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청산? 부활?... 벼랑끝에 선 '24년 비운'의 쌍용차
상태바
[시경25시] 청산? 부활?... 벼랑끝에 선 '24년 비운'의 쌍용차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5.03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UV 명가 쌍용차, 회생·매각 가능성 분석
국내 최초 9인승 지프 개발, 벤츠와 기술 제휴
주인 3차례 교체, 2020년 12월 회생절차 신청
올해 3월 에디슨모터스 인수 실패
청산 위기 내몰린 노사... "회생 기회 달라"
윤석열 정부 의지 따라 운명 갈릴 듯
사진=쌍용자동차
사진=쌍용자동차

<편집자 주> SUV 명가로 불리던 쌍용차가 앞선 세 차례의 회생 기회를 놓치면서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쌍용차 회생과 매각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사실상 국내 완성차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쌍용차만 남은 상황에서 쌍용차 매각을 섣불리 포기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시장경제>는 쌍용차의 과거 발자취와 현 상황을 들여다 보고 회생 가능성을 짚어본다.

지난 1966년 6월 한국의 첫 자동차가 브루나이에 수출됐다.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조립한 버스였다. 다만 엔진과 구동장치가 장착된 차대를 일본에서 수입한 뒤, 차체와 내장부품 등만 국내서 제작해 조립한 형태였다. 주요 부품이 외제인 탓에 국산차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한국산' 자동차의 첫 해외 수출은 10년 뒤인 1976년 7월 현대자동차 포니 5대가 에콰도르에 수출된 것이 처음이다. 하동환자동차공업은 이후 수차례 주인과 이름을 바꿔 지금의 쌍용자동차가 됐다.

<쌍용차 주요 변천 과정>

약 70년의 역사를 지닌 쌍용자동차는 그간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 1954년 1월 하동환자동차공업 설립(1977년 '동아자동차'로 사명 변경)
▲ 1986년 11월 쌍용그룹 경영권 인수(1988년 '쌍용자동차'로 사명 변경)
▲ 1998년 1월 대우그룹 경영권 인수(2000년 4월 대우그룹에서 계열 분리)
▲ 1999년 12월 기업개선작업 약정체결(workout program)
▲ 2005년 1월 기업개선작업 종료 및 중국 상하이자동차 그룹(SAIC) 인수
▲ 2009년 1월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2011년 1월 회생계획 인가결정) 
▲ 2011년 3월 기업회생절차 종결 및 인도 마힌드라그룹 인수
▲ 2020년 12월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2021년 4월 회생계획인가 전 M&A 추진)
▲ 2021년 6월 자구노력 방안 확정(임금 삭감·복지 중단, 전 직원 무급휴업 순차적 시행)
▲ 2021년 12월 전기차 기업 중국 BYD 사와 전략적 제휴 추진 
▲ 2022년 1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 체결(2022년 3월 계약 해지)
▲ 2022년 3월 서울회생법원 회생계획안 배제 결정
▲ 2022년 4월 법원, 쌍용차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 연장(10월 15일)

동아자동차는 1982년 서울국제무역박람회에서 코란도 브랜드를 처음 공개하고, 1983년 2월 'KORANDO'를 정식 상표로 등록했다. 국내 최초 9인승 지프 '코란도9 디럭스'를 개발했고, 1991년에는 벤츠와 자본 및 기술 제휴를 맺기도 했다. 2003년부터는 첨단 디젤 엔진 개발과 세그먼트 별로 특화된 SUV 제품을 출시했다.

쌍용차의 SUV는 품질경쟁력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쌍용차의 핵심기지인 평택공장은 정통 SUV 프레임 차종부터 첨단 모노코크 SUV까지 'SUV 풀 라인업'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정 내 품질관리 체계를 혁신해, 시장 수요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품질·고효율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친환경 엔진의 산실인 창원 엔진공장은 스마트 공장을 구현했다. 자체 엔진과 리어액슬, 실린더 헤드 등 핵심부품을 생산 중인 창원 공장은 다기종 엔진의 혼류 생산이 가능한 고정밀도 생산라인을 갖췄다. 

 

고용·사회적 갈등도 숙제… 지역사회, 쌍용차 회생 적극 협력 

현대차그룹 및 수입 SUV와의 경쟁,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 발전을 고려하면 쌍용차 정상화를 바라는 여론은 설득력이 있다. 쌍용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500명, 협력업체는 400곳 이상이다. 직접 종사 인원 14만여명을 포함해 협력업체, 관련 종사자 등 60여만명의 고용 및 생계가 걸려있다.

'사회적 갈등 치유'라는 관점에서 쌍용차 매각 포기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쌍용차 노사는 자율협약을 통해 해고자 복직이란 성과를 이뤄냈다. 노사 대립이 첨예한 한국 사회에서, 대화를 통해 사회 갈등을 회복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티볼리·코란도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직원들이 티볼리·코란도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쌍용차는 2019년부터 ▲인력 운영 효율화(사무직 안식년제, 무급휴업 시행 등) ▲임금 및 복리후생 제도 수정(직원 임금 삭감, 급여 50% 지급 등) ▲노사 상생협약(경영정상화 시까지 임금인상 자제 및 무쟁의 확약) ▲자산매각 및 사무실 이전(부산물류센터·구로서비스센터 매각) 등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을 해왔다.

평택 지역사회도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의원, 경기도, 평택시 및 시의회 등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노사민정 특별협의체를 구성,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 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평택지역 30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범 시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쌍용차는 중형 SUV 시장을 평정했던 '무쏘' 후속 모델인 'J100'(프로젝트명)을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쌍용차는 J100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BYD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U100을 출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의 CKD 사업은 올해 1월 현지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부터 년 3만대 규모의 수출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체 판매 실적도 올해 1분기 총 2만3278대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했다. 

기업의 역사와 현존 기술력,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쌍용차의 청산 내지 정리는 재고의 여지가 충분하다. 공적자금 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쌍용차 노사가 힘을 모아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쌍용차 노사 진정성 우선돼야"… 尹 정부 선택에 관심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쌍용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며 "SUV의 명가, 디젤 시스템의 명가로써 역사의 한 획을 그었음에도 자리매김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현시점에서는 누가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그건 부활이 아닌 생명연장에 불과하다"며 "새 정부가 쌍용차와 인수자 간 신뢰를 쌓게 할 역할도 해야 하지만, 노사의 진정성이 그 어느때보다 가장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쌍용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쌍용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시장경제DB.

쌍용차 관계자는 "회생절차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혁신 제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숙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경영여건 개선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증대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M&A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쌍용자동차 임직원들은 많은 희생을 견디며 쌍용차 정상화를 진심으로 바라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 임직원은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지속 추진하는 등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일치단결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쌍용차의 새로운 미래를 지켜봐 달라"며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정부가 조정과 타협의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쌍용차의 운명은 이제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역할에 달렸다. 쌍용차가 새로운 인수자를 구해 부활에 성공할지, 아니면 결국 청산이라는 비운을 맞게 될 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