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재매각만이 살 길, 상폐 말아달라"... 관건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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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재매각만이 살 길, 상폐 말아달라"... 관건은 '돈'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4.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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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상폐는 생존직결, 개선기간 연장해야"
"소액주주, 20만 노동자 생계 위협"
KG, 쌍방울,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 경쟁
쌍용차 인수에 1조원 이상 필요 관측
쌍용자동차 노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쌍용자동차 노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쌍용자동차가 한국거래소에 개선기간 연장 청원서를 제출했다. 상폐로 인해 매각이 무산될 경우 회사가 청산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쌍용차 노조는 21일 오전 한국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장 폐지가 되면 재매각 진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선목래 쌍용차 노조 위원장은 "쌍용차는 2009년 이후 두 번째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라며 "2009년 법정관리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극한의 노사갈등, 그 폭력성이 부른 참담한 비극은 현재까지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흔으로 남아있다"며 상장 폐지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2009년 이후 두 번째 법정관리… 깊은 상흔 남아"

선 위원장은 "쌍용차는 법정관리가 개시되는 시점에 상폐 사유가 발생했으며, 한국거래소로부터 상폐 사유 해소를 위해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며 "안타깝게도 쌍용차 인수자인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매각이 무산됐고, 개선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또 다시 상폐 위기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개선기간 연정 신청 이유에 대해선 "상폐가 결정되면 재매각을 진행하는데 있어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쌍용차 5만 소액주주, 협력업체 포함 20만명 임직원들의 생존이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 위원장은 "상폐와 그에 따른 재매각 실패는 '쌍용차 파산'이란 끔찍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상장 유지는 재매각을 통한 회사 정상화의 절대적 조건이며, 매각이 성공하면 상폐 사유에 해당하는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매각 성사를 위해 노사가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선 위원장은 "노조는 13년간 계속된 무쟁의·무분규 이외에도 복지중단, 임금삭감, 무급순환 휴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임직원의 희생은 회사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쌍용차는 회생이냐, 청산이냐의 갈림길에 놓여있으며, 매각만이 회생으로 가는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며 "쌍용차가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투자자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청원서, 정장선 평택시장의 탄원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정 시장은 "쌍용차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경쟁력을 갖춘 투자처와 조속한 시일 내 매각 성사가 절실하다"며 개선기간 연장 조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쌍용자동차 노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쌍용자동차 노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한국거래소는 이의신청일로부터 20영업일(5월 20일) 안에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심의하고, 개선기간 부여·상장폐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 14일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 등' 허가

쌍용차는 2020년 12월 21일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202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쌍용차는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 개선기간 1년(2021년 4월 15일~2022년 4월14일)을 부여받았다. 회사는 위 기간 안에 매수를 추진했으나 적합한 인수 후보자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측이 지난달 인수 대금 잔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하면서 개선기간 종료 전 매각에 실패했다.

법원은 지난 14일 쌍용차가 낸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 등'을 허가했고, KG그룹과 쌍방울, 국내 사모펀드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EL B&T) 등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쌍용차 재매각은 공개 입찰을 전제로, 그 전에 인수 의향 기업과 조건부 계약을 맺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인수 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응찰자가 있으면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매각 기업에 유리한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인수에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이 5480억원에 달하는 회생채권 가운데 40~50% 수준을 변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데다가 금융권 채무인 회생담보권 2320억원, 미납 세금을 비롯한 조세채권 558억원 등 쌍용차 빚을 상환하는데만 8000억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인수 ‘4파전'… 자금력이 관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 기업 중 자금력이 가장 앞서는 곳은 KG그룹으로 알려졌다. KG그룹은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모태로, 화학과 에너지, 미디어, 금융 등 5개 상장사와 10여개 비사장사를 갖고 있다. KG케미칼의 재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36억원, 유동자산은 1조8855억원에 달한다.

쌍용자동차 노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쌍용자동차 노조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 연장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KH필룩스, KH E&T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쌍방울은 이스타항공 인수 시도 당시 마련했던 1200억원을 보유 중이고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쌍방울그룹 7개 상장 계열사의 2021년 기준 매출 총액은 6321억원이다.

지난해 전기차업체 이엘비앤티와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다 자금 조달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에디슨모터스에 밀렸던 사모펀드 파빌리온PE는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대형 금융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투자 유치가 늦어져 고배를 마셨던 이앨비엔티는 이번에도 해외 자금 유치를 통한 인수자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다음 달 4일까지 쌍용차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5월 중순 제안서를 접수한 뒤 심사를 거쳐 조건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예정"이라며 "지속적 투자를 위한 자금 여력을 비롯해 장기적 사업계획 등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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