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사실상 '불법파견'"… 4,500명 정규직 되나?
상태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사실상 '불법파견'"… 4,500명 정규직 되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8.23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모집 관련 홈페이지 모습. 홈페이지만 보면 파리바게뜨가 마치 직접 제빵 기사를 채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래를 보면 채용회사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파리바게뜨 홈피 캡처

파리바게뜨에서 근무하고 있는 4500명의 제빵기사들이 불법파견으로 사실상 인정되면서 이들에 대한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난 21일 밝힌 바 있다.

23일 아웃소싱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으로 잠정결론이 나면서 크게 두 개의 갈림길에 섰다. 하나는 협력업체를 통해 업무 지시를 우회적으로 내리거나 다른 하나는 4500명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두 갈림길 모두 기업의 매출 저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먼저 우회적 업무지시의 경우 자칫 소비자 피해와 가맹본부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이 조기 소진돼 오후에 추가로 빵을 구워야 한다거나 제품 레시피나 재료 등이 바뀌어 즉각 적용해야 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본사나 가맹점주는 제빵 기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없다. 아웃소싱업체 측에 업무지시를 내린 다음 아웃소싱업체가 제빵기사에 업무를 우회적으로 지시해야 한다.

이럴 경우 원활한 업무 해결이 이뤄질 수 없고, 가맹본부의 서비스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아웃소싱업체들이 파리바게뜨 가맹본부 수준의 업무 이해도와 제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다.

특히, 파리바게뜨 매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11개 업체가 전국 3400개 4500여명의 제빵 기사들에게 매일 업무 지시를 내리고 바뀌는 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바로 이 ‘업무지시’ 부분을 불법파견으로 간주했다.

고용노동부는 "시장 경쟁력 제고와 품질유지 차원에서 제빵 기술과 인력에 대한 본사 차원의 통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본사의 업무지시 내용과 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행 관계법상 도급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에게는 가맹점주나 가맹본사가 업무 관련 지시를 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를 어길 경우 불법 파견으로 간주된다.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사업구조를 보면 가맹점주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이 도급 형태로 가맹점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소속 회사만 업무 지시와 근태 관리가 가능하다.

두 번째는 4500명에 대한 고용형태 변경이다.

고용부가 이번 근로감독에서 불법 파견 방식으로 제빵기사들을 고용했다고 최종 결정을 내리면 파리바게뜨 본사는 향후 제빵기사 4500여 명의 고용형태를 어떻게든 변경해야 한다.

만일 직접 고용형태로 전환할 경우 4500명을 가맹본부가 안아야 한다.

정상적인 고용형태이지만 그동안 파리바게뜨의 제과 상품의 가격 책정 정책을 고려했을 때 큰 폭의 가격 인상, 이로 인한 구매율 저하 등의 악순환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 파리바게뜨 소속 제빵 기사들을 가맹점에 도급할 경우에도 가맹점주들은 제빵 기사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할 수 없어 이 또한 불법 파견이 될 소지가 크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어떠한 결정도 내린 것이 없다”며 프랜차이즈라는 업종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맹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업종의 특성상 이러한 도급 형태로 인력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며 "본사나 가맹점주가 제빵 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지만 왜 그렇게 운영할 수 밖에 없었는지 현실적인 부분을 정부가 들여다 보고 함께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