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여성소상공인 특별법, 21대 국회서 반드시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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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여성소상공인 특별법, 21대 국회서 반드시 제정해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1.12.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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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희 '여성 소상공 자영업협회' 회장 인터뷰
대기업·공공기관 근무... 창업 3년만 신불자 전락
신용불량자 탈출에 4년 걸려... 자영업 재도전
"300만 여성 소상공인, 경제생태계 최약자"
"여성 소상공인 위한 입법·제도적 지원 절실"
"중기부, 현장 목소리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지난 11월 2일 기획재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80%삭감에 분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 모여 ‘경제부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 소상공인 자영업협회 정연희(54)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단체 대표였다.  

"소상공인이 살아야 알바도 쓰고, 그들이 살아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정 회장을 만나 여성 소상공인들이 별도의 단체를 만들게 된 이유와 배경,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여성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협회의 설립은 ‘반드시 했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다.

- 설립 취지와 시기는 언제인가?

“올해 초 2월 23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비영리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고 여성 소상공인들의 권익보호와 사회·경제적 지위 확보, 공동구매와 공동판매, 공공판로 지원 사업, 데이터 및 플랫폼 사업, 신지식인 육성, 행정·법률·교육서비스 지원 사업 등을 위해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주변의 여성 소상공인들이 뜻을 합쳐 만들게 되었다. 설립 당시 소상공인연합회는 회장 선거의 후유증으로 2년째 내홍을 겪고 있어 진정한 대변자 역할을 하지 못했고, 우리는 벼랑 끝에서 소통 창구가 막혀 있었다.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법정 단체가 있는데 또 다른 단체를 만들 이유가 있었냐며 ‘굳이’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기 때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앞장서서 위기를 극복하는 DNA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굳이?’라고 반문하는 대부분이 남성이라 여성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느껴 ‘굳이’ 여성 소상공인 단체를 국내 처음으로 만들게 됐다.

지금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시대이다. 우리 여성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협회의 설립은 ‘반드시 했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하단의 경제계층이 소상공인·자영업자라면 그 중에서도 여성 소상공인들은 최약자이다. 이런 최약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 여성 소상공인만을 위한 단체인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만나게 되는 성(性)은 엄마인 여성이다. 엄마가 건강해야 가족과 가정이 건강하다. 경제 계층, 산업계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최하단의 경제계층이 소상공인·자영업자라면 그 중에서도 여성 소상공인들은 최약자이다. 이런 최약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와 우리사회의 책무이다.

결혼을 한 여성 소상공인 대부분은 가장의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가정에서는 엄마이다. 가장의 경제적 부재로 걸머진 생계의 무게는 한발짝도 삐끗해서는 안 되는 ‘절벽 끝에서 마주한 죽음의 공포’와 같다.

2‧30대 청년 여성 소상공인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취업 전쟁을 치루고 온 경우가 많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은 하버드 로스쿨 교수 재직시절 펴낸 그의 저서 ‘맞벌이의 함정’에서 맞벌이 부부가 홑벌이 부부보다 경제적 곤궁에 처할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홑벌이는 가장이 실직을 하면 배우자가 취업전선에 나설 수 있지만 맞벌이는 어느 한 쪽이 실직을 하면 실직자의 수입을 대신 벌어줄 대타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 소상공인도 실직을 하게 되면 그들을 대신해서 돈벌이에 나설 수 있는 가족이 없는 형편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잘 살아보기 위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있다는 것은 내 아이와 내 가정을 지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여성 소상공인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소상공인 모두를 위한 단체이다. 다만 가입 자격은 여성 소상공인에게만 부여된다. 활동은 여성 소상공인 가입자에 한해 남성 배우자도 할 수 있다.”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취업 후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는 데까지 4년... 그리고는 '늙은 아줌마'가 돼,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와 또다시 소상공인이 됐다

- 회장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회원들이 나의 이력에 조금이나마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을 시작할 때 대부분이 핑크빛 성공만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희망과 기대가 염려와 절망으로 바뀌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소위 ‘오픈빨’ 이라는 것이 끝나는 6개월 전 후부터 초조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할 때는 누구도 염려와 초조함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소상공인이 되던 2010년엔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서울 강남구청역 앞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개업했다.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엎드리면 코 닿을만큼 가깝게 있는 청담동 역세권에서 여성들의 로망 업종으로 깔끔하고 깨끗하다고 소문난 커피장사를 시작했다. 6개월 동안은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 줄은 맞은 편에 대형 커피숍이 들어서고, 또 다시 유명 커피숍이 옆 건물에 화려하게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3년을 버티는 동안 빚만 쌓였고 결국 사채까지 썼다. 폐업을 고민할 때쯤에는 신용불량자가 돼 있었다. 개업 전까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잘 나가던 캐리어 우먼이었지만 소상공인이 되고 난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빚 독촉 전화로 하루를 시작하는 신세가 됐다.

퇴직금과 은행 대출, 친정에서 빌려온 창업자금까지 고스란히 날리고 폐업을 했다. 취업 후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는 데까지 4년이 걸렸다. 그리고는 '늙은 아줌마'가 돼,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와 또다시 소상공인이 됐다”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사)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정연희 회장. 사진=시장경제DB

 

300만명이 넘는 여성 소상공인에 대한 법이 없다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현실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 21대 국회에서 여성 소상공인에 관한 특별법 추진하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코로나로 소상공인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얼마 전 알바비를 정산 한 후 목숨을 끊었던 자영업자의 극단적 선택이 우리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도, 디지털 뉴딜도 모두 목숨이 붙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손실보상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실과 동떨어진 액수와 보상 가능한 업종을 면밀히 살피면, 분통이 터지고 부화가 치민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상황과는 동떨어졌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정책심의회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제발 현장에서 구동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지원사업은 사업설계부터 현장 상황을 반영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과연 중기부가 그렇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정책 심의위원에게조차도 바지사장 취급을 하는데 과연 현장의 소상공인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원 한번 받으려면 말 뜻도 어려운 서류를 몇 개씩, 몇 번이나 써야한다. 

그래서 ‘여성 소상공인 보호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여성 농어업인법률’, ‘여성기업인법’ 등은 이미 있는데 300만명이 넘는 여성 소상공인에 대한 법이 없다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현실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여성기업인법’은 제조기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소상공인들과는 동떨어진 법이라고 봐야한다. ‘소상공인기본법’도 있긴 하지만 여성의 모성보호와 성인지 특수성을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여성 소상공인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최소한의 생계와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뛰어다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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