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의 마지막 당부... "금융지주, 가계 부채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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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의 마지막 당부... "금융지주, 가계 부채 관리해야"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8.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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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사실상 지주 회장들과 마지막 회동
"가계부채가 리스크로 작용하면 안돼"
코로나 대출 재연장, 다각적 검토키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퇴임을 앞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가계부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당부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당초 간담회는 이달 말 예정됐었다. 하지만 지난 5일 청와대가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새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일정이 당겨지게 됐다. 은성수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의 마지막 만남인 셈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민간부채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증가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만큼 지금부터는 리스크 측면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에는 4% 수준으로 증가율을 더욱 축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증가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촘촘한 감독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앞으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와 금융회사 미래에 잠재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달라"고 지주 회장들에게 거듭 주문했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 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점검하고 당국의 증가율 목표 내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답했다. 

간담회에선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먼저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금융권에서 204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현재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조치가 갖는 긍정적 효과와 관련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누적될 부정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9월 말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 프로그램 재연장에 대해선 코로나의 지속 상태와 금융권의 자금 여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이자상환 유예의 경우 재연장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져도 두 차례에 걸친 당국의 상환 유예 조치 탓에 리스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탓이다. 업계에선 세 번째 이자상환 유예가 현실화되면 누적된 리스크가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은성수 위원장 역시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기 이르고, 대화를 좀 더 진행하면서 금융권과 지혜를 모아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실물부문 부실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충당금 적립이나 차주 상시점검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은성수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현재 디지털 전환 가속화 같은 일자리 감소 요인과 핀테크발(發) 금융산업 저변 확대 등 일자리 증가 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질 좋은 금융 일자리 제공을 요청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역할에 공감을 표하면서 인공지능(AI) 개발자나 핀테크 전문인력 등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는 신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신성장‧혁신분야, 창업‧벤처분야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실물경제 일자리 창출하겠다고 했다.

한편,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난 은성수 위원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인사에 관한 건 언급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향후 거취를 묻는 말에도 "한동안은 푹 쉬고 싶다"고 했다. 2019년 9월 임명된 은성수 위원장은 최근 지쳤다며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위원장은 가상화폐 투자자들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아왔다. 은성수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은 지난달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넘기기도 했다. 

은성수 위원장이 가상화폐 투자자들로부터 분노를 산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하면서부터다. 지난 4월 22일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가상자산 관련 투자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은성수 위원장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해 투자자들의 화를 키웠다. 그는 또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어 인정할 수 없고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을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 이후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줄이어 문을 닫고 있다. 실명계좌를 갖춘 대형 거래소도 트래블 룰(Travel Rule)을 앞세운 위험 평가 강화 소식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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