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톺아보기] 두산 품 떠난뒤 덩치 커졌지만... 평판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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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톺아보기] 두산 품 떠난뒤 덩치 커졌지만... 평판은 '추락'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8.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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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매출 성장했지만 적자 전환
국내 진출 33년만에 매장수 맥도날드 앞서
인종차별, 가격논란, 물티슈 사건 등 구설 자초
흔들리는 문영수 리더십... 책임회피·안일한 대응 도마위

버거킹은 1984년 국내에 첫 상륙했다. 그동안 운영주체가 다섯 차례나 바뀌며 성장통을 겪었지만, 가맹점 매출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대표 버거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버거킹은 2013년에 미스터피자 대표 출신인 문영주 회장을 영입한 이후, 직영에서 ‘직영+가맹점’ 체제로 바꾸는 승부수를 띄워 급성장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도 매출이 13.6%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54.9% 감소해 지난해부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올해 3월 맥도날드 매장수를 처음 앞지르며 영업권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문영주 비케이알(버거킹코리아) 대표이사. 사진=버거킹코리아
문영주 비케이알(버거킹코리아) 대표이사. 사진=버거킹코리아

 

두산 그룹 품 떠나고 급속 성장

버거킹은 1984년 종로에 1호점을 열었다. 초기 협진양행 자회사 한암이 운영해오다 1996년 일경물산이 한암을 인수하면서 사명도 '일경식품'으로 변경했다. 이후 1998년 2월 두산그룹이 인수했다가 2004년 SRS코리아로 이관됐다. 2012년 VIG파트너스가 인수하고 현재의 BKR법인명으로 운영하면서 두산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버거킹은 두산그룹의 품을 떠난 이후부터 본격 성장세를 그렸다.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매장수는 100여개나 늘어났고, 2012년 1,400억원의 매출은 2,500억원까지 뛰었다. 영업이익도 1,425억원에서 1,619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VIG파트너스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원을 받고 버거킹을 매각했다. 당시 국내 프랜차이즈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독보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버거킹은 최근 국내 상륙 이후 33년만에 경쟁업체 맥도날드 매장 수를 추월했다. 올해 3월말 기준 버거킹 매장은 411개로 같은 시기 404개인 맥도날드를 제쳤다.

글로벌 햄버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버거킹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맥도날드보다 적은 매장수를 가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달랐다.  

지난해 말 현재 버거킹의 전세계 매장 수는 1만8,800개로 맥도날드의 전세계 매장 수(3만8,000여개)의 절반 가량이다. 일본에서는 맥도날드 매장이 약 3,000여개인 반면 버거킹 매장은 약 120개 일 정도로, 대부분의 진출국에서 버거킹 매장 수가 맥도날드를 추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 진출했을 당시부터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하고 시작한 스페인과 터키를 제외하고 역전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버거킹 400호점 오픈 행사 이미지. 사진= 버거킹
버거킹 400호점 오픈 행사 이미지. 사진= 버거킹

 

코로나 시기 외형 키웠지만 적자 전환

코로나 시기 버거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KFC는 지난해매출 1,974억4,600만원으로 전년대비 5.9% 줄었다. 영업이익은 7억4,000만원으로 2019년 대비 80.3%나 급감했다. 당기순손실도 28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9억8400만원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도 지난해 매출 6831억300만원으로 전년대비 18.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94억8900만원으로 집계됐다. 롯데GRS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5년 이후 5년만이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매출이 0.8%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83억5,700만원으로 30.8%나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96억3,300만원으로 191.4%로 급증했다.

버거킹은 지난해 매출 5713억6,800만원으로 전년대비 13.6%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1억7900만원으로 전년대비 54.9%나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43억520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논란에 흔들리는 버거킹, 문영주 리더십 도마

버거킹은 글로벌 브랜드인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논란에도 타격을 받는다. 

올해 4월 버거킹은 뉴질랜드에서 젓가락으로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버거킹은 해당 광고를 삭제했지만, 여론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또한 같은 달 버거킹 칠레법인은 햄버거가 수에즈 운하를 틀어막고 있는 모습의 합성사진을 게재했다. 이미지 상단에는 '와퍼 더블, 어쩌면 우리가 너무 크게 만들었나봐'라는 글귀를 새겨 넣었고, 해당 게시물은 현재 약 1천800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를 놓고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에버기븐호'를 빗대었다며 네티즌 비판이 거세지면서 SNS를 통해 불매운동이 번지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3월 버거킹 영국법인은 세계 여성의 날에 트위터를 통해 "여자들은 부엌이 어울려"(Women belong in the kitchen)라는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논란을 빚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5개 업체(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KFC·맘스터치)의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맘스터치를 제외한 4개 업체의 모든 제품이 배달 주문과 매장 구매 시 가격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메뉴임에도 햄버거 세트는 1000~1200원, 햄버거 단품은 700~900원, 사이드 메뉴는 600~700원 더 비쌌다. 버거 브랜드 중 가격 차이가 가장 큰 곳은 버거킹이었다.

올해 5월 배달 제품 가격 논란이 일자 버거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앱 및 현재 협력하고 있는 모든 배달 앱에서 주문가격과 딜리버리 가격이 상이하다는 점을 공시하고 있다"며 "웹과 어플리케이션에서 최소주문금액 및 배달팁 관련 사항을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금일 중 반영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엔 '물티슈' 논란이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 버거킹 햄버거 2개를 배달시켜 먹던 중 양배추 사이에 이물질을 발견했다. A씨는 해당 이물질을 물티슈로 추정하고 매장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매장 측은 물티슈를 쓰지 않는다며 이를 본사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씨는 본사에 사과를 요청했고, 버거킹 본사는 영업정지 우려가 있다며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해당 내용을 식품의약처안전처에 고발했고, 제주시가 해당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이물질은 물티슈가 아닌 일반 티슈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버거킹 측은 "해당 고객이 이물질 발견 시 프로세스 관련 문의를 했고, 기업 측 잘못으로 밝혀질 경우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일반적인 과정을 알린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무마하기 위해 합의금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번 물티슈 사건은 버거킹의 책임회피와 안일한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 2013년부터 버거킹 수장을 맡고 있는 문영주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품질과 위생을 특히 강조해왔다.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버거킹의 이미지와 평판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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