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여성 록커에서 상인 투사로... "K방역은 사기" 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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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여성 록커에서 상인 투사로... "K방역은 사기" 선봉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2.16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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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299인 삭발식 주도' 양희경씨 인터뷰
부산서 펍(PUB) 운영하다 영업제한에 된서리
"연매출 40억 가게, 명도소송 당해 나앉을 판"
"2년간 '2주 연장' 희망고문만... 文 지지 후회"
"정부, 매출액 높다는 이유로 짐승 이하 취급"
"소수 죽여서 다수 행복 찾는게 민주주의인가"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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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바람소리 들었지. 홀로걷는 어두운거리엔 우리의 추억만 남았을뿐. 사랑한다 말하려 해도 이미 그댄 날 떠났지....’

90년대 록(Rock) 매니아라면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남성 일색이던 한국 록 음악계에서 순수 여성멤버로 구성됐지만 남성밴드 못지않게 거칠고 하드(Hard)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록밴드 ‘와일드로즈’의 1집 앨범 타이틀곡 ‘그대처럼’의 노랫말이다.

와일드로즈에서 건반과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왕년의 록커(Rocker)가 정부의 방역정책에 반기를 들며 삭발을 하고 길거리 투사로 나섰다. 그녀는 왜 삭발투쟁 선봉에 서게 됐을까. 양희경씨의 사연을 들어봤다. 

- 본인 소개를 해 달라

“부산에서 코로나 직전까지 세 곳의 사업장(체육시설, 해변 포차, 팝 라운지)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이다. 외식업에 처음 발을 딛은 것은 2009년부터이다. 자그마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지점장을 맡아 운영하다가 2014년에 개인 사업자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9년말까지 세 곳의 사업장에서 연간 40억 내외의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치고는 상당한 매출액을 올리던 중견기업 규모의 사장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인해 2020년 한햇동안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 그나마 2020년 여름에는 사업장이 위치한 해운대 특성상 여름 성수기때 영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 손실에 그쳤다.

여성 록그룹 와일드로즈 3집앨범 '넌 아니'뮤직비디오 캡쳐
여성 록그룹 와일드로즈 3집앨범 '넌 아니'뮤직비디오 캡쳐

그러나 지난해에는 여름성수기에도 영업을 하지 못해 매출이 2020년의 절반에 그치고 말았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은 한 달치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매출액이 높다는 이유로 그마저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에 화가 났다. 죽도록 억울한 심정을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 지난 1월 25일 대규모 삭발식을 진행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영업제한령이 났을 때 처음 몇 달이면 풀리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런데 매 2주마다 똑같이 ‘2주연장’이라는 단어가 뉴스를 장식했다. TV가 ‘2주연장’을 읊어대는 앵무새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희망을 잃었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폐인이 되고 말았다.

당장 죽더라도 뭔가는 하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온라인의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찾아 집단행동을 주장했다. 도화선에 누군가 불만 붙여주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탄처럼 터질 것 같았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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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몸으로 삭발에 앞장서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와 함께 하는 직원뿐 아니라 거래처(과일, 주류, 청소업체 등) 사람들, 내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는 포장마차, 해장국집까지 여파가 미쳤다. 짐승도 가둬놓고 사육을 하려면 물과 사료는 준다. 그런데 이 나라는 자영업자들을 영업제한이란 사슬로 묶어놓고 물 한방울도 공급하지 않았다.

나는 지난 10년동안 열심히 일하며 직원과 거래처에 신뢰를 중시하며 살아왔다. 적지 않은 세금 성실히 내면 그것이 애국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인생을 살아온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나라로부터 짐승보다 못 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니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었다”

- 운영하는 영업장의 규모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의 ‘빌리진’이라고 하는 펍(PUB)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연간 매출액이 30억 이상을 올리는 업장이다.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 기대어 영업장 인근에서 포장마차와 해장국집으로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도 수십명에 달한다.

포장마차, 해장국집 사장님들까지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코로나 직전 데리고 있던 직원이 50명 정도 됐는데 10명밖에 안 남았다. 나는 ‘그만 두라’ 소리를 못하는데 내가 너무 어려워하니까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양희경씨가 지난 9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국회 앞에 설치해 놓은 국민발언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양희경씨가 지난 9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국회 앞에 설치해 놓은 국민발언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 2년이라는 기간동안 영업을 못하면서 입은 손실이 막대할 것 같다

“사업장 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이 수십번도 넘게 들었다. 나와 함께 고생하던 직원들에게 내 손으로 가게 하나씩 개장해 주는 것이 목표였다. 가게를 놓아버리면 나는 편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 눈을 바라보면 문을 닫기도 어려웠다.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함께 고생했던 직원들의 소박한 꿈까지 날려버리게 된다.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살아남아야 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2년동안 매월 평균 5000만원의 돈을 투입해서 직원들 월급 주고 임대료 내며 버텨 왔다. 집도 팔고 땅도 팔고 적금도 깨고 보험까지 모두 깨서 버텨보려 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어머님 살고 계신 전세보증금과 남동생 전세보증금까지 빼서 버텼다.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모두 받아서 메꿔 넣었다.

그렇게 하면서 버텨봤지만 지금은 임대료를 못 내서 명도소송까지 당한 상태이다. 모친이 다리가 아파도 치료비가 없어서 병원에 가지를 못한다. 어렵게 돈을 융통해 와도 여기저기 입 벌리고 있는 곳이 너무 많아 모친의 병원비까지 순서가 못간다. 가슴만 미어질 뿐이다” 

- 정부 방역정책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겠다

“정부는 지난 2년간 ‘2주 연장’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영업제한을 했는데 확진자는 갈수록 증가했다. 2주 타령도 한 두달이지 2년 동안 끌고 온다는 게 말이 되나? 정부에서는 K-방역 자랑질 하면서 온갖 생색을 냈다.

자영업자들의 뼈를 갈아넣고 살을 태워 이뤄낸 K-방역은 사기다.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방역에 성공했다는 정부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에게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게 문을 열어놓고 TV를 켜면 가수가 나와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곤 한다.

손님이 없고 할 일이 없어 TV를 보면 눈물만 흘러 내린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영업제한이 걸리면서 6개월까지는 힘들어도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참아보려고 했다. 2년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희망을 잃어버리면 삶의 의미를 잃는 것과 같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삶을 빼앗아 가버렸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현 정부에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촛불을 들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최저임금을 무지막지하게 인상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후한 임금을 주고 있었기에 별다른 타격이 없었지만 주변의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 때부터 이상한 정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자영업자를 말살시키기 위해 출범한 정부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인류가 대처하기 어려운 전염병이 끊임없이 발병할 것이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앞으로 자영업을 할 후배들이 이런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나와 같은 처지의 자영업자를 정부가 돌아봐주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나서야 한다. 소수를 죽여서 다수의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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