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수탁시장 무혈 입성하나... 수익다각화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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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수탁시장 무혈 입성하나... 수익다각화 '탄력'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2.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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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1.3조... 그룹 비은행 부문 견인
업계 최초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3분기부터 선제적으로 수탁업무 재개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 사진=시장경제DB

NH투자증권이 올해 IB·WM·디지털 부문을 강화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은 현재 금융권이 꺼리는 수탁업무를 선제적으로 재개하는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2조원대 순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 등 비은행 부문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2조2,91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가 늘어난 수치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실적이다. 매년 지원하는 농업지원사업비 4,46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순이익은 2조6,03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농협금융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20년 25.4%에서 34.6%로 확대됐다. 특히 NH투자증권이 비은행 부문 가운데 그룹 순익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3,1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 역시 9,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61.5% 급증했다.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증권 수수료수익이 확대됐고, 투자은행(IB) 경쟁력 강화로 유가증권·외환파생 손익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IB·브로커리지 수익 등을 합친 수수료는 1조1,831억원으로 2020년보다 15.4% 늘었다. 이 중 IB 수수료 수익은 3,386억원으로 다시 한번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 외에도 자산관리(WM) 관련 이자 수익은 전년보다 53.3%가 증가한 2,741억원, 운용손익, 관련 이자수익 역시 같은 기간 21% 증가해 1조236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 부문에 걸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경우 수수료 손익부터 기타 손익까지 모든 부문의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된 덕에 순영업수익이 2020년보다 40.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익다각화 '관건'... 선제 수탁업 재개 '눈길'

복수의 금융권 전문가들은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에 따른 기록적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올해 진정세를 보이는 한편 각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IB와 WM 등 전통적인 먹거리 외에도 디지털 혁신 등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NH투자증권은 IB부문에서 인수합병(M&A) 자문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어드바이저리(Advisory) 본부를 신설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확대에 따라 IB2사업부 내 부동산금융4부도 신설했다. 

리테일 부문 영업 채널의 경우 프라이빗뱅킹(PB)·WM·NAMUH(디지털) 등 3개로 전문화했다. PB부문은 MZ세대와 고액 자산가 영업을 이분화해서 각각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고객이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해 업계 최초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발 빠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지향점은 최고의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 혁신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한창이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은행·보험·증권사 55곳을 연결한 서비스를 최근 런칭했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 포트폴리오 분석 서비스 외에도 기업공개(IPO) 일정 등 재테크 관련 중요 정보를 한번에 보여준다. 특히 '나무 프리미엄'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의 컨텐츠를 제공해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2년간 사모펀드 이슈로 금융권이 손사래를 치며 기피하는 수탁업무도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선제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당분간 NH투자증권이 수탁업무 관련 독보적인 금융사로 자리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탁업은 펀드의 입출금 등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하면 증권사, 은행 등 판매사가 고객에게 펀드를 판매하지만 자산은 수탁사에 위임하도록 돼 있다. 따로 수탁사를 둠으로써 펀드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감독해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국내 펀드는 대부분 은행이 수탁업무를 전담해 왔다. 증권사들은 통상 자체 시스템 개발과 전문인력 충당이 여의치 않아 은행에 재위임해 왔는데 NH투자증권은 수탁업무를 자체 소화해 수익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수년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줄을 이으면서 수탁업을 맡은 은행들은 수익에 비해 출혈이 크다는 판단 하에 수탁업무를 꺼리고 있다. 은행의 수탁업무 회피가 늘면서 통상 펀드자산의 0.01%를 받던 수탁 수수료가 최근 10배 가까이 뛰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관련 TF팀을 꾸려 수탁업무를 위한 자체 역량을 키우고 전문인력을 충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직접 수탁 업무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적으로 펀드 자산의 기준가를 산정하고 펀드 공시자료와 비교·분석하는 시스템 개발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 수탁업무를 자체 소화할 수 있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 유일할 것"이라면서 "수익다각화가 본 궤도에 오를 경우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5%에 이어 올해도 10%대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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