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脫담배' 파격 선언 필립모리스,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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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脫담배' 파격 선언 필립모리스, 속내는?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8.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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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도 연초담배 비중 줄인다고 밝혀
호흡기 질환 치료제 개발 제약사 인수 나서
금연·건강 단체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 지적
사진=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사진=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필립모리스가 연초담배 판매를 10년 내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담배회사가 담배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업을 접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는 대안인 궐련형 전자담배나 일반 전자담배의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야체크 올차크 필립모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흡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려는 필립모리스 계획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필립모리스의 이같은 발표는 아이코스 등 대안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대안 니코틴' 부문은 연간 8억 파운드에 달해 영국 내 필립모리스 수익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탈(脫) 담배 발언은 타 경쟁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연초형 담배 판매 비중을 줄인다는 뜻을 밝혔다. 공중보건 증진이라는 '더 좋은 내일'을 위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회사의 미래 방향성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필립모리스는 여기에 한 발 더 나갔다. 호흡기 질환 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벡투라를 인수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10억2000만 파운드(약 1조6202억 원)의 인수가를 제안했다.

야체크 올차크 필립모리스 최고경영자. 사진= 필립모리스
야체크 올차크 필립모리스 최고경영자. 사진= 필립모리스

벡투라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흡입용 약품과 장치들을 만들며, 노바티스와 GSK 등이 고객에 포함돼 있다.

벡투라는 이미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이 인수가 9억5800만 파운드를 제시한 상태였다. 필립모리스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다만 벡투라는 6일 칼라일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필립모리스의 입찰에 대한 추천을 철회했다고 밝혀 인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는 연초담배 생산 중단 선언 이후 제약회사 인수에 나서는 필립모리스의 행보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필립모리스가 지금까지 주장해오던 '담배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필립모리스 등 글로벌 담배회사들의 선언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발암 확률이 높은 연초담배보다 덜 위험한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주요 건강단체와 금연단체는 전자담배 역시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데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식약처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어 이들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이 연초담배 판매인 담배회사에서 이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과감하다"며 "다만 아직 연초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진정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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