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특혜 온상 알뜰주유소... 왜 일반주유소 세금 걷어 퍼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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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특혜 온상 알뜰주유소... 왜 일반주유소 세금 걷어 퍼주나"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5.1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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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인터뷰
“기름값 비싼 건 유류세와 정유사 공급정책 탓”
"친환경에너지 정책 선도할 수 있는 협회 돼야"
"소상공연 체계적 재정비, 탄탄한 조직 갖출 것"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사진=시장경제DB

대부분의 소상공업종이 소비자의 일상과 밀접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유업종만큼 소비자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업종도 흔치 않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기름소비가 줄어 저유가가 유지되다 올해 초 러-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코로나 제한의 일부 해소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기름값이 비싸지면 소비자는 대개 주유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만 주유업계는 억울하기만 하다.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을 만났다. 

- 본인과 협회 소개를 해 달라

“충북 청주에서 ’양궁장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부터 한국주유소협회 충북도회장을 맡았고 2019년에 9월 23대 한국주유소협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과 조직강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 협회는 전국 1만1000여 주유소의 권익보호를 위해 설립된 단체로 주유소업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 및 정부 건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주유업계에도 여타 다른 소상공인들처럼 산적한 현안이 많다고 들었다

“모든 자영업자들이 그렇듯이 주유업종도 먹고 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했고 그 와중에 많은 주유소들이 가족처럼 지내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고 거금을 들여 셀프주유기를 도입했다. 코로나 사태에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드니 기름 매출도 당연히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업제한으로 큰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많다 보니 우리가 입었던 매출 감소는 피해라고 말을 꺼내기도 창피한 수준이 됐다. 그 뿐인가? 소비자편익을 내세우며 정부가 밀어붙인 알뜰주유소 정책은 불공정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다”

- 알뜰주유소가 왜 문제인가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정유사) 입찰을 통해 공급가격을 인하하고, 유통마진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산정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질서가 파괴되고 공정경쟁이 실현되지 못 한다.

알뜰주유소를 운영중인 석유공사는 정부지분이 100%이며 석유자원의 개발, 석유 비축, 석유유통구조 개선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공익목적으로 설립된 석유공사가 민간경제 주체와 경쟁하며 특정 사업자(알뜰주유소)에게만 특혜를 준다. 이는 주유소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며 공기업의 경쟁중립성 원칙에도 위배되는 짓이다.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고 정부예산을 통해 알뜰주유소에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알뜰주유소로 전환하지 않는 일반 주유소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어 거래선(Pole)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압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알뜰주유소 유치 및 브랜드 관리, 홍보를 위해 알뜰주유소에 대한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 등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한다(‘21년기준 481백만원). 기름값의 절반은 유류세이다.

민영주유소에서 유류세 걷어 알뜰주유소에 퍼주면서 경쟁하라고 한다.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바꾸든지 알뜰주유소를 폐지하던지 해야 한다. 아니면 유류세를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낮추면 된다”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사진=시장경제DB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사진=시장경제DB

- 지방을 다니다 보면 폐업한 주유소가 폐가처럼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가끔 눈에 띈다

“ 최근 주유소업계 경영난으로 휴폐업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유소를 폐쇄하려면 오염물과 저장탱크 처리 등에 최소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과도한 폐업비용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는 주유소들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유소 운영하다 망해서 그만 두는 사람이 그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그러니 그냥 휴업신고하고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정부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정부는 타업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직접적인 폐업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주유소 폐업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이룬 성과가 있다면

“취임 직후인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 여파로 인해 계획했던 사업들이 위축되거나 시행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적잖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능한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자 노력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산업부 주관으로 ‘알뜰주유소 사업 10년 평가와 과제’ 연구용역이 처음으로 진행되어 올해 안으로 알뜰주유소 문제점 개선과 자영 주유소에 대한 지원방안 등도 마련될 예정에 있다. 또한 지난 20년부터 최초로 정부 예산 50억원을 지원받아 주유소가 저장시설 개선을 위해 투자한 비용을 저리 융자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알뜰주유소를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유업계의 어려움을 관철시켜 유류세를 법정 최대 인하율인 30% 인하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정책으로 인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줄어들고 있다

“최저임금을 비롯해 주유소를 둘러싼 환경들이 조변석개하는 세상이다. 특히 친환경에너지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은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고 소비자의 요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회원사들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만 하다 보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회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주유소업계의 경영 활성화, 권익보호에 가장 필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 정유 회사와의 관계는 원만한 편인가

“지난 1분기에만 S-OIL이 1조 3319억, SK에너지 1조1897억, 현대오일뱅크가 70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정부에서 유류세를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분기 수익이 조단위라면 정유회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비싸게 공급했다는 의미이다. 소비자들은 ‘기름값을 올릴 때는 5G급, 내릴 때는 나무늘보’라며 주유소를 비난한다.

그러나,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주유소의 마진은 5~7%에 불과하고 신용카드수수료, 인건비, 금융비용 등을 제외하면 주유소의 영업이익은 1~2%, 즉 10~20원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주유소 판매가격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소비자들의 비난과 질타는 오로지 일선에서 소비자를 상대하는 주유소에 집중된다.

정유사들이 1분기 사상 최대치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만큼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국민 부담을 덜어주고, 석유 소비 유지를 통해 내수경기 침체도 방지하는 차원에서 사회 환원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유사들의 대승적인 모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수석부회장과 조직강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임 회장이 소상공인연합회를 망쳐놓다시피 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지역회장을 임명하다 보니 조직이 어린 아이들 땅따먹기 하는 수준으로 전락했고 정부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오세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폭 삭감된 예산을 삭감 이전 수준 이상으로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합회의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 전국의 지역조직을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체계적인 방식을 통해 연합회 조직을 재구성하고 있다. 조직에 대한 책임이 막중함을 잘 알고 있다”

-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들꽃지기 봉사단이라는 조직을 꾸리고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17년동안 경로잔치, 장학사업, 사랑의 연탄나누기, 집수리, 환경정화활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들꽃은 누가 쳐다보지 않아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묵묵히 들판에 피어 자기만을 몫을 다 한다. 들꽃지기 봉사단도 다른 사람이 알아주건 말건 자기만의 할 일을 묵묵히 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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