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디지털 혁신②] IT 시스템 확장하는 삼성생명... '디지털 퍼스트'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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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디지털 혁신②] IT 시스템 확장하는 삼성생명... '디지털 퍼스트' 정조준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3.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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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간소화 혁신
MZ세대 겨냥한 미니보험 상품 다수 개발
IT 기업들과 동맹... 프로세스 개발 본격화
건강관리 앱 ‘더 헬스’ 구축... 자산관리 승부수
삼성생명 건물  사진=시장경제DB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보수적인 운영을 추구하던 보험업계에 디지털 열풍이 불고 있다. 산업 전반에 불어 닥친 디지털 변혁에 따라 보험사들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IT 신기술을 곳곳에 적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체적 사후 보장에 그쳤던 보험사의 역할은 어느덧 예방·돌봄 같은 사전 관리로 확대됐다. 본지는 각 보험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두 번째 순서는 건강자산 디지털화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편집자주>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험 청약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아우르는 비대면·디지털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발·제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헬스케어 시장과 관련해 정보기술(IT)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건강자산 관련 자체 앱을 구축하며 ‘디지털 퍼스트’를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금 청구·서류 자동화... 다양한 프로세스 혁신

삼성생명은 보험 영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청약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보험거래 단순화 작업을 시도했다. 해당 프로세스는 보험 계약 과정을 모바일·태블릿 등을 통해 대폭 자동화, 간소화한 시스템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보험 가입 서식을 43종에서 27종으로 크게 줄였다. 고객이 체크해야 할 항목과 서명 횟수도 기존 68회와 12회에서 45회, 8회로 각각 축소했다.

삼성생명은 이에 앞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보험업계 최초로 자동화한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동의하면 보험금 지급 이력을 자동으로 불러와 빠른 시간 내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3개월 내 삼성생명 보험 가입 이력이 있으면 별다른 서류 작성 없이 자동으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질병 이름에 유사 검색어 기능까지 추가해 정확한 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대면 계약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절차 간소화도 추진했다. 지난해 초 삼성생명은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보험 가입 심사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진단 서비스를 선보였다. 테크업체 투비콘과 협업해 간단한 인증 절차만으로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이력을 확인하고 제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간 기능, 당 수치 등 건강보험공단 표준 데이터 항목을 추가해 보험 가입 심사에 확대 적용하도록 했다. 당초 병원 진단에서 서류 접수까지 평균 5일가량이 소요됐지만 이 서비스를 통해 단 5분이면 질병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보험업계 최초로 ‘화상상담 서비스’ 개발도 착수했다. 고객과 설계사가 비대면으로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한 것이다. 해당 서비스는 설계사가 삼성생명 태블릿 영업시스템에 고객의 보장분석 현황, 상품설명서 등 자료를 저장하고 화상상담방을 개설하면 고객은 SNS로 전송된 초대 링크를 통해 들어가 자료들을 보며 질문하는 방식이다. 다만 계약 체결 전에는 상품의 주요 내용을 대면으로 설명 받는 절차가 진행된다. 또한 일반 모바일 화상 연결과 달리 상담 자료가 띄워진 화면에서 메모가 가능하고, 음성 대화와 채팅으로 양방향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전송된 링크를 통해 입장할 수 있고, 상담자료가 태블릿 영업시스템 안에만 저장돼 활용되므로 정보 유출 위험도 최소화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업계 최초로 컨설턴트의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 고객의 지문을 촬영해 계약 체결이 이뤄지는 ‘지문인증 전자서명 시스템’도 지난 2020년 11월 오픈했다. 금융결제원과 2018년부터 협업을 시작했으며 지난 2019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해 5개월 만에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문인식 전자서명 시스템은 지문촬영만으로 고객 본인 확인을 하고 전자적으로 서명을 받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설계사 없이 스스로 보장분석을 할 수 있는 ‘New통합보장설계’ 서비스도 마련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동의하면 신용정보원 정보를 받아 다른 회사 가입 내역까지 제공한다. 기존에 개별 시스템으로 나뉘어져 있던 통합 보장 설계와 생손보 한도 체크 기능을 통합해 번거로운 절차 없이 한 번에 모든 보험사의 계약을 확인할 수 있다.

 

IT 플랫폼 기업과 협업 강화... 신사업 개척

삼성생명은 이밖에도 디지털 혁신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IT 기업과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동맹을 맺었다. 고객이 토스를 이용해 보험 상담, 상품 가입,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보험 프로세스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협약은 대형 생명보험사가 외부의 플랫폼에서 보험 가입·청구를 가능하게 한 첫 사례로 꼽혀 이목을 끌었다. 

