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측 "대장동 고위험"... 보증 선 HF는 "미분양 돼도 356억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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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측 "대장동 고위험"... 보증 선 HF는 "미분양 돼도 356억 수익"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10.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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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장동 사업 보증신청 심사안' 분석
화천대유, 18년 1380억 규모 대출보증 신청
주택금융공사, '100%분양 무난' 4개항목 최우수
김만배 경영실권 인정, 화천대유 재무분석 생략
하나 컨소 등, 대장동 사업 '리스크' 인식과 상이
공사 "김씨가 연대보증 입보... SPC라 실질 재무현황 없었다"
(왼쪽)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최준우 사장. 사진=시장경제DB, 국회TV화면 캡처
(왼쪽)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최준우 사장. 사진=시장경제DB, 국회TV화면 캡처

화천대유가 신청한 경기 성남시 대장지구 A2블록 1380억원 대출보증과 관련,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0%의 미분양이 나도 370억원의 수익이 나는 곳', '3개월 내 100% 분양 달성 무난', '개발가능성 최우수 입지' 등의 매우 후한 평가를 내리며 심사 승인 결정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의 이같은 심사 결과는 동 사업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평가하면서 리스크를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 주장과 상반된다. 특히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거나 참여를 추진한 금융기관 컨소시엄들의 리스크 판단과도 상이해 위 보증심사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경제>는 최근 ‘(주)화천대유자산관리 프로젝트금융보증 심사안’ 문건을 입수했다. 동 문건은 한국금융공사가 화천대유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대장지구 A2블록(8개동 445세대)’ 개발 대출보증(1380억원) 신청 건을 심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대장동을 '사업하기 매우 쉬운 사업지'로 평가했다. 공사가 '사업하기 쉽다'는 취지로 분석한 부분은 11개 항목에 달한다.

첫 번째 ‘주거환경’ 부문에서 ▲성남시청까지 7km ▲옹달산‧태봉산으로 둘러싸임(숲세권) ▲동의천‧낙생저수지까지 2km 등을 이유로 최고 등급인 ‘최우수’를 매겼다.

두 번째 ‘편의시설’ 항목 역시 ▲미금‧정자‧판교역 생활권 ▲반경 5km에 분당구청, 분당경찰서, 분당서울대병원 위치 등을 이유로 ‘최우수’를 평가를 내렸다.

세 번째 ‘개발가능성’ 부분에서는 ▲대장동터널(2020년 6월 개통)이 있어 판교 생활권 편입 등을 이유로 ‘최우수’를 부여했다.

이 밖에 ‘교통여건’은 ▲서판교IC 1.6km ▲판교IC 3.6km 등을 조건으로 ‘우수’, 교육여건은 각 초중고교가 가까워 ‘우수’, 단지여건은 ‘우수’ 등급을 줬다. 

한국금융공사의 ‘(주)화천대유자산관리 프로젝트금융보증 심사안’. 사진=시장경제DB
한국금융공사의 ‘(주)화천대유자산관리 프로젝트금융보증 심사안’. 사진=시장경제DB

 

금융 컨소, '비참가적 우선주 배분' 리스크 대비... 공사 판단과 대조적 

'대장동 사업성'과 관련해서는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공사는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2018년 1월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점 ▲성남과 분당구의 세대수가 증가 중인 점 ▲2015년부터 미분양주택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대장동 사업성을 '3개월 내 분양률 100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사는 '분양률 80% 시 미분양분(20%)을 10% 할인분양 하여도 356억원(11.3%)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사업성은 무난'이라고 부연했다. 공사는 이같은 판단을 기초로 화천대유가 낸 보증신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같은 대장동 시각에 대한 금융권 시각은 크게 달랐다. 

대장동 사업 실무를 총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금융기관 컨소시업들은 공통적으로 동 사업의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높게 봤다. 대장동 사업 참여자로 선정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물론이고 다른 두 곳의 컨소시엄도 대장동 사업 리스크를 고려,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제안했다. 이런 사실은 당시 3곳 컨소시엄이 성남도개공 측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금융기관 컨소시엄 3곳이 제안한 SPC 지분구조와 참여 기관 별 수익배분 기준을 보면, 금융기관들은 '비참가적 우선주'를 나눠 갖는 쪽으로 수익구조를 설계했다. '비참가적 우선주'는 투자금액이 아무리 커도 사전에 설정된 확정배당율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수익성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투자금액에 비례에 수익을 나누는 '참가적 우선주'와 다르다. 반면 이 모델은 확정배당율 상당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수익성은 낮으나 안정성은 높은 방식이다.

금융기관들은 대상 사업의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비참가적 우선주'를 선호한다. 대장동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금융기관 컨소시엄이 공통적으로 '비참가적 우선주 배분' 방식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대장동 사업에 대한 당시 금융권의 인식을 방증한다.
 

대우건설 기업분석 '정밀 검증'... 화천대유 재무분석 '생략'

‘(주)화천대유자산관리 프로젝트금융보증 심사안’을 보면 한국금융공사는 대장동 사업을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인식했다. 주목할 것은 화천대유에 대한 공사의 기업분석이다. 공사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경우 그 관계사까지 꼼꼼하게 검증했으나 보증신청 기업인 화천대유에 대해서는 ‘재무상태’ 분석을 생략했다.

문건을 보면 '본건(대장동 A2블럭)을 포함한 대장지구 5개 사업(A1‧A2‧A11‧A12‧B1) 외에 진행한 사업이 없고, 재무상태에 특이사항이 없어 재무분석을 생략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선 김만배 씨에 대한 공사 측의 판단도 되짚을 필요가 있다. 김씨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천대유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공사는 김씨를 ‘경영실권자’로 판단했다. 문건을 보면 ‘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해 경영실권자 요건 충족’이라고 기재돼 있다.

한국금융공사의 ‘(주)화천대유자산관리 프로젝트금융보증 심사안’. 사진=시장경제DB
한국금융공사의 ‘(주)화천대유자산관리 프로젝트금융보증 심사안’. 사진=시장경제DB

화천대유 대출보증 심사 문건과 관련돼 공사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재무분석 생략은 본 건(대장지구 A2블럭) 시행만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라 분석 가능한 재무현황이 실질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를 '경영실권자'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화천대유 대표이사 명함은 이OO이 행사했지만 SPC 지분은 김씨가 100% 갖고 있었다. (화천대유에서) 경영실권자 자격으로 (김씨를) 연대보증 입보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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