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가 국세청 조사국 출신...중견그룹 너도나도 영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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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가 국세청 조사국 출신...중견그룹 너도나도 영입 붐
  • 박종국 기자
  • 승인 2017.07.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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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조사국 출신 간부 인원 품귀현상까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모습

중견그룹사들 사이에서 국세청 간부출신의 영입이 유행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오리온은 국세청 지방청장 출신의 김 모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 대한 각종 투서와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진 국세청 간부를 영입했다는 소리가 식품업계에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또 관련업계는 오리온그룹이 3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제도 도입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중견그룹들이 저마다 2~3세 경영에 시동을 걸면서 전직 국세청 간부들이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하림그룹이다. 1년 앞선 2015년 하림그룹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광주지방국세청장 출신 B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하림은 2015년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출신 B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B 전 청장은 사외이사로서 감사위원, 내부거래위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 등을 맡고 있다.

B 전 청장은 서울청 조사4국3과장 등을 거쳐 법인·개인 관련 정기조사와 유통 분야 등을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2국장을 역임했고, 쳐 광주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공교롭게 B 전 청장이 사외이사로 영입된 2015년은 국세청이 하림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하던 시기다. 하림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조사4국은 B 전 청장이 근무했던 부서로, 일각에서는 하림이 국세청의 줄을 대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

자산규모 10조원의 하림그룹을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25) 씨에게 물려주면서 100억원의 증여세만 낸 것으로 알려져 B 씨가 막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 되기도 했다.

세간의 의혹에 대해 하림은 “물약품제조사인 한국썸벧(현 올품)을 증여한 2012년에는 그룹의 자산이 3조5000억원에 불과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과세표준이 30억원 이상인 경우 증여세율이 50%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장남 준영 씨가 증여세를 100억원 밖에 내지 않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썸벧을 준영 씨가 승계받을 때의 상황은 어땠을까. 당시 한국썸벧의 자산 1219억원, 부채 468억원의 계열사였다. 하림홀딩스 지분 2.62%(공정가액 18억3613만원), 제일홀딩스 지분 8.23%(466억7483만원) 등을 가졌을 뿐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국썸벧은 증여가 이뤄진 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림그룹은 제일홀딩스 자본감소와 주식분할 등의 방법을 동원해가며 김 회장과 준영씨 등 오너일가의 지분을 늘렸다. 이를 통해 준영씨는 하림그룹의 지배구조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에 대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국세청과 감독당국에서도 조사를 했고 평소 법을 어기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윤리경영을 했다“며” 일감 몰아주기 대해서도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내 최대의 세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아들에게 증여해도 50억원을 내야하는데, 4조원대의 기업승계에 100억원 밖에 내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중견재벌들이 2-3세 경영승계를 위해 비상장 회사 가운데 회사가치가 작은 회사를 정해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림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국세청 간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경영승계 과정과 맞물리면서 국세청 간부 출신에 대한 몸값도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A 의원실에 따르면 식품그룹 C사는 최근 국세청 조사국 출신의 간부를 영입하기 위해 국회 등을 찾아다니며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세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요즘 국세청 출신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며 “특히 조사국 출신들의 영입이 그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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