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쌤소 亞사장 퇴직후 NGO 후원 위해 '친환경몰'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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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쌤소 亞사장 퇴직후 NGO 후원 위해 '친환경몰' 열었죠"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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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제품판매 플랫폼 '리오홀딩스' 서부석 대표
30년 가까이 명품 브랜드서 모은 돈으로 창업
폐페트병 재활용·친환경 소재로 제품 만들어
'그린워싱' 기업 안되려 비싸도 친환경 고집
친환경 브랜드 80개 '저스트크래프트몰'서 판매
中서 나무심기 활동 환경단체에 매출 1% 기부
"환경 문제는 정부 뿐 아니라 모두가 책임져야"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다. 이와 함께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다. 제품 시작부터 끝까지 오염을 줄이고,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생수병의 라벨을 제거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친환경 제품만 다루는 브랜드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리오홀딩스의 서부석 대표다.

스타트업 리오홀딩스의 서부석 대표는 본래 글로벌 명품 브랜드계의 유명인사었다. 20대 시절부터 샤넬, 발리, 프라다 등에서 11년간 근무하고 37세 젊은 나이에 쌤소나이트 코리아 대표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CEO로 취임한 2005년 300억 하던 매출을 2019년 2500억까지 성장시켰다.

매출 성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2014년 쌤소나이트 아시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9년 말 퇴직했다. 그런 그가 무명의 창업자로 뛰어든 것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상당한 화제였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CEO였던 그는 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창업했을까.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인근에서 서부석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를 만나 본지 기자가 던진 첫 질문은 "왜 다시 도전하는가"였다. 서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쌤소나이트 한국 CEO로 재직하던 시절 사단법인 미래숲을 통해 환경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퇴직 후 NGO(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환경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
서부석 리오홀딩스 대표.

하지만 서 대표는 퇴직 후 글로벌 지구사막화방지 협약 행사에 참석했다가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행사 자리에서 환경분야 글로벌 NGO 수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처한 현실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서 대표가 과거 경험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탄소배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서 대표는 "NGO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데, 지속성이 없어 운영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직원들 급여가 적다 보니 결국 팀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봤다"고 했다. 

서 대표는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평생 고민해보지 않았던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며 "NGO를 운영하는 것 보다 차라리 창업을 해서 낸 수익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서 대표가 리오홀딩스를 시작한 것은 2020년.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평소 환경보호에 앞장선 그의 신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유통업계에서 일하며 썩지 않는 플라스틱 가방을 만든다는 점에서 죄의식을 느꼈다"며 "재활용 가능한 가방을 만들기도 했지만 100개 중 1개 정도로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소재·공정·포장 모두 친환경

리오홀딩스는 친환경 브랜드를 발굴해 온라인 판매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저스트 크래프트 몰'과 친환경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저스트 크래프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저스트 크래프트 몰에서 파는 제품은 모두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제품 포장도 종이와 생분해 비닐만 사용한다. 

서 대표는 친환경 제품에 대해 "소재·공정·포장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포장이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제품이 플라스틱이나 과대 포장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서 대표는 "비닐을 쓰지 않고 두꺼운 종이 박스로 배송해달라고 요청했더니 택배사에선 비가 와 젖으면 어떻게 하냐며 거절했다"며 "비닐 말고 무슨 대안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생분해 비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박스 안에 제품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비닐로 메꾸다 보니 포장제가 불필요하게 많이 쓰였다"며 "쓰레기를 만들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제품 사이즈에 맞게 포장할 수 있는 스마트 패키지를 도입했다"고 했다. 

서 대표는 "생분해 비닐을 사용하면 비용이 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린워싱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무늬만 친환경 브랜드인 것을 배제하기 위해 일일이 브랜드 입점 전에 회사 직원들을 만나 제품을 평가하는 과정들을 거친다"며 "재생 울에 대한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획득한 진정성 있는 브랜드만 입점시킨다"고 부연했다. 현재까지 약 80여개의 브랜드들이 저스트 크래프트 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리오홀딩스
사진=리오홀딩스

서 대표는 소재도 천연 가죽대신 선인장 가죽에 주목했다. 리오홀딩스는 멕시코산 선인장 가죽을 수입해 의류, 가방, 신발들을 제조한다. 에코백 소재 역시 남다르다. 서 대표는 "보통 염색과 탈색 등의 과정을 거쳐 화학공법으로 만들어진 면으로 된 가방의 경우 7000번 이상 사용해야 환경물질이 제로가 되는 상태가 된다"며 “최소 7000번 사용, 약 20년가량 사용한 뒤 버려야 만들어지면서 발생시킨 오염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오홀딩스가 제조하는 에코백은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로 만든다. 서 대표는 "니트백이기에 탄력도 좋고 중요한 것은 염색, 탈색 등 환경에 유해한 과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에코백 뿐만 아니라 운동화, 모자, 가방 등도 마찬가지다. 

서 대표는 커스텀 주얼리에 대한 친환경 기준도 명확했다. 그는 "'친환경'하면 환경만 생각하지만, 인체에 무해한 것도 친환경이다"며 "자원 재활용 측면 외에 인체와 환경에서도 무해한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악세서리 도금 과정에서 납이나 니켈 등 유해물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무납, 무니켈 제품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업 후 리오홀딩스는 네 번의 시즌을 진행하면서 스타일 150개, 운영상품수(SKU)가 600개 이상 늘었다. 리오홀딩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배출 폐기물을 사용해 독자적인 친환경 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소재 연구개발(R&D)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장인들과 함께 상생을 꿈꾸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환경단체인 미래숲에 매출의 1%를 기부하고 있다. 중국의 쿠부치 사막의 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 활동을 하는 미래숲을 후원하고 있다.

그에게도 넘어서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투자 유치다. 그는 "30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모아 놓은 자금으로 창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투자를 받아야 할 시기다"며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환경을 위한 일은 정부가 할 일이지 왜 기업이 하느냐'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 대표는 "환경 문제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다"며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문제 의식 자체를 못하는 분들이 꽤 많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야 환경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 대표는 "국내에선 친환경 사업이 초창기다 보니 외형적인 측면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친환경 스타트업의 성공사례가 나와야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비지니스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발 주자들이 덜 험난한 길을 걷게 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몇 년 안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하는 국내 기업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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