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톺아보기] 제주도는 불신(不信)한 '제주맥주'... 적자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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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톺아보기] 제주도는 불신(不信)한 '제주맥주'... 적자 극복할까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1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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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기 대표, 점유율 1위·코스닥 상장 등 성과
설립 초기, 제주개발공사와 합작사 추진중 불발
공사 "MBH 협약서 불공정·독소 조항.. 신뢰 못해"
'제주 위트 에일' 히트... 코로나 수혜 불구 '적자'
올해 이익 소폭 개선... 메이저 맥주 공세에 고전 예상
문혁기 대표. 사진=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 사진= 제주맥주

2017년 매출 433억원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시장이 코로나를 타고 지난해 1,180억원까지 커졌다. 3년새 3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이 중심엔 '제주맥주'가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28.4%로 1위를 차지하고, 코스닥 상장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도와 협업 실패... 재무 제표 등 자료 부실 논란

제주맥주는 2015년 제주도 지역 맥주로 출발했다. 문혁기 대표는 올해 42세로 국내 기업 CEO중에서 젊은편에 속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화장실 살균 소독 전문 업체 미국 스위셔 인터내셔널의 한국 사업권을 확보하고 2006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후 2010년 비빔밥 사업을 위해 미국 시카고로 건너갔다가 그 곳에서 수제맥주를 맛보고, 국내에서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손잡고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주맥주는 제주도 지역 맥주인만큼 제주도와 협업을 했을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초기 설립 과정에서 제주도가 발을 뺐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2013년 미국 수제맥주 제조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손을 잡고 여기에 관심을 가진 제주개발공사와 함께 합작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이에 MBH홀딩스를 세우고 브루클린이 51%의 지분을 갖고, 당시 문혁기 사업가가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주크래프트맥주(JBC, 가칭) 법인 설립 관련 사업성과 출자의 타당성 재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JBC의 지분구조였다. JBC에 제주개발공사가 43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 투자를 예정했지만 21억2,000만원을 출자한 브루클린사가 대주주로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무제표 등의 자료 부실도 문제 삼았다. 도의회는 도내 유통망 분석이 부실하고, 매출 및 손익 분석도 신빙성이 결여돼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이 1.1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김명만 도의원은 재무 상황의 위·변조 의혹까지 제기했다. 또한 제주개발공사는 합작 계약의 주체가 브루클린이 아닌 MBH라는 페이퍼컴퍼니와 했다는 점도 지적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문 대표는 제주개발공사와 협업이 난항을 겪자 빠르게 다른 투자자를 모아 '제주브루어리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제주개발공사는 2015년 3월 제주크래프트 맥주 사업 중단을 발표하며 "협약서에 불공정·독소 조항이 가득했다"고 사업 중단 이유를 밝혔다.

 

제품 출시 후 '승승장구'했지만... 여전한 적자

제주맥주는 2015년 제주브루어리 주식회사에서 제주맥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 수제맥주 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 일반맥주 제조면허 취득후 그 해 8월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을 출시했다. 

제주맥주는 2018년 연남동에서 3주간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이름을 각인시켰다. 당시 하루 평균 2,000명 이상, 총 5만5,000명이 방문했다. 이는 국내 주류업게 최다 방문이다. 이후 2019년 반포 한강공원에서 '서울 제주도 한강' 캠핑 이벤트와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와 협업 제품을 출시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올렸다.

연남동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 제주맥주
연남동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 제주맥주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올해 5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한 것이다. 제주맥주가 테슬라 요건을 갖춰 상장에 성공한 요인으로는 밀맥주의 대중화와 시장의 성장 잠재력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은 전체 맥주에서 3% 가량으로 미국의 20%에 비해 한참 낮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매출의 상승과 달리 이익률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21억원, 영업손실 33억3,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8.6%나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57.1%로 대폭 늘었다. 

문 대표는 올해 목표를 흑자로 잡았지만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주맥주는 코로나 시기 '홈술' 트렌드가 번지며 가장 많은 수혜를 입었다. 유흥주점 이용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집에서 다양한 맥주를 맛봤고, 이로 인해 이전 맥주와 차별화된 제주맥주 등과 같은 수제맥주에 많이 몰렸다.

업계는 제주맥주가 코로나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일반 맥주 기업들이 곧 맞이할 위드코로나 시대에 지금까지 위축됐던 마케팅과 유흥 매출 회복을 위해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제주맥주의 흑자 전환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제주맥주 측은 올해 5월 진행된 기업공개(IPO) 관련 일회성 비용(지급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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