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하이차 악몽' 떠올리는 인디EV의 쌍용차 인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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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하이차 악몽' 떠올리는 인디EV의 쌍용차 인수 시도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10.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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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나선 美전기차 '인디EV', 노림수는?
中 스네일 그룹 계열사... '제2의 상하이차' 우려
투자 뒷전 상하이차, 1조원 대 기술 탈취 의혹
'먹튀 방지' 제도적 장치 마련, 실사 과정 투명 공개 절실
노·사·민·정 특별협의체 간담회.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노·사·민·정 특별협의체 간담회.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인수전이 예상외로 흥행했다. 당초 인수전의 뚜껑을 열기 전에는 쌍용차의 청산가치(9820억원)가 계속기업가치(6200억원) 보다 높게 매겨진 데다 마땅히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실패'를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쌍용차가 최근 자구안과 미래 비전을 잇달아 제시하면서 최종적으로 국내외 기업 3곳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쌍용차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 에디슨모터스-쎄미시스코 컨소시엄, 미국 인디EV 등이다. 예상보다 많은 기업이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1조원 대에 달하는 인수자금 동원 능력과 사업능력을 둘러싼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인수 후보자들은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와 이엘비앤티는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여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인디EV의 경우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중국 자본이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인디EV는 2017년 8월 설립된 미국의 전기차 벤처기업이다. 2023년 차세대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중형 사륜구동 크로스오버(코드명 ATLAS) 차량 양산 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적 실적은 없다. 인디EV는 중국의 유명 게임업체 스네일 게임즈(Snail game)의 모기업 스네일 그룹의 해외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업계 안팎에선 중국 스네일 그룹이 인디EV를 앞세워 쌍용차를 우회적으로 지배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디EV가 최종 관문을 통과한다면 기술 탈취 논란, 대량 해고 사태 등이 불거진 '상하이차 악몽'이 재현될 지 모른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쌍용차는 과거 중국 기업에 이미 큰 상처를 받았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는 워크아웃에서 간신히 벗어난 쌍용차를 인수했다. 연구개발, 시설투자, 고용보장 등을 서면으로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은 없었다. 투자는 뒷전이고 기술 탈취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1조원 이상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을 훔쳐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상하이차 인수 후 정리해고 인원은 2600명을 넘어섰다. '상하이차 데자뷰'를 막기 위해선 단계별 투자계획에 대한 정밀한 검증은 물론 계획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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