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는 왜 틀어막나"... 대출중단 속출에 난리난 전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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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는 왜 틀어막나"... 대출중단 속출에 난리난 전세시장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8.2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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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이어 우리·제일은행도 일부 대출 중단
금융위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진 않을 것"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사진=한국은행 제공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사진=한국은행 제공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금융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느닷없이 대출 절벽으로 몰린 실수요자들은 패닉 상태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기존 대출의 증액이나 대환대출도 불가능하다. 지역 농·축협도 집단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농협 뿐만이 아니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일부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의 3분기 한도 소진으로 9월 말까지 상품을 제한적으로 취급키로 했다. 기존에 승인된 이가 전세자금대출을 취소할 경우 해당 금액 만큼만 대기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코픽스 금리 연동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 문도 좁아졌다. 저축은행업계는 은행권에 이어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거절된 이들이 저축은행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Balloon effect)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연초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저축은행에는 21% 이내로 억제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제2금융권 가계대출 점검 주기를 주간 단위로 단축했다.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문제는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취임을 앞두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하반기 가계부채 증가율을 3~4%대로 누르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 은행 담당자를 불러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지시했다. 

어렵게 가을철 이사를 계획하고 있던 주택 실수요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애꿎은 실수요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일부 가계대출 중단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취급 목표치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초과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농협은행 자체 점검 결과 증가세가 높은 주택구입용 대출 등의 한시적 취급중단 조치 없이는 연중 목표치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이번에 중단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중단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 일부 상품의 공급을 조절한 것"이라고 했다. 7~8월 중 전세대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탓에 관리를 위해 9월까지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는 얘기다. SC제일은행에 대해선 "이용 고객이 거의 없는 금리산정 방식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다른 금리산정방식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은 지속적으로 판매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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