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밥협동조합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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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협동조합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7.1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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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이호영 대표. 사진=십시일밥.

[기획재정부·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시장경제신문 공동기획] “대학생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를”

비영리 단체 ‘십시일밥’의 이호영 대표는 우연히 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식권 한 장으로 밥을 나눠 먹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주위에도 시선을 돌려봤다.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대학생이 꽤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 값비싼 등록금과 가파르게 오르는 월세를 감당해 내기 어려워 밥 먹는 일도 포기했다는 대학생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따뜻한 밥한 끼만을 도와주고 싶어 직접 봉사활동 플랫폼을 만들었다.

십시일밥의 봉사활동 시스템은 이렇다. 봉사자들은 자신의 공강 시간에 맞춰 식당에서 일한다. 이들은 식당에서 식권 판매와 배식, 홀 정리 및 식기를 씻으면서 식당 직원분들의 일을 돕는다. 이러한 전반적인 봉사활동은 각 학교의 운영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수습국원을 포함한 10명의 사무국은 수혜 학생의 개인정보 관리 및 행정적인 일을 처리한다.

봉사자들이 대가로 받은 임금은 십시일밥에게 전달된다. 그러면 십시일밥은 그 임금을 식권으로 바꾸어 교내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약계층의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또한 식당으로부터 받은 임금을 다시 식권으로 바꾸기 때문에 식당에도 이익이 된다.

사진=십시일밥.

이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식권을 배분하는 일이었다. 식권을 아무리 모아도 수혜 학생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식권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기존에 정부나 대학교에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식비만을 제공하는 선행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시일밥은 새롭게 식권을 배분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초기 멤버들은 사비를 모아서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면서 식권을 받을 학생들을 모집했다. 증빙서류를 제출한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은 물론 조금 더 자율성을 발휘해 서류로 증빙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취약 계층의 학생들도 사연을 보내면 식권을 보내주도록 했다.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대학교 내 봉사활동’이라는 십시일밥의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평소 방학 기간에 시간을 내어 연탄 배달이나 교육 봉사활동 등을 해온 이호영 대표는 학기 중에 봉사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봉사활동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그는 ‘자신의 생활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있는 공강 시간을 이용해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편 대학교 안에 봉사활동 문화를 퍼뜨린 십시일밥은 나눔의 활동 영역을 학교 밖으로도 넓혀가고 있다. 시간이 되는 대학생 봉사자들은 격주에 한 번 씩 모여 홀몸노인분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직접배달까지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나눔 활동을 이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봉사자들이 입는 위생복은 노인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나 영세업자들에게 주문한 젶무이다. 착한 소비를 하며 사회의 다른 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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