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소상공인 도와야"... 또 은행에 손 벌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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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소상공인 도와야"... 또 은행에 손 벌린 정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2.02.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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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연장 가능성
홍남기, 최대 실적 낸 은행에 책임 요구
2년간 미뤄준 대출 원금·이자 140兆 육박
은행권 "위험 상당하다는 걸 알지 않느냐"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 DB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 DB

정부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코로나 대출 지원 연장과 관련한 해석이 나왔다. 갈수록 커져가는 부실(不實) 위험 속에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추가될 경우 다중채무자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책당국 간 협력 뿐 아니라 민간 금융권의 협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해 민간 금융권의 이익이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나서 소상공인의 금융애로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선제적 상생협력 모습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3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에 책임을 요구한 셈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총 14조5,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35%가량 증가한 수치다. 사상 최대 규모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4조원대 순이익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조원대와 2조원대 중반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문제는 정부의 압박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약 2년간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원금과 이자가 14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종료 시점이 6개월씩 3차례나 연장됐다. 구체적으로 5대 시중은행이 만기 연장한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약 59조5,000억원, 원금 상환이 유예된 잔액은 3조2,000억원, 원금을 포함한 이자 상환 유예 잔액은 8,400억원이다. 

이는 곧 잠재부실과 직결된다. 지원 종료 시 현재는 정상으로 분류되는 대출이 대거 부실채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잇따른 프로그램에도 한계에 이른 소상공인이 많은 만큼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파산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지주 실무진을 소집해 대손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했던 주문과도 상충된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금융지주·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들을 불러 모아 "코로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금리 인상 같은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는 만큼 부실 여신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예상되는 충격을 충분히 고려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전년보다 충당금 규모가 줄어든 만큼 더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은행권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대출의 경우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인해 아직 부실로 잡히지 않았을 뿐 위험이 상당하다는 것을 모든 금융권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대출은 전액 부실화도 각오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2년 동안 이자도 상환하지 못하는 채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은행들이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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