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스, 소액주주 갈등 심화... 임시주총 요구에 "법원 허가 받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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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스, 소액주주 갈등 심화... 임시주총 요구에 "법원 허가 받아와라"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11.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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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연대 사외이사 선임 등 요구
주주들 '투명 경영' 앞세워 1인 시위
회사 측 주총 소집 거부하자 법원에 소 제기
회사 "주주들 법원서 허가 받으면 주총 열 것"
최근 주가 하락 원인 두고 시각차 뚜렷
회사 측 "주주 시위 탓"... 주주들 "경영진 책임"
사진=라파스 소액주주연합
사진=라파스 소액주주연대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사 라파스와 소액주주들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주주들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요구를 회사 측이 거부하면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정도현 라파스 대표 보유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23.87%.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면서 경영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 소액주주연대 보유 주식은 27%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연대는 우리 법이 부여한 소수주주권에 터잡아, 임시주총 호가 신청을 법원에 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라파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말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동 신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 여부는 이달 4일 결정될 예정이다. 주주연대가 밝힌 신청 이유는 '투명경영을 위한 사내이사, 사외이사 각 1인 추가 선임'이다. 앞서 주주연대는 라파스 측에 같은 내용의 안건 처리를 목적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상법 제366조(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 1항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 이유를 적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위 청구를 받은 회사는 지체없이 소집 절차를 이행해야하며, 이를 지체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주주들은 법원의 허가(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를 받아 총회를 열 수 있다(같은 법 366조 2항).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은 더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상장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0분의 15 이상을 보유한 자는 위 366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같은 법 제542조의6).

회사는 주주들의 소집 요구가 절차에 반해 이뤄진 경우 또는 그 권리행사가 권한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다만 거부 사유가 존재함은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라파스 관계자는 "임시주총 소집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이 법원의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법 제366조 2항을 언급하며 "법원의 허가 판결이 나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소수주주권을 보장한 상법 366조에 반한다.

기업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울 강남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 A는 "임시주총 소집 요구가 있으면 기업은 원칙적으로 그에 응해야 한다"며 "소수주주권 행사가 권리남용으로 인정되는 경우와 같이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기업은 주주들의 임시주총 소집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변호사는 "주주들이 법원의 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총을 열지 않았다는 식의 답변은 상법 관련 조항에 무지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라파스 경영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주주들 주장에 따르면 라파스는 올해 8월19일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회사는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전체 발행 물량의 절반을 배정할 수 있는 콜옵션을 추가했다. 주주들은 콜옵션을 부여받은 특정인이 정도현 대표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주연대는 정 대표가 콜옵션 부여를 계기로 경영권을 장악, 사익 추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라파스 측은 "사채권자에 의한 주주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콜옵션이 필요했다"며 "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라파스 사옥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투명 경영을 위한 사외이사 선임 ▲주주간담회 개최 ▲주가하락 원인 소명 ▲전고점에서 일부 임직원이 우리사주를 매도한 이유 해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들은 주가하락의 원인을 '주주들의 시위 탓'으로 돌린 회사 측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조만간 주주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간담회에서 회사 주식을 보유한 임직원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라파스 측은 "주주들과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주주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코스닥에 상장된 라파스는 경피약물전달(TDDS)기술인 '용해성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5년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해 3월에는 식약처 승인을 받아 전북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상장 당시 라파스 공모가는 주당 2만원이었다. 2020년 3월 주가는 최저인 7500원을 기록한 뒤 올해 8월31일 8만500원으로 최고가에 도달했다. 최고가 도달 이후 지난달 7일 3만8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소폭 상승중이다. 라파스 주가는 이달 3일 기준 종가 5만22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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