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순직 소방관' 애도는 뒷전, 선긋기 바쁜 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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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직 소방관' 애도는 뒷전, 선긋기 바쁜 마켓컬리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2.01.07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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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3명 숨진 채 발견
文대통령·이재명·윤석열 등 애도 인사 물결
순직 애도 없는 마켓컬리... 자사명 지우기 급급
"입주 시기 늦어져", "차질 없이 진행" 입장 번복하기도

6일 평택시 물류센터(냉동창고) 막바지 공사 현장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창고는 마켓컬리가 상반기 중 입주할 곳으로 알려졌다.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포탈에는 '마켓컬리' 기업명이 거론됐다.

기업명이 수시로 오르내리자 마켓컬리 측은 선긋기에 나섰다.

<평택 냉동창고 화재... 마켓컬리 '샛별배송' 경쟁력 악화 우려>라는 본지 보도 후 마켓컬리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을 쏟아냈다. "물류센터를 지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임대로 사용하기로 한 곳이다. 입주하지 않았는데 평택 마켓컬리 공장이라고 쓰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입주 시기가 조금 늦어질 뿐이다."

그는 마켓컬리가 건물의 주인도 아니고 임대하려는 곳에서 화재가 난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화재 관련 보도에서 '마켓컬리' 문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또 다른 마켓컬리 관계자는 기사 내용 중 "입주 시기가 늦어질 뿐"이라는 멘트에 대해 번복하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입주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수정을 요청했다. 아울러 "배송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회사 입장을 전한 관계자가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상황에서 사건 파악이 잘 되지 않아 설명이 부정확했다는 취지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마켓컬리의 일련의 대응을 보며 화재로 목숨을 잃은 3명의 소방관에 대한 애도는 없고, 기업 이미지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화재가 난 물류창고에 대한 마켓컬리의 법률적 배상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도'가 빠진 회사 측의 입장 표명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마켓컬리 관계자들에게서 '소방관 순직'에 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단지 기업명 지우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애도를 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숨진 소방관에 대한 명복과 안전 조치 마련을 약속했다.  

6일 경기 평택시 청북면 고렴리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재 3팀 소속 이형석(50) 소방경,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 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6일 경기 평택시 청북면 고렴리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재 3팀 소속 이형석(50) 소방경,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 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이번 사고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이천의 쿠팡 덕풍물류센터 화재 당시 인명 구조작업을 위해 투입된 김동식 구조대장의 순직을 떠올리게 한다. 쿠팡 측은 순직한 김 구조대장의 가족을 위해 평생 지원을 약속하고, 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 마련을 고민했다. 사실 이천 물류창고는 쿠팡이 직접 건축을 추진한 공사현장이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다. '우리가 책임질 사고도 아닌데 회사 이름이 언급되는 건 억울하다'는 취지의 마켓컬리 측 반응 역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사정을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한겨울 심야 시간대 화재진화작업에 나섰다가 순직한 소방대원들을 생각했다면 먼저 애도부터 표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마켓컬리 측은 자사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상황만 강변했다.

마켓컬리는 올해 IPO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기업의 실적 못지 않게 경영진의 능력과 가치관, 그 기업의 윤리경영 실천 의지를 중시한다. 지난해 재계 최대 이슈로 부상한 'ESG 경영'도 근본적으로는 기업과 기업인의 윤리를 바탕으로 한다. 법률적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애도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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