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방사성 동위원소로 암세포 공격... 난치암치료제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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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방사성 동위원소로 암세포 공격... 난치암치료제 개발 중"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3.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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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기존 표적치료제 단점 획기적 극복
약물전달체와 치료물질 분리 현상 차단
"난치성 고형암, 전이암 등에도 사용 가능"
창업 2년만에 55억 투자 유지
미국 FDA 승인 목표... '前임상' 착수
장혁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장형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시작하라. 그 자체가 천재성이고, 힘이며, 마력이다."

장형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독일의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을 빌려 예비 창업자들에게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국내에는 준비된 우수한 인재들이 있으며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이 뒤따른다면 제2의 구글·테슬라 탄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2020년 회사를 설립한 장 대표는 난치성 암 환자를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제를 연구·개발 중에 있다. 법인 설립 1년 8개월 만에 다수의 투자사들로부터 5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술 혁신성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아 벤처 인증을 획득하는 등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장 대표가 개발 중인 항암치료제 개발 프로젝트 명칭은 RIT(Radio isotope Therapy), 브랜드는 '맥아이'(Mag-I)로 명명됐다. 방사성 동위원소 기반 표적 항암치료제로 기존 제폼과 비교할 때 세 가지 측면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하나는 정상세포 파괴 등 방사선 조사에 따른 부작용을 현저하게 줄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이암을 비롯한 난치성 암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약물전달체와 치료성분의 분리 현상을 원천 차단하는 신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방사선은 고에너지를 발생시켜 암세포를 괴사시킨다. 문제는 병변 주위의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암환자 중 65%는 방사선 치료 부작용으로 탈모를 겪고 있다. 불임, 내분비 기능 이상, 장기 부전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사례도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방사선 치료는 그 대상이나 범위가 제한적이다. 전이암에 있어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약물전달체와 치료물질의 분리 현상은 기존 표적항암치료제의 효능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표적항암치료제는 투약시 체내 단백질 성분의 영향을 받아 표적물질과 항암제(혹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분리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개발 중인 방사성 동위원소 기반 치료제는 부작용 감소를 넘어서, 소량의 치료제 투약으로 전이 암세포 치료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약물전달체와 치료물질의 체내 분리 현상을 막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해 기존 제품의 단점을 해소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장 대표는 "실험을 하던 도중 우연한 기회에, 특정 조건에서 이같은 분리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물전단체와 치료제 결합을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면, 표적치료제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회사는 약물전달체와 치료물질 분리 현상을 막는 신기술 관련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논문과 함께 특허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치료제는 미국 FDA 승인을 목표로 현재 전(前)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올해 연말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아래는 장형석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장혁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장형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ZTI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고형암' 치료를 목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제를 중점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ZTI바이오사이언스에서 Z는 숫자 '제로'(0)을 뜻한다. '제로'는 '몰입하다', '집중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T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을 합친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를, I는 영감(Insight)를 의미한다. 사명은 '테라그노시스에 몰입해 신약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성약물 전달체를 기반으로 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 의학, 생화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용어 자체가 낯선 측면이 있다.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치료제와 관련 기술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ZTI바이오사이언스가 연구, 개발중인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제는 차세대 방사선 암치료제다. 현재 병원에서 활용 중인 방사선 장비와 근본적인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기존 장비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특정 면적에 조사해 암치료를 진행한다. 반면 맥아이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약물전달체와 방사성 동위원소(치료물질)를 반영구적으로 결합시켜, 치료제를 정맥에 투여했을 때 약물전달체가 자동으로 암세포까지 전달될 수 있는 합성기술을 개발 중이다. 임상실험을 통해 미국 FDA 승인을 완료하면 치료제 맥아이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암세포까지 방사성동위원소 운반 과정에서 자연적 분리로 인한 치료 효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맥아이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수술적 항암치료는 1세대 화학요법, 2세대 표적치료 3세대 면역치료 등으로 진화 발전되고 있다. 기존 치료제 혹은 치료 보조제와 비교할 때 귀사 개발 모델의 특징 혹은 차이점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암세포에 타게팅 할 수 있는 항체나 저분자 물질에 항암제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전달하는 방식은 10년 전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로 갑상선암 치료법으로 활용돼왔지만 다른 암종의 경우 전달효율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암세포까지 가는 과정에서 항암효과를 내는 물질과 타게팅 하는 항체 혹은 약물전달체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분리되는 현상이 문제였다. 최근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링커, 바인더들도 개발되고는 있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개발 중인 약물전달체는 생화학적 기전이 기존 물질과 다르다. 치료제가 중간에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병변까지 도달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 약물전달체에 양이온, 음이온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쯔비터이온(Zwitterion)을 활용했다.

-올해 간암과 남소암 등 난치성 암에 대한 '전(前) 임상 실험'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임상실험 계획 설명 부탁한다.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Folate(엽산)의 효능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난치성암으로 알려진 간암, 폐암, 난소암, 유방암 등의 암세포는 스스로 엽산 수용체를 만들어 낸다. 체내 엽산을 수용한 암세포는 증식과 전이가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이런 현상은 난치성 암세포에서 주로 나타나며 발병 8개월 만에 폐, 위, 뇌까지 전이될 정도로 위험하다. 

회사는 방사성동위원소와 엽산을 약물전달체에 캡처하는 3중 결합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전 임상 시험기관과 계약을 맺고, 국내외 다수 병원과 글로벌 임상 진행을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표적, 면역 항암체료제 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연구인력, 통상 10년 이상의 연구를 필요로 하는, 난도 높은 영역으로 알고 있다.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분야일 수 있는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나아가 회사 창립 전, 삼성디스플레이에 몸을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창업하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도 부탁한다.

화학생물공학자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유기 반도체 연구를 했다. 그러던 중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UC버클리 대학으로 박사 후 과정을 가게 됐다. 미국에 가서 충격을 받았다. 대학 연구를 진행하는 상당수의 연구자들이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있던 곳이 실리콘 밸리와 가까운 지역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때 함께 연구를 진행하거나, 토론을 나눈 친구들이 애플,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처음 들어보는 스타트업 공동 설립자가 되는 것을 봤다. 당시 30대 후반이었는데 처음으로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 4차산업 혁명으로 다양한 학문들 간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발전된 '나노기술' 분야에 있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노기술은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도 충분히 접목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믿음을 통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시키는 약물전달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언젠가 대한민국이 반도체처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장형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장형석 ZTI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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