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자동차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야심 찬 목표지만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2006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 조인식에 참석해 당시 주지사인 소니퍼듀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는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2006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 조인식에 참석해 당시 주지사인 소니퍼듀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는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투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완성차 판매량의 50%를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새로 들어설 조지아주 공장은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생산량 30만대 규모로 알려졌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생산 차종으로는 현대차 아이오닉7, 기아 EV9 등 미국 시장을 정조준한 대형 SUV 전기차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 공장도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독자 혹은 미국 전기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배터리셀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의 미국 배터리셀 공장 역시 LG엔솔과의 협업이 유력하다.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 신규사업 영역에 대한 대미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UAM과 로보틱스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점찍고, 2020년 미국에 UAM 사업 법인을 세웠다. 2028년 도심에서도 운용가능한 전동화 UAM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자사 차량이 아닌 로보틱스를 전시 주제로 삼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 고려한 듯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신설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데, 올해 10월부터는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 가능한 완성차의 현지 생산 부품 비중을 현재 55%에서 60%로 올릴 예정이다. 글로벌 브랜드와 점유율 경쟁 중인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을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 신설을 반기며 "미국 정부의 기후·일자리 정책은 전기차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미국이 최우선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미국 내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 수요를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한미 경제동맹에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의 미국 현지 공략은 필수적 요소이자 여러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폐쇄적인 한국의 자동차 정책에 비해 미국은 산업을 활성화시킬수 있는 기반도 풍부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의 긴 시간 독대는 미국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데 있어 현대차그룹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