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통] "마수니까 500원 싸게!"... 흥정도 되는 꼼지락시장 배달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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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통] "마수니까 500원 싸게!"... 흥정도 되는 꼼지락시장 배달앱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12.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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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꼼지락협동조합 이끄는 백호진 대표
전국 최초 앱에서 즐기는 라이브 흥정 '눈길'
자체앱 '꼼지락배송', 9개월만에 누적거래 1.2억
밀키트 신선생물도 인기... 주문 2시간내 배달
사회적 기업 목표로 전국 판로 개척 '구슬땀'

<편집자주>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은 전통시장·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한 때 인파로 북적였던 우리네 전통시장은 발길이 뚝 끊기며 혹한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위드코로나' 시행과 더불어 그동안 억눌려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전국 방방곡곡 전통시장들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시장경제신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시장통통' 코너를 새롭게 연재한다. 점차 다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해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를 발굴·소개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이 코너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소상공인·전통시장에 한 줄기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신도꼼지락시장 페이스북
사진=신도꼼지락시장 페이스북

올해 7월 23일 저녁 KBS1TV '6시 내고향'에서 대전 신도꼼지락시장 밀키트 20종이 전국으로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시장에서 구매한 식재료를 1차 밑손질해 양념과 조리법을 묶어 세트로 구성한 여러 종류의 밀키트가 소개됐다. 꼼지락협동조합이 제조 및 판매를 맡는 이곳 시장의 밀키트는 소비자가 직접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 콜드 체인(0℃∼10℃) 방식으로 배달받을 수 있어 신선함과 편리함을 더했다. 고등어조림, 불고기 전골, 동태탕, 제육볶음, 안동찜닭, 바지락 칼국수 등 전통시장이 밀키트 매출로 날개를 폈다.
 

전국 최초, 앱을 통한 전통시장 에누리 라이브 시도

‘꼼지락배송’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전통시장에 오지 않아도 흥정이 가능하다!? 쫀득가지 3,400원, 노랑참외 13,700원. 신도꼼지락시장 가게가 라이브로 연결된다. 실물을 직접 보며 흥정이 오간다. “제가 오늘 마수니까 500원 깎아드릴게요” 2020년 12월, 전국 최초로 앱을 통한 전통시장 에누리 라이브가 시도됐다. 대전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장이자 꼼지락협동조합 백호진 대표. 그는 강원도 평창 출신이다.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제대 후 1993년에 대전으로 내려와 누님 가게에서 장사를 배웠다. 

“꼼지락배송을 시작한 지는 2년이 넘었어요. 앞으로는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문화관광형시장으로 특화를 시켜야 하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배송 시스템을 눈여겨봤죠” 

문경 중앙시장 등 전국시장을 다니며 온-오프라인의 배송 과정을 살폈다. 전통시장의 경우 뿌리째 흙이 묻은 대파 등 상품사진과 다른 포장 배송이 클레임으로 돌아오는 실정이었다. 반품은 곧 회수비용의 손실을 준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니, 배송으로 나갈 물건을 라이브로 직접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고, 전통시장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에누리 라이브 코너도 꾸몄다. 때마침 코로나로 시장을 나오기 꺼려하는 소비자층을 잡았고, 고객은 물건을 실물로 확인하며 에누리까지 받으니 직접 시장에서 장을 보는 기분이라 즐겁게 호응했다.

2021년 9월 기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공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신도꼼지락시장의 상권등급은 총 5등급 중 3등급(50.2점)이다. 구매력(14점)과 성장성(13.3점)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영업력(3점)은 낮은 수치다.

이는 상권 내 음식, 소매, 서비스업의 전반적인 업종경기와 인구수, 교통시설, 집객시설 등을 종합해 산출한 등급이다. 성별/연령별 일평균 ‘유동인구’를 살펴보면, 남성(269명, 61.1%)이 여성(172명, 38.9%)보다 높고. 50~60대 이상 연령분포가 54.6%를 차지한다.

신도꼼지락상인회. 사진=신도꼼지락협동조합
신도꼼지락상인회. 사진=신도꼼지락협동조합

신도꼼지락시장은 코로나로 인한 대면 판매의 위축과 낮은 영업력을 꼼지락배송을 통한 온라인 진출로 활로를 뚫었다. 꼼지락배송은 시장 전체 70여 개 점포 중 22개가 가입해 있다. 2020년 12월, 12개에서 2021년 6월 기준 22개로 빠르게 늘었다. 2021년 1월~8월까지 월평균 판매상품 수가 약 200개로 누적 주문량은 1,929건에 이른다. 본격적인 도입 9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1억 2000만 원을 넘어섰고, 누적 다운로드 수는 1,300명을 돌파했다. 특히 집콕 생활패턴에 익숙한 1인 젊은 가구에 밀키트 제품이 입소문을 탔다.

한편 꼼지락배송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된 상품은 특수제작한 포장박스에 ‘얼린 생수병’을 넣어 근거리 배송차량에 실린다. 고등어조림 밀키트(2~3인용)의 경우 총내용량이 1,100g으로 1만2,300원이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쓰며 무와 대파, 양파, 청양고추, 소스 모두를 국산으로 쓴다.

