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의 공습下' 디지털과 점점 멀어지는 고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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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의 공습下' 디지털과 점점 멀어지는 고령층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7.0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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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위치한 미래형 콘셉트의 위드미 편의점 매장 내부에는 셀프계산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지난 6일 찾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미래형 콘셉트의 위드미 편의점. 매장 내부에는 고객이 직접 계산하거나 조리할 수 있는 설비 등이 갖춰져 있었다. 셀프계산대부터 셀프토스트기, 라떼아트까지 여러 기계가 매장 한 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특히 카운터 앞에는 3~4명의 손님이 줄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셀프계산대 줄은 텅텅 비어있었다.

#"세상에 별개 다 있네~ 10년만 지나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겠어" 김덕우(71) 씨는 매일같이 보는 디지털기기가 낯설기만 하다.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꿨지만 사용하는 기능은 전과 동일하다. 전화·문자·카메라 등 기본적인 용무로만 사용한다. 가족들이랑 찾은 푸드코드점에서 무인계산대를 보며 '디지털 현기증'까지 났다고 한다.

키오스크 시스템이 산업 전반을 점령함에 따라 장년·노인층의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디지털 기술 숙련도가 벌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에게 무인택배, 무인약국, 무인병원, 무인공항 등은 편의시설이 아니라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고령층은 학습속도가 느리다는 생물학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실생활에서 첨단기기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점도 한 몫한다. 배우더라도 일주일이 지나면 초기화되기 일쑤다. 자동화기기를 사용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4차 산업혁명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지속 발전함에 따라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일대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한 외식업체 10곳을 방문해 노인층의 키오스크 시스템 활용도를 알아봤다. 일행까지 포함해 노인층으로 보이는 손님 32명에게 “무인계산대로 주문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봤다. 압도적인 대다수가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직접 주문하는 게 편하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심없다” 등으로 답변했다. 심지어 눈앞에 무인계산대가 보였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민들이 서울역에 설치된 무인요금충전소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버거킹 서울역점에서 만난 정영복(70) 씨는 “나이를 먹으니까 기계를 다루는 게 익숙지 않다”며 "실생활에 필요한 상식은 주위에 물어보면서 그때그때 배우고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을지로입구역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만난 백범정(65) 씨도 “남들이 보기에는 불편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고 밝혔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만 55세 이상의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의 54% 수준에 불과했다. 70대 이상의 경우 28.7% 수준으로 심각한 정보격차를 나타냈다. 만 55세 이상 장·노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59.3%로 일반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 88.3%에 비해 무려 29% 낮았다. 스마트폰은 57.2%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스마트폰 보유율 85%보다 27.8% 낮은 수준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김봉섭 디지털격차해소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노인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이다”라면서 “현재는 교재와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가 전부이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 AI 기술 등이 상용화되면 체험형 교육 콘텐츠로를 만들어 적극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인 시스템 열풍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사진=픽사베이.

키오스크 공습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또 있다. 기계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발생한 일자리 감소 현상이 그것.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에는 기술 대체 효과로 인해 2025년 우리나라에서 1800만명, 약 70%의 노동자가 일자리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영국 옥스포드 대학 연구팀, 미국 볼 스테이트대 연구소도 신기술 도입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 결과와 대학생들의 인식은 맞닿아 있다. 한국해양대에 재학 중인 박창연(33) 씨는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점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라며 “이는 기계가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아주대학 수학과에 다니는 박종선(23) 씨도 “기계와 사람이 각각 업무 분담을 한다고는 하지만 전체로 봤을 때는 인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50대 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도 비슷한 경향이 포착된다. “4차 산업혁명이 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질문에 76.5%가 동의했다. 그렇지 않다(23.5%)에 비해 3배를 높은 수준이다. 18개 직업군을 제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어느 일자리가 축소될까’라고 질문했을 때는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63.7%), 은행원(41.2%), 사무직(29%), 판매 사원(25.4%), 택배 기사(22.9%), 농부(20.7%), 택시 기사(17.1%) 등 순으로 답(복수 응답)이 나왔다.

이밖에 약국에 키오스크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약사가 복약에 관한 사항을 지도하는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환자들이 대신해 복약지도문을 받긴 하지만 약사의 직접적인 설명을 듣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복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시스템 문제로 결제금액 오류, 처리 지연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인점포가 활성화 되면 매장의 청결이나 안전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코인 노래방 등은 청소년들의 흡연 장소, 아지트로 악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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