현재 타 보험사들도 토스, 카카오페이 등 대형 핀테크 사들과 플랫폼 업무협약을 맺고 있지만 상품 광고, 인증 서비스, 알림 서비스와 같은 단순 광고성 제휴에 그치고 있다. 금융소비자가 토스나 카카오페이에서 보험 상품을 선택하면 인터넷 창이 해당 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식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토스 인증·알림·페이 등의 서비스를 연계한 후 데이터 교류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는 삼성생명 전용 페이지를 오픈해 재무컨설팅, 계약체결, 보험료 납입, 보험금 청구 등의 서비스를 토스 앱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설계사와 고객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 고객이 2030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생명보험업은 다른 금융보다 상품 구조, 가입, 청구 방식이 복잡해 고객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가장 직관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삼성생명은 건강자산·디지털 헬스케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자체 앱 구축을 통해 차별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라이프시맨틱스와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라이프시맨틱스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 앱을 통해 고객의 운동·식이·마음건강을 비대면으로 종합 관리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서비스는 단순 데이터 관리가 아닌 융합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다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에 라이프시맨틱스는 기존 구축된 라이프레코드를 기반으로 신규 서비스의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고 더욱 안정적인 이용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운동 케어 서비스에서는 모션인식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의 운동 자세를 파악하고 실시간 AI 피드백을 제공한다. 식이 케어 서비스에서는 개인 맞춤 코칭 기능으로 앱 내에 식단 사진을 등록하면 열량, 영양소 적정·부족·과다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1월에는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과 MOU를 맺었다. 굿닥은 4000여곳의 병원과 제휴, 매월 15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병원예약서비스 1위 업체다. 삼성생명과 협업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 로그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건강증진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굿닥 플랫폼에서 ‘코로나 전화 진료’를 검색하면 사용자에게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비대면 처방 상담이 가능한 병의원 상세 정보가 제공된다. 양사는 고객의 라이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험 상품과 서비스 개발, 병원예약서비스 연계를 활용한 건강증진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헬스케어 사업 본격화... MZ세대 겨냥한 서비스도

삼성생명은 이달 말 통합 애플리케이션 ‘더 헬스(THE Health)’를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더 헬스’는 건강자산 프로젝트 일환으로 자체 구축한 앱이다. 고객이 건강 상태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건강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삼성생명은 자사 고객에게 ‘S-헬스케어’, ‘S-워킹’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온 바 있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기존 보험 가입 고객의 활동량만 관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더 헬스’ 앱은 모션 인식 기능이 포함돼 가입자의 운동 자세를 인지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식단을 등록하며 열량과 영양소의 적정 여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달 말 앱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이용 고객은 필요한 건강 챌린지에 참여해 특정 운동을 기록, 측정하고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식단관리까지 챙겨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삼성생명은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 MZ세대(20·30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미니보험 등 디지털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니보험은 그간 중소형사에서 판매하거나 디지털 보험사에서 주로 판매했었다. 삼성생명은 향후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위해 모바일·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연령층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에는 SNS를 통해 쉽게 전파되는 바이럴 마케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8월에는 유튜브 통해 ‘우주보험’ 광고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Hit it’ 채널을 운영했다. 현재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이 유튜브를 통해 론칭한 '우주보험' 광고는 당시 역대 최고 수준인 1000만 뷰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어 보험업계에 화제가 됐다. 우주여행이라는 신선한 콘셉트를 통해 고객의 어떤 변화에도 맞춰나가는 삼성생명의 의지를 담았다. 2분 45초가량의 광고영상은 우주여행이 가능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한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SF영화와 같은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고 생애 첫 우주여행을 떠난 사람들, 화성으로 유학을 떠난 엄마와 아이, 버스 안에서 지구인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출근하기 싫어하는 외계인의 모습이 위트 있게 그려졌다. 우주시대를 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신선함을 선사하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보험상품이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셜채널 ‘히릿(Hit it)’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와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로 소통함으로써 친구 같은 이미지로 다가가고자 했다. 웹페이지 외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까지 SNS 채널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운영됐다. ‘히릿(Hit it)’ 콘텐츠는 회사 브랜드, 상품 스토리 등을 강조하는 다른 보험사 소셜 채널과 달리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사나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삼성생명은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대고객 서비스도 확대했다. 현재는 음성봇을 이용한 피보험자 대상 서비스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24시간 365일 고객 응대를 위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담 업무로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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