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구더기 핑계로 장 안 담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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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구더기 핑계로 장 안 담는 공정위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8.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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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는 10일부터 국내 대리점 산업 전반에 걸친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해 12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이 시행됐지만 아직까지 대리점 업계 전반에 대해 정확히 파악된 자료가 없어 대리점 분야 시책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대리점 단체도 실태조사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단체의 역할과 본사와의 거래조건 협상 여부 등의 내용을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리점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15년말이다. 법 제정 이후 1년간의 유예기를 거쳐 지난 해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공정위장이 취임을 하며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하니 부랴부랴 대리점 실태조사를 하겠다며 북새통을 피우는 모습이다.

법률이 제정된 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대리점업계에 대한 실태조사도 없이 공정위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었는지 궁금해진다.

앞선 7월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완화를 위한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가맹점단체의 신고제를 도입하고 대리점단체 구성권의 명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적약자인 ‘을’의 협상력을 제고해 ‘갑’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가맹점이나 대리점단체의 구성권이 명문화된다 하더라도 단체에게 교섭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그저 총알 없는 권총일 뿐이다.

비슷한 예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영세 가맹점의 협상력 제고를 높여주기 위해 가맹점 단체의 구성을 허용하고 있으나 선거철만 되면 매번 카드수수료 문제가 시끄럽다.

가맹점단체에게 교섭권이 없기 때문에 가맹점 단체들은 카드사로부터 ‘개 밥의 도토리’ 신세 취급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치자면 노조는 허용하되 임금협상은 인정하지 않는 분열증적인 행태인 셈이다.

복수의 공정위 관계자들은 대리점이나 가맹점 단체에게 교섭권을 부여하면 가격담합의 우려가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없이 함부로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리점법과 가맹점법을 비롯해 대표적인 ‘을3법’중 하나인 하도급법에서는 버젓이 교섭권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하도급법에서는 하청업체들의 단체 구성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하도급법도 총알 없는 권총이기는 매 한가지이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지난 6월 ‘을3법’을 모두 개정해 단체구성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을’에게 단체구성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을3법’의 개정안들이 국회에 다수 계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대리점이나 가맹점은 본사나 가맹본부로부터 재화를 공급받는 수요자의 입장인데 공정위는 공급자들이나 할 수 있는 담합이 우려된다는 궤변이나 늘어놓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초에 '나쁜 일은 금융위가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다'는 실언을 했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있다.

나쁜 일을 공정위가 많이 하는지 금융위가 많이 하는지 판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공정위가 욕을 더 먹는 이유는 확실해 보인다. 제 할 일을 제 때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무원 증원 방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명분을 공정위가 나서서 세워주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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