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 시장으로"... 신한라이프·교보생명, 베트남 본격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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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명 시장으로"... 신한라이프·교보생명, 베트남 본격 공략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2.0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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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V' 출범... 25일 첫 영업개시
현지 보험사 지분 매입하는 형태
"국내 시장 포화... 잠재력 높은 해외 진출"
금감원, 현지 수요 반영한 보험업법 개정 
(왼쪽부터)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본사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본사 사진= 각 사 제공

베트남이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 격전지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성장, 1억명에 달하는 인구 등 영업망 구축에 용이한 점이 많다. 이에 보험사들이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사업성을 다각화하기 위해 앞다퉈 베트남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와 교보생명은 각각 베트남 보험사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로 현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25일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할 ‘SHLV(신한라이프 베트남)’의 출범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재무부(Ministry of Finance)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은 지 1년 만이다.

SHLV는 신한라이프 최초의 해외 법인이다. 법인 설립을 위해 자본금 2조3200억 베트남 동(약 1141억원)을 출자했다. 이의철 법인장, 주재원, 현지 직원 등을 포함해 약 40명으로 법인 조직을 꾸렸다. 신한라이프는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전인 지난 2015년부터 베트남 하노이에 주재 사무실을 설치해 베트남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구축해왔다.

신한라이프는 베트남 첫 영업과 함께 자사의 최초 보험상품인 어린이 혈액암보험을 공식 출시했다. 또 출시 기념으로 전국 5000명의 고객에게 5000개 보험상품을 무료로 제공했다. 신한라이프는 베트남 사업 초기 어린이용 독립 보험상품을 개발해 온라인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후 핵심 마케팅 채널인 텔레마케팅 등으로 영업채널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초기 현지 시장 진입과 안정적 정착을 위해 현지 GA(법인보험대리점) 제휴를 통한 대면·디지털 채널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가 베트남 진출에 나서는 이유는 앞서 지난달 초 성대규 사장이 밝힌 새해 경영 과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성대규 사장은 해외 진출 계획을 알리면서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꼽았다. 아울러 베트남에서 미리 자리를 잡은 신한은행·신한카드와 연계해 보험영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신한라이프는 베트남지점을 먼저 설립한 신한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할 방침이다. 방카슈랑스는 베트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으로 알려졌다. 2014년 방카슈랑스 관련 제도가 재정비되면서 제휴 계약과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18년 11월 발간한 '발간한 베트남 생명보험산업의 현황 및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생명보험 방카슈랑스 비중은 2014년 말 약 2%에 불과했지만, 2016년 약 6%, 2017년에는 13% 수준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성대규 사장은 2009년 먼저 진출해 자리 잡은 신한베트남은행이 현지 1등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보험 영업 진출과 함께 신한베트남은행의 42개 지점을 활용한 방카슈랑스 위주의 영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신한카드와의 연계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한카드는 2019년 신한베트남파이낸스를 출범시키면서 신용대출과 할부금융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신한카드의 결제서비스와 판매채널을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가령 카드사 영업직원이 고객에게 카드를 발급할 때 보험상품을 소개할 수 있고, 보험상품 가입자가 신한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할 시 의료비 보험금을 손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베트남 진출 공략에 힘쓰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베트남 현지 보험사 바오롱손해보험·BIDV메트라이프와 지분 매입 협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편정범 교보생명 사장, 브엉 딩 후에(Vuong Dinh Hue) 국회의장 간 회담을 통해 알려졌다.

이때 편정범 사장은 후에 의장에게 현지 진출시 헬스케어와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후에 국회의장은 베트남 국회는 보험업법(개정안)에 대해 1차 의견을 표명했으며, 올해 5월 중 최종 의결될 예정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베트남 보험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할지는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내부에서는 베트남 시장 진출 관련해서 다방면으로 계속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교보생명은 베트남 진출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동남아 국가 신규 진출을 위한 신남방 전략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6월 미얀마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지 국영보험사 지분투자 등도 진행해왔다. 이는 기존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아우르겠다는 신창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 의지와 맞닿는다. 

보험업계는 보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베트남 등 신흥공업국으로의 진출이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염원에 화답하듯 금융감독원도 최근 보험업법 개정안에 베트남 진출 관련 보험사 업무 범위 변경, 온라인 채널 통한 보험 판매 허용 등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실제로 금감원 하노이사무소가 지난해 12월에 작성한 ‘현지 보험업법 개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베트남 재무부는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절차를 시작했다. 개정안은 베트남 보험산업 발전을 취지로 마련됐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되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 주요 개정 내용은 △보험업법 적용 범위 명확화 △의무보험 △임시생명보험 도입 △보험회사의 업무 범위 변경 △온라인 채널을 통한 보험 판매 허용 △보험시장 정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 관리 등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 시장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동남아 시장 개척 의지가 강하다”며 “베트남은 한국과 정서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고 젊은층이 많다는 면에서 미래 고객확보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보험사도 있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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