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흑석2 조합은 삼성물산 편"... 대우건설 주장,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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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흑석2 조합은 삼성물산 편"... 대우건설 주장, 사실일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4.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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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 1호' 흑석2구역, 시공사 선정 잡음
삼성물산 최종 후보 선정... 홍보전 가열
대우건설, 일부 언론 통해 지속적 의혹 제기
"조합이 경쟁사 도와준다... 기울어진 운동장"
19일 예정 입찰 불참 후 입주민·기자에 문자
대우건설 주장 항목별 확인, 상당수 사실과 달라
"홍보관 운영시점 불공정? 대우 요구안 수용"
서울시, SH "공식 민원도 없어...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
서울 흑석2구역. 사진=연합뉴스
서울 흑석2구역.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흑석2구역)'이 일부 건설사의 불공정 의혹 제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동 사업은 '공공재개발 1호'로 SH가 관리 감독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적용되는 공공재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불공정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인화력이 있다. 취재 결과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사실과 거리가 멀거나 과장된 것으로 확인돼,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의 불공정 의혹을 제기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예정된 19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 불참한 직후 언론사 기자와 흑석2구역 입주민 등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그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 측은 조합과 SH 측이 특정 시공사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SH와 조합 측은 "불공정만 외치지 말고, 근거를 명확히 하라"고 받아쳤다. 조합 측에서는 이미 두 차례 규약 위반으로 입찰 자격 박탈 위기에 내몰린 대우건설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흑석2구역 사업을 놓고 수주 경쟁을 벌이는 최종 후보자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다. 올해 1월 1차 사업설명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시, 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 기업이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그 이후 불거졌다.  

입찰을 앞두고 대우건설은 일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다. 대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보면 “특정 시공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조합) 집행부의 편중된 방향에, 입찰 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우건설은 '특정 시공사'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으나 상황을 볼 때 최종 후보자 중 한 곳인 '삼성물산'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우건설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홍보관 방침, 경쟁사에 유리하게 정해"

대우건설이 꼽은 불공정 사례는 주로 '홍보관'과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도시정비사업에서 '홍보관'은 종종 잡음의 원인이 된다.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당해 건설사의 시공능력은 물론 주가, 신용평가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건설사 대표들이 조합원 설명회에 참석하고, 경쟁 기업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이 난무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주전 참여 기업들은 홍보에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 현장에서 말하는 이른바 'OS'(홍보대행)와 홍보관을 둘러싼 갈등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도 있다. 관할 자치단체와 조합은 과잉 홍보 방지를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만 수주에 목을 맨 건설사들의 위법과 탈법행위를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위법의 정도와 횟수를 기준으로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주의나 경고가 일반적이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입찰보증금 몰수 등의 강도 높은 처분이 나오기도 한다.  

흑석2구역 입찰지침 및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보면, 수주 과정에서 불법 OS 홍보 등으로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건설사는 입찰 기회가 박탈된다. 입찰보증금도 조합에 귀속된다. 흑석2구역 입찰보증금은 15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선정적 표현을 동원해 홍보관 운영 시점 등이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주장을 폈다. 자신들에 대한 조합 측의 경고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경고처분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의결을 거치지 않아 부당하다는 것. 그러면서 회사는 입찰지침과 주민대표회의의 공정성이 담보된다면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속내를 밝혔다. 특히 대우건설은 현 주민대표회의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대우건설의 이같은 행태에는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홍보' 관련 불공정을 이유로 입찰마저 포기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공정 당사자로 지목된 조합 관계자는 "무엇이 불공정하고, 어떤 지침이 잘못됐는지 설명부터 하라"며 대우건설의 의혹 제기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홍보관 운영 시점 불공정?... 조합, 대우건설 요청 반영해 변경

대우건설이 주장한 '홍보관 운영 시점 불공정'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달랐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대우는 '1차 합동설명회 이후’를, 삼성은 ‘현장설명회 이후’를 홍보관 운영 시점으로 각각 제안했고, 조합은 처음 ‘현장설명회 이후’ 방안을 채택했으나 '1차 합동설명회 이후’로 입장을 변경했다. 

