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상차림은 ‘세로’보다 ‘가로’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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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상차림은 ‘세로’보다 ‘가로’가 유리하다
  • 이경태 소장
  • 승인 2017.07.3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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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할 때 빠른 공격과 수비의 전환은 승리로 이어지는 요소 중 하나다.

음식점 운영도 민첩한 공수 전환은 성공인 창업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음식점의 공격은 음식을 제공하는 방법이고, 수비는 암호화된 손님의 지적이 될 수 있다.

음식을 제공할 때는 반드시 ‘가로’로 준비해야 골로 이어질 수 있다. 세로는 포만감을 주지 못한다. 인색하다는 생각이 먼저 전달된다. 상상해보라. 호프집에서 유린기라는 안주를 시킨다. 스파게티 접시처럼 오목하고 길게 생긴 접시에 내용물이 담겨 나온다.

모양은 있지만 포만감이 없다. 반대로 민자의 원형(대형) 접시에 안주가 널려져서 나온다. 먹기도 전에 든든해 흐뭇하다. 아무리 속이 깊어 수저로 헤아리면 건더기가 푸짐하다고 쳐도 이미 빈정이 상한터다. 따라서 이 방법은 좋지 않다. 볼 깊이가 낮아야 한다.

대신 가로로 넓어야 한다. 그래야 먹기 전부터 ‘와~ 많이 주네~’ 그런 마음에서 출발해서 먹도록 해야 맛있다. 창업업계에서는 이를 전문용어로 ‘접시의 마술’이라고 부른다. 뚝배기나 전골 같은 메뉴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수비는 손님의 지적이다. 이는 암호화돼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손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손님이 더 많다. 이 손님의 지적은 점포의 운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지적은 손님이 음식을 먹으면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음식을 개개인의 입맛에 맞춰 해주는 것은 어머니의 손이다. “이건 너무 싱겁구요.”, “이건 짜요.” 기분이 좋을 때 먹는 밥과 기분이 나쁠 때 먹는 밥은 똑같아도 똑같지 않다.

그래서 손님의 입맛은 믿을 것이 못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서 먹으면, 한가한 식당에서 먹으면 정말로 맛이 없는 법이다.

손님의 맛 지적은 ‘당신과 친하고 싶으니 잘 해보자’는 뜻이다. 가벼운 스킨십으로 ‘다음부터는 진짜 단골로 모시겠다’는 표현을 해주면 된다. 손님을 어루만지지 못하면 참 재미가 없다. 그 재미는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흥겨운 식당을 만들어보자. 손님이 암호를 보내기 전에 식당에서 먼저 암호를 보내자. 손님을 기억하고 멘트를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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