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집값 더 올랐다"... 韓銀, 당국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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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에 집값 더 올랐다"... 韓銀, 당국에 직격탄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9.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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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돈 풀자 금융 불균형 심화
투자자 위험선호 성향만 강화
"금융완화 축소 대응 필요"
시민단체들이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시민단체들이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주택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금융당국 탓에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규제 효과는 코로나 발생을 전후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2019년 가계대출 증가세는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부터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의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주택 가격도 2017년 규제 강화 이후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오히려 더욱 확대됐다. 특히 규제지역에서 대출 규제 강화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한국은행이 실증 분석한 결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017년 초까지만 해도 각각 70%, 66% 수준을 보이다가 2019년 말 55%, 48%로 떨어졌다. 또한 2019년 2월부터 7월까지 전국 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역시 2016년 10%대에서 2018년 2%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LTV·DTI 비율이 각각 45%, 46%로 규제가 한층 강화됐음에도, 주택 가격은 1.36%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은 2019년 말 3%대에서 올해 1분기 6%대까지 증가폭이 커졌다.

한국은행 측은 대출 규제 효과가 약화된 이유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금융지원을 위한 거시건전성정책이 함께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TV·DTI 규제 방향과 달리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가 불가피하게 지속됐고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져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유동성이 낳은 부작용은 수요자들의 심리를 뒤흔들었다. 실제로 정부가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주식의 무위험자산 대비 초과수익률이 축소되는 등 투자자의 위험선호 성향이 강화됐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주택공급 부족 우려와 수익 추구 성향이 커지면서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로 일부 차주가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비은행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비은행 대출은 2019년 3분기 2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조7,000억원으로 코로나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은 차주 기준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40%, 비은행은 60%가 적용된다.

한국은행은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으로 차입 레버리지가 확대되고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택시장을 주도해왔던 30~40대의 경우 금융 여력이 있는 계층은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직 무주택자로 남아있는 이들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주택을 구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 무주택자는 대출을 최대로 받아도 중위 가격 주택은 물론 현재 전세로 거주 중인 주택을 구매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과도한 위험과 수익 추구 성향을 바로잡기 위해 금융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규제 시행 과정에서 풍선효과가 커지지 않도록 규제 차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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