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버스' 전환시 지원금 준다더니... 혜택은 시내버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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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버스' 전환시 지원금 준다더니... 혜택은 시내버스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8.2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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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경유→CNG버스' 보조금지원 정책 실효성 논란
천연가스(CNG) 버스만 있는 시내버스는 보조금 100% 지원
경유만 있는 전세버스는 보조금 50% 지원... 충전 인프라도 미비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세운 '경유버스→CNG버스‘ 유가보조금 지원 정책이 경유버스인 전세버스는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10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선버스의 경우, 수도권‧비수도권 대도시 중심으로 임기 내 CNG버스로 전면 교체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공약의 일환으로 현 정부는 지난 2016년12월부터 국토부가 추진한 ‘천연가스(CNG)보조금 지원 사업’을 통과시켰다. CNG보조금 지원이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전환을 촉진하는 지원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 10번.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공약하며 세부 추진 사항으로 ‘노선버스의 경우, 수도권‧비수도권 대도시 중심으로 임기 내 CNG버스로 전면 교체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토부는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급지침’을 개정하고 지난 7월14일부터 CNG를 연료로 하는 노선버스는 ㎥당 67.25원, 전세버스는 33.62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근 CNG 요금이 ㎥당 74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버스사업자들은 약 9%의 세액을 감면받는다. 보조금은 CNG 유류세를 구성하는 관세, 개별소비세, 판매부과금, 부가가치세를 합한 액수로 산정했다.

문제는 공약 사업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시내버스 분야에서 보조금 사업 추진 이후 단 1대도 경유버스에서 CNG버스로 전환하지 않았음에도 CNG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버스는 지난 2014년에 이미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전량 교체했다. 더 이상 CNG버스로 교체할 차량이 없다.

2014년 서울시 CNG버스 보급 현황. 서울시가 지난 2014년도에 시내버스를 경유버스에서 전량 CNG버스로 교체한 것을 알 수 있다. 표=서울시

반면, 경유버스 보유율이 99%인 전세버스는 50%의 보조금만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세버스연합회에 따르면 CNG전세버스는 전체 차량 4만4187대 중 574대(1.3%)에 불과하다.

특히 전세버스는 국토부가 CNG충전소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50%의 보조금마저 못 받는 실정이다.

서울의 S관광버스 기사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한 버스공영차고지에 있는 CNG충전소를 갔다가 충전 거부를 당했다. 해당 충전소가 자신들이 발급하고 있는 RFID카드가 있어야만 충전할 수 있고, 이 카드는 공영차고지에 상주해 있는 시내버스들만 발급받을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사는 다른 CNG충전소를 찾아 이동했다. 서울 복정동에 있는 한 버스공영차고지 CNG충전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이곳 충전소도 충전을 거부했다. 자신들과 거래 계약을 맺은 신용카드가 있어야 하고, 시내버스사업자들의 승인이 있어야만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충전 거부의 이유였다.

현재 CNG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처럼 운영되지 않는다. B2B(버스사업자 to CNG충전소) 성격으로 운영된다. 연간 계약을 맺고,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충전을 한 후 한 달에 한 번 씩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점과 기점만을 오가는 노선버스에 특화된 충전 방식이다. 전국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하는 전세버스는 전국에 있는 모든 충전소와 연간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CNG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고속‧시외버스 사업자들도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고속버스업계에 따르면 고속‧시외버스의 경우 대부분이 장거리 노선이다. 속도도 최대 110km까지 낼 수 있어야 한다. CNG버스로 전환할 경우 휴게소에서 CNG를 충전해야 하는데, 현재 인프라를 볼 때 불가능하다. 속도도 최대 110km까지 낼 수가 없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 2차관이 서울의 한 버스공영차고지의 CNG충전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결과적으로 버스업계에서도 특정 버스만 배불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고속버스 임원은 “고속‧시외버스는 현재 버스사업구조상 CNG차량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CNG충전 인프라 시설 확충이 선행돼야 무조건 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시내버스용 지원 사업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해 보이는 정책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세버스업계 고위 관계자는 “버스 업종은 고속‧시외‧시내‧마을‧전세‧특수여객까지 총 6종이고, 이중 CNG버스로 전환해야 하는 업종은 고속‧시외‧전세‧특수여객 등이다. 서울 등 몇 몇 지자체의 시내‧마을버스는 이미 100% CNG화 됐다. 그런데 CNG전환이 필요없는 시내버스만 보조금을 받고, 정작 필요한 전세버스는 못 받는다면 이는 시내버스 사업자들만 배불리는 특혜 지원금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량 CNG버스인 시내버스에게 혜택이 집중된 것은 사업의 공평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고, ‘경유버스가 99%인 전세버스에게 보조금을 50%만 책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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