환경을 고려해 아이스팩 대신에 유통기한이 지난 500mL 생수병을 협찬받아 활용하는데 한 달에 1,200여 개가 소진된다. 포장박스는 경기도 성남에 있는 업체와 전통시장 상생협약 MOU를 체결해 마켓컬리 등에 납품하는 고품질 골판지를 대·중·소 규격으로 맞춰 주문해 쓴다. 

밀키트 제품은 저온 냉장고를 거쳐 이송과정에서 1톤 냉장 탑차에 실어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배송한다. 당일 오전 11시까지 받은 주문은 오후 1시에 배달이 이뤄지고, 2차 주문 배달은 오후 5시다. 이렇게 하루 두 차례, 대전 전 지역에 꼼지락배송이 가가호호 문을 두드린다. 노령 인구층이 두터운 동구 원도심에 비해 젊은 고객층이 많은 유성구에서 상대적으로 주문이 밀려든다. 
 

사진=꼼지락협동조합
사진=꼼지락협동조합

 

꼼지락협동조합, 전통시장의 新성장 발판

꼼지락협동조합은 2019년 12월 27일, 법인사업자 등록을 받았다. 처음에는 6명에서 출발했다. 출자금으로 200만 원씩을 냈다. 지금은 15명이 가입해 있다. 밀키트 제품 판매를 위한 청과·정육·생선·채소 등 1차 신선식품 가게 위주다. 2020년 8월, 전통시장 전국 최초로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 즉석에서 가격까지 조정할 수 있는 ‘꼼지락배송’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특히 에누리 라이브는 전통시장 특유의 정과 덤이 있는 정서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기술로 고객의 이목을 끌었다. 전통시장의 약점으로 꼽혔던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제로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으며, 지역화폐까지 결제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다른 시장에서 전화가 많이 와요. 우리도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 인허가 문제 등 협동조합이 아니면 사업 진행이 어려워요. 식품 가공업이라든가 통신 판매업이라든가 이런 걸 다 개인이 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런데 우리 시장은 협동조합원들이 자기 물건을 자기가 가지고 와서 파는 거랑 똑같으니까.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반응이 좋죠”

상인회 활동도 활발하다. 2019년 11월에는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열어 대전 동구의 대표 복지브랜드 ‘천사의 손길’과 가양동의 나눔 냉장고에 ‘천사김치’와 ‘행복김치’ 총 1,500㎏을 기탁했다. 주말 꼼지락 세일장터, 체험학습, 방문 이벤트 등을 이어가며 시장 안에 고객쉼터도 갖췄다. 친근한 동물가족 캐릭터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시장 입구의 점포 안내도는 시장 안에 있는 점포의 정보를 쉽게 그려 나타냈고, 고객지원센터와 고객전용 주차장도 갖췄다. 

신도꼼지락시장은 자체 운영 중인 배송 애플리케이션 외에 공무원복지몰과 온통대전몰 두 곳의 온라인 플랫폼에 진출해 있다. 이중 공무원복지몰의 매출 점유비가 60%로 가장 크다. 내년 봄에 오픈 예정인 대전 인근 캠핑장에서 꼼지락시장의 밀키트 제품을 대량으로 계약을 해서 판매를 하고 싶다며 상담이 오갔고, 올해 7월에는 대전 홈플러스에서 밀키트 제품 시연 행사를 열어 지역민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신선식품, 반찬 등 다양한 품목을 보유한 전통시장의 강점에 플랫폼과 물류 체계를 더한 소상공인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래 유형이다. 디지털 플랫폼, 물류, 상품 구성(큐레이션)이 구독경제의 3대 요소다.

소비자와 상인이 실시간 영상통화로 물건값을 흥정하고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자체 개발 플랫폼도 갖췄다.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대전 전역에 상품 배송이 가능한 경쟁력을 배가했다. 앞으로 선결제 시스템을 추가 도입해 반찬, 밀키트 등 정기구독 서비스를 강화해 전국적으로 판로를 넓혀 안정된 매출향상을 꾀하고 있다. 

신도꼼지락시장 냉장컨테이너. 사진=꼼지락협동조합
신도꼼지락시장 냉장컨테이너. 사진=꼼지락협동조합

 

중장기 목표 셋 "사회적기업, 새벽 배송, 200평 규모 물류창고"

“저희는 새벽 배송까지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지역 중소기업청에서도 관심이 많아서, 구독경제 등 사업을 확장하고 안정적인 모델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격려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잘하는 시장도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 사업단장님이 굉장히 열성이에요. 상인회하고 손발 맞춰 성과를 내고 있죠.”

대전 신도꼼지락시장은 코로나 극복을 위한 특성화시장 온라인 진출의 대표적 우수 사례다. 백호진 대표는 꼼지락배송 애플리케이션을 전국에 널리 알려 보급하고 싶다.

“일부 대형 플랫폼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우리는 전통시장 플랫폼이기 때문에 설치만 해주면 돈이 들어갈 일이 없어요. 상인들 스스로가 잘 꾸려가면 되는 거죠”

꼼지락협동조합은 앞으로 시장 내 전 상인을 협동조합원으로 끌어내려 한다. 민간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평 규모의 물류창고를 갖추고 꼼지락배송과 밀키트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장해 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을 세웠다. 꼼지락은 ‘작은 것을 크게 펼쳐 이루다’라는 뜻이다. 점포 하나, 한 명 한 명의 상인 모두가 꿈을 함께 품었다.

글·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리=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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