대우건설은 “법 위반사항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고, 1차 합동설명회 이후로 정정 공지했다”며 조합 측의 행태를 비난했다.   

반면 조합 관계자는 "주민대표회의에서는 현장설명회 이후 각 사가 홍보관을 얻어 운영하기를 희망해 우리(집행부)가 각 건설사에 의견을 물었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찬성하고, 대우건설과 GS건설은 반대했다. 그래서 공동 홍보관 운영 시점을 1차 합동설명회 이후로 확정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시와 SH 등에 대한 교차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위 관계자의 설명이 팩트에 부합했다. 조합 측이 삼성물산에 유리한 방향으로 홍보관 운영 시점을 정했다거나, 여론에 떠밀려 입장을 번복했다는 대우건설 측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대우건설은 홍보관 규모와 관련해서도 조합이 삼성물산에 유리한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주장했으나, 조합은 "대우건설 측이 중반에 말을 바꿨다"며 상반된 해명을 내놨다. 

조합 측은 "대우건설, 삼성물산 직원들과 홍보관을 같이 알아보러 다녔다. 당시 용산의 한 웨딩홀을 홍보관으로 알아봤는데, 대우건설에서 3명이 나왔고,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에서도 직원이 나와 집행부와 함께 알아봤다"며 "삼성물산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조합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A소장은 홍보관을 같이 정하러 다닐 때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했다. 우리 모두 들었다. 이 발언을 토대로 홍보관 규모를 가늠했다. 그런데 대우건설이 갑자기 4평짜리 홍보관을 제안했고, 최종적으론 10평을 주장했다. 조합이 삼성물산 주장대로 홍보관 규모를 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민대표 의결 없이 경고?... SH "조합 경고 절차에 문제 없어"

홍보 기준 위반으로 인한 경고 처분을 주민대표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은채 통지했다는 주장의 경우,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상 조합 측의 처분은 적법한 것으로 파악된다.

취재 결과 불법 OS 홍보 등의 민원은 SH가 직접 접수했다. 이후 SH와 시공사 법무팀이 사안을 살핀 뒤 그 결과를 조합 집행부에 전달했다. 조합이 SH로부터 받은 경고 재제 요청은 9건이었으며, 법률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2건을 경고 조치했다. 뒤를 이어 SH로부터 2건의 경고 재제 요청이 추가로 들어왔고, 이 중 1건은 심의 중이다. 만약 추가 건에 대해서도 경고 판정이 나온다면, 총 3회 위반이 돼 대우건설은 입찰자격을 잃는다.

조합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경고 조치에 대해 주민 의결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에 따르면 개별 홍보 금지에 대한 조치는 주민의결 절차 없이 위원장이 직권으로 내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흑석2구역 재정비사업 감독을 맡고 있는 SH 관계자는 조합 측 관계자의 설명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경고 프로세스는 조합 설명대로 이뤄진다. 민원과 증거를 바탕으로 총 11건의 경고를 (조합) 집행부에 요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대우건설로부터 들어온 불공정 민원은 없다”며 "불공정 사안이 있으면 특정 언론에게만 '불공정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공식적으로 제기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 입장도 SH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흑석2구역에 대한 불공정 민원은 없었고, 대우건설은 민원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언론을 통해 무엇이 불만인지 보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불공정한지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H 관계자는 “삼성물산 경고 미조치 의혹 등 흑석2구역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반박보도와 정정보도 결정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 언론사의 SH공사-삼성물산 유착 의혹 정정 반론 보도문. 사진=언론사 게재 캡처
한 언론사의 SH공사-삼성물산 유착 의혹 반론 보도문. 사진=화면 캡처.
한 언론사의 SH공사-삼성물산 유착 의혹 정정 보도문. 사진=B언론사 정정보도문 캡처
한 언론사의 SH공사-삼성물산 유착 의혹 정정보도문. 사진=화면 캡처.

대우건설은 SH나 서울시 등에 공식 민원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입찰 과정이고, 시공사 선정에 대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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