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을 치료제로 속여 16억 꿀꺽... 한의사 일당, KB손보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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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을 치료제로 속여 16억 꿀꺽... 한의사 일당, KB손보에 '덜미'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8.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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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특별조사팀, 보험사기 의심 경찰에 제공
중랑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관계자 4명 檢 송치
"브로커 조직과 병원, 가짜 환자가 공모한 보험사기 적발"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보험사로부터 16억원 상당의 실손의료보험금을 불법 편취한 혐의를 받는 한의사와 이를 알선한 브로커가 경찰에 입건됐다. 수사 결과 한의원에서 공진단을 처방받고 보험사기에 가담한 가짜 환자만 8개 보험사, 653명에 이른다. 이들이 처방받은 공진단 등 가격만 무려 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은 해당 한의원의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정보를 제공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공진단과 같은 고가 보약을 처방한 뒤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한 다른 치료를 받은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허위 청구했다. 

한의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재 중 치료 목적이 아닌 몸의 보양을 위해 복용하는 보약은 실손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 모 한의원에서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11월까지 공진단 등 고가의 보약을 처방한 후, 추나요법이나 치료용 첩약을 처방한 것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꾸미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챙겼다.

범행은 주로 브로커 조직에서 "공진단을 무료로 처방받게 해주겠다", "몸보신에 좋은 한약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며 실손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을 모아 해당 한의원에 알선해주고 수익은 한의원과 브로커가 7대 3으로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다. 브로커 조직은 수십 명 규모로 대표와 본부장 등을 두고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들의 보험사기 행각은 2019년 전까지 보험금 청구가 별로 없던 한의원에서 보험금 청구가 갑자기 급증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KB손해보험 보험사기특별조사팀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서초구 한의원에 경기도 일대는 물론, 부산에 거주하는 환자가 방문해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네 명의 친자매 등 KB손해보험의 실손보험 가입자 136명이 해당 한의원에서만 3억4000만원 상당의 한방치료비를 청구한 것이 빌미가 됐다는 후문이다.

경찰은 1년 간의 수사를 통해 의료법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해당 한의원 원장과 직원 등 관계자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환자들을 해당 한의원에 알선해 준 브로커 조직의 대표 1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KB손해보험 보험사기특별조사팀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는 통상 허위청구와 과잉진료의 문제인데, 이 건은 브로커 조직과 병원 그리고 가짜 환자가 공모한 보험사기를 적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보험사기는 대다수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범죄행위로서 반드시 적발, 처벌되므로 시민들의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변화와 의료기관의 경각심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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