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반도 합치면 최대주주... 라이벌? 원팀? 미궁 속 한진 경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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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반도 합치면 최대주주... 라이벌? 원팀? 미궁 속 한진 경영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4.1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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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식 집중 매입' 호반, 2대 주주 올라서
3대 주주 반도와 합치면 조원태 회장 지분 능가
'단순 투자'서 '경영 참여'로 언제든 변경 가능
조현아, 故 조양호 회장 추모제 또 불참... 분쟁 재발 가능성
(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시장경제DB

호반건설이 이달 4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 1181여만주를 사들이면서 반도건설을 제치고 2대주주에 올라섰다. 현재 한진칼 주요 대주주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18.87%, 호반건설 17.47%, 반도건설 16.89%, 델타항공 13.10%, 한국산업은행 10.50% 등이다. 한진칼 2, 3대 주주가 모두 건설기업이란 사실이 흥미롭다. 

델타와 산업은행 등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상당해 당장 경영권에 변동이 발생할 우려는 적지만 두 건설기업 보유지분의 합이 34%에 달해, 한진그룹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데 있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호반은 주식 취득 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단순 투자로 보기엔 규모가 크다며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호반은 이달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KCGI 보유 한진칼 주식 1181만여주를 매입했다. 4일에는 한진칼 발행 보통주 940만주(13.97%)를 주당 6만원에 매입했으며, 5일에는 KCGI가 보유한 나머지 한진칼 주식 161만4917주(2.92%)를 추가 매수했다. 같은날 회사는 총 80만주(0.58%) 상당의 한진칼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콜옵션)을 행사해, 보유지분 비율을 17.47%까지 늘렸다. 호반 측이 5일 주식 추가 매입을 위해 투입한 금액만 1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일 신주인수권의 경우, 행사기간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동 권리를 즉시 행사해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호반 측이 풍부한 현금 동원 능력을 앞세워 한진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호반 측은 주식 취득과 관련돼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항공산업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만큼 시세 차익과 배당금 수익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 회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경영 참여' 가능성에 무게를 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로 항공업이 장기간 침체기에 빠진 점, 항공산업 생태계 복원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배당금 수익을 감안한 단순 투자라는 회사 측 설명은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세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라는 설명은 그나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호반이 '단순 투자'라고 밝히긴 했지만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 재발시, 호반과 반도는 어떤 식으로든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로 사이가 극도로 멀어졌다. 조 전 부사장은 2020년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함께 이른바 ‘3자 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 해임을 시도했으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한진 측의 신주발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3자 연합은 동력을 잃었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열린 故 조양호 회장 3주기 추모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올해로 3년 연속 추모제에 불참했다.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존재하는 만큼 2대, 3대 주주의 영향력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경영권에 도전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호반건설도 언제든 '경영 참여'로 지분 투자 목적을 변경할 수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단순 투자”, “경영 미참여”라고 공언했으나 2020년 1월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수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과 반도는 건설업계에서 특별한 마찰이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잘 지내왔다”며 “양측이 대립각을 보일 경우 건설업계의 경쟁에서도 티가 날 텐데, 아직 그러한 움직임은 없다.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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