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디지털 혁신④] 인슈어테크 팔 걷은 KB손보... 마이데이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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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혁신④] 인슈어테크 팔 걷은 KB손보... 마이데이터 본격화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3.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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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인슈어테크 플랫폼 활용
보험 가입 간소화, 보험 보장 분석 시도
IT 전문성 강화에 초점 둔 조직 개편 단행
KB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생활금융플랫폼 적극 확장
KB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KB손해보험 제공
KB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KB손해보험 제공

보수적인 운영을 추구하던 보험업계에 디지털 열풍이 불고 있다. 산업 전반에 불어 닥친 디지털 변혁에 따라 보험사들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IT 신기술을 곳곳에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체적 사후 보장에 그쳤던 보험사의 역할은 어느덧 예방·돌봄 같은 사전 관리로 확대됐다. 본지는 각 보험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네 번째 순서는 인슈어테크 활용을 시작으로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KB손해보험이다. <편집자주>

KB손해보험은 보험업황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디지털 전략을 추진해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2018년부터 인슈어테크(보험·기술의 합성어)를 앞세워서 일찌감치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간편보험청구 서비스를 선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된 뒤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손보업계 최초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하면서 헬스케어를 접목한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통해 디지털 시장 선점 시도

KB손해보험은 과거 업황 악화로 보험산업 전반이 침체됐을 때부터 디지털 신기술과 보험을 결합한 인슈어테크를 활용해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선보인 언택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12월에는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집중한 플랫폼 리브메이트(LiivMate)와 제휴를 맺고 오픈 API 기반 ‘단체 해외여행보험 가입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KB손보가 제공하는 청약·증명서·조회 기능과 데이터 처리 API 등을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가장 큰 특징은 보험 가입 절차를 간소화 했을 뿐 아니라 단체 할인을 적용해 보험료를 낮췄다는 점이다. 단체 할인을 적용받기 때문에 동일 조건의 해외여행 보험에 비해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KB손해보험은 보험금 청구 서비스도 간편하게 구현해냈다. 청구 절차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고 청구 단계별 중간 저장 기능을 적용했다. 기존 청구 과정에서 중도 종료 시 기록이 사라지는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중간 저장 기능은 앱과 홈페이지 구분 없이 직전 청구 단계에 이어서 진행이 가능하다. 

2019년 2월에는 KT·엔에스스마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기관 간 실손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고객들의 간편한 실손보험금 청구 서비스 개발을 추진했다. 고객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무인기계에서 진료비를 수납한 후 보험금 청구 버튼을 누르면 필요한 데이터가 전자문서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된다.

2020년부터는 IT 기술이 더해진 인슈어테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유망 인슈어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일례로 KB손해보험은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UBI 특약인 ‘티맵안전운전할인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이 상품은 티맵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최대 11%까지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수년째 인기를 얻고 있는 특약 상품이다.

지난해 2월에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인 스몰티켓과 협업해 보험 가입 지원, 보험 운영을 위한 데이터 중계 시스템을 구축을 추진했다. 배달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더보험의 경우 배달한 시간 만큼만 가입할 수 있는 시간 단위 이륜차 보험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이더들은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KB손보 관계자는 “스몰티켓은 보험의 리스크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가입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전에 위험을 예방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IT 강화... 산하 전문부서 통합·신설

인슈어테크 기술 활용으로 디지털 영토 확장에 성공한 KB손해보험은 마이데이터 사업과 차세대 헬스케어 신사업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IT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B손해보험은 당시 디지털 IT 부문 산하 부서의 통합·신설을 통해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 미래 디지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디지털전략본부에 김철수 현 HR본부장(상무)을 책임자로 앉히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중심 체제를 꾸렸다. 김철수 상무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강동송파지역단장, 제주지역단장 등 영업 중심의 커리어를 쌓았다. 영업 채널도 전문화했다. CPC(고객·상품·채널) 운영체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고객 중심의 전사 데이터 거버넌스 운영 등 기능을 강화해 고객과 현장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경쟁력 강화 측면의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법인영업부문의 재편과 기업영업본부 신설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일반보험 시장경쟁력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개인영업부문에서는 성장지역에 대한 TC 채널 사업단·지점 확대를 통해 보험 영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KB손해보험 김기환 대표 사진=KB손해보험 제공
디지털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사진=KB손해보험 제공

 

ESG·디지털 결합한 페이퍼리스 체계 구축

나아가 KB손해보험은 ESG와 디지털이 어우러진 차별화된 영역을 발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초 계약 체결부터 사후 관리, 보험금 청구까지 보험서비스 제공의 전(全) 과정에 걸쳐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체계를 구축했다. 비대면 추세에 따라 고객과 설계사 간 대면을 최소화하고 간편한 방식으로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적용한 후 2020년 말 기준 모바일안내문을 보낼 수 있는 스마트 수신 동의를 한 고객이 전년 대비 110만명 증가했다”면서 “이를 통해 고객에게 보내는 종이 안내문의 사용량을 6300만장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B손해보험은 하루 동안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One-Stop’으로 보험 상담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스마트폰 보험가입 시스템’을 지난해 11월 오픈했다. 같은 시기 모바일 약관도 도입했다. 모바일 약관은 단순히 종이를 PDF 형식으로 대체해 제공하는 타 보험사와는 달리,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돼 쉽고 편하게 약관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약관은 지난해 1월부터 2월 기준 전체 신계약건의 40%에 배부됐다.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하면 신계약의 50% 이상을 모바일 약관으로 배부했다.

올해 8월에는 창구에 무서류 전자서식창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KB손해보험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종이와 펜으로 서류를 작성하지 않고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KB헬스케어’ 금융·건강 융복합 성장 모색

업계 최고의 디지털 기틀을 마련한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0월 자회사 KB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재는 해당 플랫폼을 통한 금융·건강 융복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KB헬스케어는 우선 KB금융그룹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올해 2분기 안으로 타기업 고객에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KB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중개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정하고 서비스·커머스·데이터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추구한다”면서 “개인 고객 맞춤 건강관리 등 모든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초 KB헬스케어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을 목적으로 헬스케어부터 웰니스(wellness)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 공급자들과 연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력하는 플랫폼 기업들과 고객 대상 맞춤형 영양관리 서비스 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복약 관리 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비트컴퓨터, 테라젠바이오, 아워홈과도 각각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KB헬스케어는 최근 아워홈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공동 기획·개발 △보유 고객 대상 헬스케어 콘텐츠 공동 개발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과 케어푸드 활성화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KB헬스케어는 건강관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올해 2분기 이후부터 계열사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고객군을 확대하고, 임직원 건강관리를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연계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마이데이터 기반 IT 인프라 재구축

지난해 11월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KB손해보험은 디지털 전문 헬스케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회사 KB헬스케어와 협력해 고객의 금융자산과 건강자산을 모두 증진시켜주는 ‘건강한 부자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은 1분기 안으로 자체 앱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요 서비스 방향은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연계 등이다. 이를 중심으로 세부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보험상품 통합 보장분석 △보험사 통합 보험금청구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데이터 주권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마이데이터 시행 배경에 부합한다.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KB손해보험은 향후 의료데이터 활용, 헬스케어 부문과의 협업으로 자산관리의 개념을 신체적 건강에 기반한 금융·건강 융복합 서비스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금융 소비 패턴 분석을 통해 여행·주택·배상책임 등 소액보험 기반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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