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부와 가상화폐 두고 '엇박자'... "과세만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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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정부와 가상화폐 두고 '엇박자'... "과세만 서둘러"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10.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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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의원,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안 발의
투자자보호·산업육성 위한 관련근거 마련
유력 대선주자들도 과세 시기상조 한 목소리
정부, 정치권 반대에도 가상화폐 과세할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DB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DB

가상화폐 시장을 장려하고 거래질서와 투자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관련 법안들이 정기국회를 통과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정치권과 정부가 가상화폐 과세 시기를 놓고 혼선을 빚는 등 향후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원장을 맡고있는 윤창현 의원은 지난 28일 '가상자산산업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인가·불공정 행위의 금지 등 이용자 보호와 감독에 대한 방법과 절차, 가상자산 산업의 건전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가상자산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민·관, 산·학·연이 참여하는 가상자산정책조정위원회를 운영해 가상자산산업발전기금을 설치하도록 했다. 가상자산산업발전기금은 가상자산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가상자산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원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별도 기금이다. 국가재정법에도 기금 설치의 근거를 포함했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처 간 의견 조정 및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상자산정책조정위원회를 두되, 국무총리가 관장하도록 해 과기정통부 소관으로 추진될 블록체인 기술 발전 관련 부분까지도 함께 아우를 수 있도록 했다.

윤창현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법안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행위도 가상자산산업 정의에 포함했다. 현재는 금지되어 있지만 향후 ICO(Initial Coin Offering),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등을 통한 자금모집행위를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가상자산 산업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의무도 부과했다. 주무부처를 명확히 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권한의 근거를 마련했다. 예산 배정 및 이용자 보호와 산업진흥에 드는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도 설치토록 했다.

윤창현 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효과적 규율을 위해서는 증권형 혹은 지급결제형 등 특성을 반영한 분류가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가상자산을 기능별, 산업별로 분류하여 분류된 가상자산이 관련 개별 산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산업법 전반을 개정하는 2차 입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제정안에는 윤창현 의원을 비롯해 강민국, 권은희, 김희곤, 성일종, 양금희, 윤재옥, 윤한홍, 조명희, 최형두, 추경호 의원 등 11인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가상화폐 과세 두고 정부-정치권 '엇박자'

정치권이 가상화폐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쏟아내는 동안 정부와 국세청은 충분한 준비 없이 과세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여야 정치권에서는 내년부터 가상화폐 수익에 대해 과세하려는 정부의 계획을 유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근 국세청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과세관련 컨설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25일부터 이틀간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마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9곳 중 28곳을 불러 과세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참여 업체는 코인마켓 운영 거래소 24곳과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4곳이다.

이번 컨설팅은 소득세법에 따른 가상자산명세서를 작성하는 방법, 당국에 제출하는 절차 등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국세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관련 절차를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개인의 전자지갑에 보관하던 가상화폐를 특정 거래소로 옮기는 상황처럼 얼마를 주고 해당 자산을 샀는지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자산 자체를 소득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외에도 국세청은 취득가액을 증명할 수 없는 자산에 대해서는 취득가를 0원으로 산정해 제출하라는 방침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소득 5,000만원 초과분부터 세금을 내도록 규정한 금융투자소득세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이미 윤창현·유경준·조명희(이상 국민의힘) 의원,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상화폐 과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외에도 유력 대선후보들도 가상화폐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데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현재 상태에서 과세는 반대한다"면서 "다만 거래소에 대해 인가라든지 블록체인 거래, 가상화폐 거래로 사기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를 잘 하고 추이를 봐서 결정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과세하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 역시 4월 SNS상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불법으로 몰고 가면서 이에 과세하겠다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가"라며 과세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준표 후보는 "갖은 가렴주구로 국민들은 중세에 시름하고 있는 지금 신기술마저 불법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앞서 5월 유력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매우 강하면서 사기, 범죄,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어 제도권 내로 포섭해야 한다"면서도 "(암호화폐 과세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유예입장을 보였다. 

한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과세 시기 유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과세 이행을 위한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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