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는 누구에게 사과했나
상태바
가맹본부는 누구에게 사과했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7.19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 회장 및 임원진들이 기자들 앞에서 사죄한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이 가맹본부의 갑질을 뿌리 뽑겠다며 “3~5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이 발표된 이후 사실상 백기 투항한 모습이다.

"40여년 된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상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 업의 기본으로 돌아가 갑질과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습니다. 제발 시간을 주십시오"

박 회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공정위가 발표한 근절대책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이를 수용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자정방안을 만들어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가맹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프랜차이즈산업인은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악의 축으로 매도돼 전체 산업이 무너지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며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어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에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했는데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급진적인 조사를 중단하고 자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삼성전자가 1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산업은 매출 100조, 12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잘못은 인정하지만 최소 3개월에서 5개월 가량 올해 연말까지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프랜차이즈 산업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만남의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미비한 시스템을 정비해 구체적인 입법과 실행 계획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업자를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파트너 관계로 재정비하고 유독 취약한 '오너리스크' 문제와 관련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자정 노력을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협회 특성상 회원사들에게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를 취할 수는 없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전체 회원사가 이를 지킬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물론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에게 어떠한 방안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를 시작으로 모든 프랜차이즈 산업인들이 문제점을 깨닫고 상생과 신뢰를 얻어 환골탈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의 이런 자성의 목소리에도 가맹본부에 대한 여론은 그리 환기되지 않고 있다.

이미 공정위에서 계속해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갑질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그동안 가맹점주 및 국민들의 사회적 질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 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번주부터 맥도날드·롯데리아(롯데지알에스)·BHC·굽네치킨·뚜레쥬르(CJ푸드빌)·엔제리너스커피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피자, 치킨 등 주요 50개 외식업종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일제히 점검에 들어간다. 조사 결과는 9월께 발표될 예정이며 조사 대상을 계속 확대해 매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한 창업연구소 소장은 “현재 프랜차이즈협회의 사과의 모습은 가맹점주들이나 소비자들한테 하는 사과이기 보다는 잠시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식의 사과로 보인다”며 “그동안 자신들이 행한 악행들을 알고 있었다며 갑질 논란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하거나 입장을 발표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제 나온 공정위 발표가 나온 직후 사과를 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나 가맹점주들에게 한 사과가 아니라 공정위에 한 사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