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식품 뮤지엄④] 탄산 보리, 콜라를 위협하다... '82년생 맥콜'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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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식품 뮤지엄④] 탄산 보리, 콜라를 위협하다... '82년생 맥콜' 탄생 비화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08.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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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로 만든 토종탄산음료 '맥콜'에 투영된 시대상
1982년 출시된 맥콜... 올해로 39년 장수브랜드
80년대 보리소비 촉진 위한 탄산음료로 개발
공격적 마케팅으로 전체 음료 시장 점유율 15.7%
2000년대 이후 소비자 트렌드 전략 마케팅 시행
사진= 일화.
사진= 일화.

글로벌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도 한국인의 입맛 DNA를 저격한 탄산음료가 있다. 바로 국내 최초 보리 탄산음료 ‘맥콜’이다. 1971년 설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식음료 건강기업 일화가 만든 ‘맥콜’이 39살을 맞았다.

80년대 전성기를 거치며 장수 브랜드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온 맥콜은 기성세대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들에겐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로 각인되며 토종 탄산음료의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다.

맥콜은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국내 최초 보리 탄산음료다. 맥콜은 단순히 탄산에 보리 향을 첨가한 음료로 생각하기 쉽지만, 브랜드 탄생 뒷배경에는 국민들의 주식(主食) 변화에 따른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80년대 초는 경제 발전으로 보리밥 대신 쌀밥이 식탁에 자리잡는 시기였다. 당시 일화는 충북 청원군 북일면 초정리 지역에서 광천수를 이용해 청량음료 사업을 하던 때다. 일화는 보리 수요 감소로 농가 수익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이용한 청량음료를 연구·개발에 나섰다. 오랜 연구 끝에 1982년 7월 21일 맥콜이 세상에 나왔다.

유기농 겉보리 수매 모습. 사진= 일화
유기농 겉보리 수매 모습. 사진= 일화

 

국내 최초 '보리 탄산음료'... 80년대 국민 음료 등극

처음 음료 시장에 등장한 맥콜은 냉대를 받았다. 사이다와 콜라가 탄산음료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만큼, 보리 탄산이 대중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비타민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워 목욕탕에서 '개운하게' 마시는 '건강드링크'로 홍보하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실제로 맥콜은 탄산음료임에도 불구하고 타 청량음료 대비 비타민 B, C 함유량이 높은편이다. 비타민C는 250mL 기준 75mg, 비타민B1은 같은 용량 기준으로 0.8mg, 비타민 B2는 0.9mg이 함유됐지만 탄산음료에 주로 사용되는 인산이나 캐러멜색소, 합성 착향료는 첨가하지 않았다.

이후 맥콜은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기존 200mL 용기를 340㎖, 640㎖로 다양화했다. 그 결과 1985년 8월 한달 실적으로 700만병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맥콜의 전체 음료 시장 점유율은 15.7%에 달했다. 국내 탄산 업계에 양대 산맥이었던 콜라와 사이다 점유율을 위협한 셈이다.

일화는 당시 최고의 가수인 조용필을 모델로 기용해 TV-CF를 제작했다. 1분짜리 광고영상은 88올림픽 경기장 안에 조용필 팬클럽 회원 6,000명을 가득 채워 실제 콘서트장과 같은 영상을 담아냈다.

조용필 모델 포스터 이미지. 사진= 일화
조용필 모델 포스터 이미지. 사진= 일화

조용필을 광고모델로 기용하자 다양한 연령층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젊음의 갈증은 맥콜로 풀자'는 광고 슬로건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조용필 광고 효과에 1985년 53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900억원을 폭증했다. 다음해인 1988년 매출액은 1,400억원으로 더욱 뛰었다.

 

대형기업들 유사제품 출시... 트렌드는 보리에서 '우유탄산'으로

맥콜의 인기가 치솟자 기존 대형업체와 외국기업들도 보리탄산음료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1988년 코카콜라는 '보리보리' 탄산음료를 내놨다. 롯데칠성도 '비비콜', 해태음료도 '보리텐'을 선보이면서 유사제품이 줄줄이 등장했다.

뒤늦게 보리탄산음료에 뛰어든 회사들과 유통 선점, 가격 조정 등 과당 경쟁이 이뤄졌고, 보리 음료의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들도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탄산음료 트렌드 변화도 맥콜의 하락세에 일조했다. 특히 1989년 공개된 밀키스 광고에서 주윤발의 "사랑해요 밀키스"가 큰 인기를 얻자, 트렌드가 보리 탄산에서 우유 탄산으로 넘어갔다. 전체 음료 시장에서 보리음료 비중도 쪼그라들었다. 1990년 전체 음료시장에서 9.6%였던 보리음료 점유율은 1992년 3.1%로 급감했다.

유행이 시들해지자 경쟁사들은 보리탄산음료를 없애기에 급급했다. 롯데칠성은 1996년 비비콜 판매를 중단했고, 보리텐과 보리보리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맥콜은 1998년 매출 20억원 수준으로 급감하고, 6월에는 퇴출기업으로 판정을 받은 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000명이던 인력을 450명까지 줄이고, 68개였던 제품은 40개만 남겼다. 이후 일화는 2000년 경상이익 흑자(20억원)을 달성한 뒤 히트상품 맥콜을 재기시키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맥콜 롱-런 전략... 카테고리 확장·레트로 MZ세대 공략

2000년대 들어 맥콜은 웰빙트렌드에 맞춰 건강음료 이미지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당시 보리는 동맥경화,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트랜스 지방 흡수를 억제한다는 효능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화는 젊은세대를 공략할 전략이 필요했다. 맥콜이 기성세대들에게 익숙한 브랜드이지만,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세대들에게는 생소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는 젊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20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2013년에는 아이돌 광희를 기용해 톡톡 튀는 일명 '맥콜댄스'를 선보이고, 2015년에는 'MC맥콜'로 변신한 박형식과 NS윤지를 기용해 힙합 버전으로 광고를 전개하기도 했다.

맥콜 슬리퍼 굿즈. 사진= 일화
맥콜 슬리퍼 굿즈. 사진= 일화

최근엔 뉴트로 트렌드를 활용했다. 레트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MZ세대들을 위해 복고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맥콜의 과거 패키지를 부활시켜 특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최근 공개된 '맥콜 레트로 에디숀'은 맥콜의 1980~90년대 패키지를 그대로 구현한 것으로, 요즘은 보기 힘든 짙은 갈색 유리병으로 제작돼 빈티지 감성을 자아낸다. 특히, 80년대 감수성이 느껴지는 맥콜의 옛 로고와 서체를 그대로 적용해 소비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며, 9,0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량 판매됐다.

맥콜 광고 모델 김동현. 사진= 일화
맥콜 광고 모델 김동현. 사진= 일화

올 여름에는 스포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김동현을 모델로 기용하고 신규 광고를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맥콜의 유쾌한 이미지를 전달했다.

이 외에도 맥콜은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이용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맥콜 보리건빵과 보리과자는 과자 전문 유통 및 개발 기업인 에이스엠엔티와 협업했다. 국내산 보리 2%가 함유돼있어 구수하고 담백한 보리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패키지는 기존 맥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계될 수 있도록 ‘보리 장인’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했으며 파란색 배경, 노란색 텍스트 컬러를 그대로 사용해 익숙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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