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인년(壬寅年), 소상공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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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인년(壬寅年), 소상공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정연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회장
  • 승인 2022.01.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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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기고
손실보상 넘어 경제활성화 정책 총동원해야
PPT(급여보호프로그램) 등 최소한의 생계보장 절실
정연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회장.
정연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회장.

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고 건네는 덕담이 ‘건강하세요’다. 무병·무탈하라는 의미를 담아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를 지인들에게 받으면서 '올 한해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2019년 1월 '코로나19'로 명명된 바이러스가 방송과 신문 1면을 장식할 때만 해도 좀 힘들겠지만 힘을 합치고 불편을 감수하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코로나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그래서 멀리 보자는 얘기에 공감하지 못한다. 하루 매출이 줄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라고 반성하고 '내일은 잘 될꺼야'를 마음 속으로 외친다. 한 달 매출이 줄면 '종업원들이 뭘 잘 못했나?'라며 내부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다 반 년간 매출이 줄면 '장사를 접어야 하나'라며 자책에 빠지게 된다. 소상공인들은 그래서 '오늘' 하루가 중요하다.

매출 하락이 심각하면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지난 2년간 희망고문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죽을 수 있다니 방역 지침을 따라야겠고, 방역을 따르다 보니 내가 죽을 판이었다.

사진=시장경제DB

재난지원금이 편성되고 손실보상금이 몇 차례 걸쳐 지급됐지만 실제로 손실을 보존해 주진 못했다.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지원 업종도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식당, 카페, 제과, 학원, 실내 스포츠, pc방 등 직접 피해업종은 ‘쥐꼬리’ 만큼이라도 받았다. 하지만 2년째 매출 '0원'에 가까운 여행, 공연 예술, 의류 등 간접 피해업종은 보상 받을 길이 요원하다. 국회, 정부 부처를 다 찾아다니며 호소했지만 결국 지원대상에서 빠졌다.

600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처럼 위기대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이 서비스업과 음식업, 도소매업이다 보니 국내 경기에 민감하다. 국내 경기는 한 업종, 몇 개 기업만 잘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 간 윈윈해야 소상공인도 살아남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내 경제가 잘 돌아가고 그것이 경기로 반영 돼야 자영업 생태계도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은 벼랑 끝에서 절벽 아래로 추락 중이다. 이미 많은 소상공인이 죽었다.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팀처럼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한 명의 소상공인이 망하면 주변의 20명 이상이 어려워지고 가정 마저 깨지기 직전까지 내몰린다. 생계가 막막해져 가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진다. 그래서 이 엄동설한에도 거리로 나서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지원책과 경기 부양정책을 내놓으라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죽어나가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냐’는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손실보상금과 전국민 방역지원금, 지역화폐, 1인 자영업자 PPT(급여보호프로그램) 지원 등 모든 내수 경기 활성화 정책을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 정책 대출금 상환은 당분간 중지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정책 대출기준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국가는 가정과 다르지 않다. 어렵고 힘든 자식이 죽을 지경인데, 외면할 부모는 없지 않은가. 일단 어려운 자식은 살리고 봐야 한다. 그런 다음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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