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심서 한국 외친 '재일교포 3세' 최윤 OK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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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심서 한국 외친 '재일교포 3세' 최윤 OK금융 회장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8.2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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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포기 하지 않는 '오리지널 코리안'
도교올림픽 중 한국 선수단 챙기며 동분서주
57년 차별 속 '경계인의 삶', 특별했던 올림픽
"조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 다시 찾아오길"
지난 7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행사에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박완용 럭비 세븐스 국가대표팀 선수(주장), 서천오 럭비 세븐스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OK금융그룹 제공
지난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행사에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박완용 럭비 세븐스 국가대표팀 선수(주장), 서천오 럭비 세븐스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OK금융그룹 제공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조국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부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참가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 기쁘고 영광스러웠어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선수단 지원에 최선을 다했지만 코로나로 제약이 많아 원래 하던 일의 5분의 1도 못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지난 9일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말이다. 최윤 회장은 선수단 부단장에 공신 선임돼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현지 운영을 담당했다. 

부단장은 선수단장을 보좌하는 동시에, 선수단 관리에 대한 모든 사항을 지원하는 자리다. 선수단을 대표해 선수단장과 함께 ▲올림픽 개·폐회식 등 공식행사 참가 ▲주요 인사 방문시 접견·환담 ▲선수단 회의 참가 ▲선수·코치진 선수단 격려 등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이번 도쿄올림픽은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3세 금융인 최윤 회장에게 누구보다 특별했다. 그는 스스로를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산 '경계인(境界人)'이라고 불러왔다. 재일교포 3세로서 일본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일본에서 신라관 불고기 전문 음식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60개 지점까지 늘릴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진출한 뒤에는 OK금융그룹을 키워낸 입지전적인 금융인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최윤 회장은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 총 자산만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OK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성장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재일교포 3세 출신은 최윤 회장에게 한국에서 '일본계 자금'이라는 꼬리표를 달라 붙게 했다. 자이니치(在日)로 불리며 일본에서는 이방인, 한국에서는 외국인으로 취급받는 경계인의 애환을 느껴왔다.

그럼에도 최윤 회장은 약 60년 인생에서 단 한번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오리지널 코리안(OK)'이다. 지난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그는 항상 조국인 한국에 대한 애정과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졌다. 1920년경 일본으로 건너간 조부(祖父)세대부터 이어진 현지 사회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항상 그리운 조국에 '무엇인가 헌신하고 싶다'라는 일념으로 살아왔던 최윤 회장이었다. 이번 부단장으로서 소임도 그에게는 큰 소명처럼 느껴졌다. 

최윤 회장은 지난 7월 19일 선수단 본진 출국 전 임직원에게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도쿄올림픽 선수단 부단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받았다"며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부단장을 맡은 후에 마음 속에 만감이 교차하며 여러 생각이 났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선수단 지원 임무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도쿄 현지에서 최윤 회장의 활약은 상당했다. 금빛 과녁을 노리던 양궁 경기장과 0.1초의 박진감으로 칼을 주고 받는 펜싱 경기장에서, 한판승의 짜릿함에 함성이 울리는 유도 경기장과 최후의 트라이(Try)를 위해 육탄전을 벌이는 럭비 경기장에서도 늘 태극기를 든 최윤 회장의 응원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경계인으로 차별 받던 그가 양국에서 당당하게 우뚝 선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국한 최윤 회장은 많은 아쉬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재일한국인 응원단을 준비하는 등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은 무대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들이 코로나 사태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수단 부단장 활동이 인생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말한 최윤 회장, 그의 스토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앞으로도 조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금융사업가로서, 그리고 스포츠리더로서 최윤 회장의 경계인 극복 스토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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