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현대제철의 꼼수? 배려?... '자회사 직고용' 두고 勞勞대립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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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현대제철의 꼼수? 배려?... '자회사 직고용' 두고 勞勞대립 심화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9.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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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ITC 출범 일주일... 둘로 나뉜 근로자
32개 협력사 중 17곳 직원, 자회사 소속 전환
민노총 현대제철 지회, 제철소 센터 무력 점거
자회사 전환 직원들, 연봉 인상·학자금 등 개선
"현장 숙련자, 본사 관리자로 고용하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
지난 7월 23일 오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앞 모습. 사진=블라인드
지난 7월 23일 오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앞 모습. 사진=블라인드

현대제철이 100% 자본을 출자해 설립한 현대ITC(당진)·현대ISC(인천)·현대IMC(포항) 등 자회사 3곳이 출범 1주일을 맞았다. 자회사 전환에 찬성, 소속을 옮긴 전 현대제철 협력사 직원들은 정상 근무 중이다. 반면 이들 자회사로의 소속 전환을 거부한 협력업체 직원들은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무단 점거한 채 부분파업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당진제철소 32개 협력사 중 17곳 직원, 2700여명은 현대ITC 채용절차를 마무리하고 정상 출근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협력사 직원들의 '자회사 직고용'을 위해 업계 최초로 별도 법인을 신설했다. 새로 출범한 현대ITC는 상법상 현대제철의 자회사이며 공정거래법상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사내 협력사는 2~3년 단위 도급계약에 따라 일감 규모가 달라진다. 그만큼 고용이 불안정하다. 반면 현대ITC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정년 근무를 보장한다. 자회사로 소속을 전환한 전 협력사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현대제철 정규직 대비 60%에서 80%까지 인상됐고, 현대차그룹과 동일한 차량 할인과 의료비, 학자금 지원 등 복지 혜택을 받는다. 특히 협력사 고숙련자와 경력자가 안전관리자로 전환 근무하는 등 인사 체계도 개편됐다.

철강업 관련 채용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회사 직고용에 대한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현대ITC 출범을 두고 의견이 나뉘는 분위기이다. 

한 구직자는 "현대ITC는 현대제철 협력사만 지원할 수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자신을 현대ITC 직원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다행히 우려했던 전배(배치전환) 조치 없이 협력사에서 하던 공정을 그대로 인수했다"며 "파업으로 인해 12시간 씩 교대근무를 서고 있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동안 일했던 공정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스템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고 급하게 처리하는 느낌이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회사 직고용은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방식인 만큼 본사와 근로자 모두 적응을 위해 '무리하지 말고 안전하게 작업하자'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 추가 채용과 관련해서는 "본사 협력사 직원의 전환 채용이 목적이므로 공개 채용할 수 없었다"며 "추후 인력이 필요하거나 공석이 발생할 경우 직원을 모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현장서 잔뼈 굵은 숙련자, 본사 관리직 배치?
"본사 직고용 요구, 받아들이기 어려워"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는 협력사 직원들은 "현대제철은 불법 파견을 저질러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법적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당진제철소 협력업체 근로자 3138명은 2016년 현대제철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현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ITC가 출범하면서 일부 협력사 도급계약이 종료된 점을 문제로 꼽는 노조원들도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현대ITC 설립과 함께 협력업체 15곳과의 도급계약을 종료했다. 회사 관계자는 "17개 협력사 직원 상당수가 자회사 채용에 응시해 사실상 이들 업체와의 도급계약이 유지될 수 없게 됐다"며 "(자회사 채용에 지원하지 않은 남은 직원은) 기존 15개 협력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들이 본사 직고용 보장을 요구하면서 제철소 통제센터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현실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민주조총 금속노조와 자회사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들의 요구는, 그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협력사 직원은 숙련된 현장 근로자인데 본사의 관리자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본사 관리업무를 전혀 해 본적 없는 이들을 관리자로 채용하고, 현장에 숙련도가 부족한 외주 인력을 배치한다면 이들 외주 인력에게 위험을 떠 넘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분노했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24일과 31일, 당진제철소 내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참여 인원은 총 28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이들을 업무방해,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손괴,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데 이어 집시법 위반·감염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현대제철은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운영 차질비용을 하루 평균 15억원으로 추정,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회사는 우선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노조지회에 1일 1000만원을, 통제센터 점거자 10명에 대해서는 1인당 하루 100만원을 각각 간접강제 비용으로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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