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역발상'이 돈을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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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역발상'이 돈을 벌고 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8.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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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소통·강한’ 자극 세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거꾸로, 역발상 마케팅이 신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거꾸로 수박바’, ‘얼려먹는 야쿠르트’ 같은 식품은 물론 축제, 물류, 옷 등 다양한 산업들이 이 마케팅을 접목하고 있는 중이다. 불황과 저성장, 과당 경쟁 시대에서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주목받기 위해 ‘거꾸로’, ‘역발상’의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발상 마케팅으로 최근 가장 주목 받은 상품은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다.

(왼쪽부터) 거꾸로 수박바, 얼려먹는 요쿠르트. 사진=각 사 제공

‘거꾸로 수박바’는 기존 수박바의 빨간색 부분(멜론·수박맛)과 초록색 부분(딸기 맛)의 위치를 바꾼 아이스크림이다. 6월 판매 이후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하루만에 10만개가 판매됐다. 지난달까지 무려 300만개가 넘게 판매됐다.

자신감을 얻은 롯데제과는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바’를 파우치 형태로 출시했다. 한달만에 3개 제품을 합쳐 300만여개, 50일만에 1000만개 이상 판매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얼려먹는 야쿠르트’로 대박을 터트렸다. 과거 야쿠르트를 얼려 밑 부분을 치아로 뜯어 셔벗 형식으로 먹었던 추억을 되살려 아예 용기를 거꾸로 만들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거꾸로‧역발상 상품은 수 십 년 동안 축적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재미는 물론 매출 향상까지 누릴 수 있다"며 "특히 소비의 관심을 통해 제품개발이 이뤄진 점이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역발상 마케팅은 비단 식품업계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대구치맥페스티발은 1년 중 가장 더운 7월에 개최해 대박을 터트렸다. 폭염을 마케팅으로 이용한 것이다.

치맥축제는 올해 110만여명이 찾았다. 외국인 관람객도 무려 7만여명에 이르러 국내 대표 축제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치맥산업협회 최성남 사무국장은 “치맥페스티발 준비 당시 7~8월은 너무 더워 행사가 불가능해 보였다. 행사를 주최하는 우리도 솔직히 너무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발상을 통해 ‘한국에서 가장 더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합성어)에서 폭염에 축제를 한다고?’라는 관심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가장 더운 7월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사진=치맥산업협회

올초 겨울에는 가전매장에서 에어컨이 잘 팔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른바 '역시즌 마케팅' 때문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에어컨은 대표적인 여름가전이지만 겨울에 구입해야 가장 저렴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에어컨 겨울 판매량은 전체의 20%로 증가했다. 또, 성수기 물량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미리 판매해두면 기업은 재고 부담 없는 생산이 가능해진다.

거꾸로 마케팅의 원조는 ‘귀뚜라미 보일러’다.

뜨거워진 배기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일반보일러 시대에서 귀뚜라미는 가열된 배기가스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여 신 보일러 시대를 개척 한 바 있다.

올해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질소산화물을 일반 보일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시키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추는 '귀뚜라미 거꾸로 콘덴싱 보일러'를 주력 판매하고 있다.

패션에도 역발상 마케팅이 적용됐다.

유니클로는 끈적끈적하고, 찝찝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땀’을 노동 가치의 상징으로 재해석해 옷을 판매하고 있다.

2016년도 패션업계의 핫 아이템은 쾌적함을 강조한 ‘냉감 소재’였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땀의 불쾌함=해결’이라는 공식으로 마케팅을 해왔다.

이에 반해 유니클로는 ‘에어리즘(AIRism)’을 선보이면서 ‘땀=열심히 일한 가치’라는 역발상을 생각해 냈다.

에어리즘은 유니클로가 ‘도레이’(Toray) 및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와 공동 개발한 신소재 이너웨어다. 머리카락의 약 1/12 정도 굵기의 극세사 섬유로 만들어져 일반 이너웨어에 비해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시키는 드라이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유니클로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800cc 이상의 땀을 흘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땀을 ‘치열하게 보낸 일상의 증거’로 재해석한 것이다.

유니클로 에어리즘. 사진=유니클로 광고 캡처

역발상‧거꾸로 마케팅 열풍은 물류업계에도 불었다.

온라인 마켓이 급성장하면서 원활한 반품서비스가 기업의 매출로 직결되면서 반품 포장지를 동봉해 배송하는 마케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배송 포장지에 반품 포장지를 동봉해 배송하는 방법은 고객 입장에서는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물류기업입장에서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역발상‧거꾸로 마케팅에 기업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소통’ 때문이다. 최근 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업체들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억을 최대한 반영하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수박바와 죠스바다.

동국대 여준상 교수는 “불황과 저성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역발상이 필요한데 이 역발상은 기존의 테두리 안에서 변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완전히 판을 깨고 틀을 바꾸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 패턴도 기존에는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소유와 보여주기식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상품을 한 두 차례 경험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빨리 갈아타는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만 답습하는 ‘옛발상’을 과감히 버리고, 본능적이고 습관적인 생각이나 행동 자체를 부정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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