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LPG價 치솟는데 정부는 "인상 말라" 압박... SK가스·E1 '끙끙'
상태바
국제 LPG價 치솟는데 정부는 "인상 말라" 압박... SK가스·E1 '끙끙'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10.06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 LPG값 인상 영향에 7~9월 180원씩 인상
글로벌 공급가 3개월째 인상, 환율 인상도 부담
아람코, 이달 프로판·부탄 t당 5·10달러씩 올려
3개월 공급가 인상분의 절반만 국내 販價 반영
정부, 두 기업에 국내 판매가 인상 자제 요구
정부 눈치에 속앓이... 수익성 악화 영업익 반토막
전기세 올린 정부 "서민연료 LPG 가격인상 안 돼"
경기 고양시 소재 SK행복충전 서오릉가스충전소. 사진=SK가스
경기 고양시 소재 SK행복충전 서오릉가스충전소. 사진=SK가스

SK가스와 E1 등 국내 LPG(액화석유가스)업계가 다음달 국내 LPG 공급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제 LPG 가격이 넉 달 연속 인상된 만큼 공급 가격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정부를 의식해 쉽사리 인상 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LPG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E1은 지난 7~9월 석 달 동안 국내 LPG 공급 가격을 ㎏당 약 180원 인상했다. 7월 50원, 8월 80원, 9월에 50원씩 각각 국내 LPG 공급 가격을 올렸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감안하면 인상 폭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 LPG 공급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서 통보한 국제 LPG 가격(CP)을 기준으로 환율과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결정된다. 중동 지역으로부터 우리나라까지 운송 기간을 고려해, 당월 국내 공급가는 '전월 국제 LPG 가격'을 가준으로 결정된다. 휘발유와 경유가는 일 단위로 변동되지만 LPG는 매달 한 차례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아람코는 지난 7월 기준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각각 t당 90달러, 95달러 올렸다. 이를 ㎏당 원화로 환산하면 100원 정도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과 해상운임 등 유통비용을 감안하면 LPG업계는 총 ㎏당 150원가량의 인상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SK가스와 E1은 인상 요인의 절반 수준인 ㎏당 80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서민경제에 미칠 부담을 고려해 양대 수입사가 국내 LPG 가격 인상폭을 조절한 것이다.

최근 1년 새 국제 LPG 값은 80% 급등했으나 국내 가격에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서 SK가스와 E1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SK가스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312억원에서 1조4062억원으로 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446억원으로, 전년 동기(557억원) 대비 20% 감소했다. SK가스는 "LPG 가격이 상승해 국내 LPG 업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1 역시 LPG 업황 부진으로 1분기에 전년 동기(707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국제 LPG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아람코는 이달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전월 대비 t당 5달러, 10달러씩 올렸다. 원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공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업계는 이미 국내 가격을 석 달 연속 인상해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LPG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올 4분기 전기요금을 8년 만에 인상한 상황에서 서민연료인 LPG 가격까지 오르면 서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LPG는 난방 등 서민경제와 직결돼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PG 수입업체들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 LPG 가격은 폭등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LPG 가격 상승분을 국내 LPG 시장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부담을 LPG 수입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여서 매출 확대와 별개로 수익성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LPG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환율은 지난 23일 장 중 한때 1183.8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5일(1183.3원) 이후 12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LPG 수입가격이 오르게 돼 국내 LPG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