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진단⑩]한국투자證, ESG 파격행보... '평판·실적' 多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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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ESG 진단⑩]한국투자證, ESG 파격행보... '평판·실적' 多 잡았다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7.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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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400억원 사업 접고 1호 '탈(脫)석탄' 선언
5월 ESG위원회 가동... 리서치 시장도 출사표
최초 ESG회사채 3800억 주문 몰리며 '흥행몰이'
美풍력발전 지분인수... 수소연료전지 합작 참여
사모펀드 100%보상... 피해자들 "좋은 선례되길"
정일문 사장 "재무적 성장에 사회·환경 이슈도 책임 강화"

<편집자 주> 최근 금융권의 화두가 된 ESG는 기업의 세 가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
(Governance)의 약칭이다. 과거 기업의 역할을 이윤 추구로 한정하던 시대가 지났다. 이제 사회는 기업에 모범과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ESG경영은 평판관리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한다. 무디스가 국가별 ESG 경쟁력 순위를 집계하고, 국민연금도 ESG를 투자 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최근 동학개미 열풍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증권가에도 ESG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증권사별 ESG경영의 현황과 특징을 짚어보고자 한다.

정일문 사장은 1963년생(59세)으로 한국투자증권에 1988년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사장 자리까지 올라 증권가의 전설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주식발행시장(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와 퇴직연금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9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정일문 사장은 1963년생(59세)으로 한국투자증권에 1988년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사장 자리까지 올라 증권가의 전설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주식발행시장(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와 퇴직연금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9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지난해 증권가 최초 '탈(脫)석탄' 선언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투자증권이 올해도 ESG관련 채권과 상품으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ESG위원회를 출범시킨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ESG보고서 발행을 예고하며 리서치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친환경·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이 가시적인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어 향후 금융권의 ESG관련 투자와 컨설팅 부문 경쟁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의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안으로 ESG보고서를 공개하고 리서치 시장에 뛰어든다. 지난 5월 7일 ESG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출범한 직후 한국투자증권은 첫 ESG회사채 발행, 환매중단 사모펀드 100% 보상안 등 파격적 행보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산하 ESG위원회의 주요 라인업은 정일문 사장을 중심으로 사외이사 김태원 구글코리아 전무,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다. 위원회는 출범과 동시에 △친환경 기업투자 △ESG 관련 채권 인수·상품출시 △동반성장·상생가치 실현 △포용적 금융·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기업 상품 개발·투자 등을 예고했다.

정일문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은 재무적 성장을 이어오는 가운데에서도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이번 ESG위원회 출범을 통해 더욱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SG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지 한 달만인 6월 4일 한국투자증권은 첫 ESG 회사채를 1,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당초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4배에 가까운 3,800억원 주문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조달 자금은 영국과 일본의 태양광 발전 사업, 독일과 핀란드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국내 증권가에서 가장 발 빠르게 '탈석탄'을 선언했다.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에 동참하고 ESG경영을 선도하자는 취지에서 약 1,4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미련없이 접었다.  

풍력발전설비. 사진=픽사베이
풍력발전설비. 사진=픽사베이

한달 후인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4개의 지분 49.9%를 인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올해 4월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한편 혁신·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등 4,800억원 규모의 사회적 책임투자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ESG붐'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9년 7월 15일 에너지 전문기업들과 손잡고 신재생 기술투자 합작회사에 지분참여한 바 있다. 사명은 '한국신재생투자'로 주로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이 주력분야다. 에너지홀딩스그룹(50%), 제이에스이엔디(30.1%), 한국투자증권(19.9%)이 출자했다. 

 

ESG채권 실적 2조원... 펀드상품도 호평

한국투자증권은 석탄투자를 중단한 직후부터 ESG 관련 채권발행과 상품출시에 주력해오고 있다. 작년 발행한 ESG채권 7,350억원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LG화학, 현대제철, 현대차, 기아, 만도, LG전자, 애큐온캐피탈 등 대기업 ESG 채권발행에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인수실적만 2조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된다.

ESG관련 상품도 호평을 얻고 있다. 전 세계 50개 이상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글로벌 신재생에너지랩'을 작년 7월 출시했다. 이른바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묶음'라는 의미의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의 합성어다. 여러 자산을 하나로 묶어 전문가가 수익을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 계좌를 통칭한다. 운용과정이 대부분 비밀에 붙여지는 사모펀드와 달리 랩어카운트는 투자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 수는 183만명 수준이다. 같은 기간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132조4,828억8,8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14조원 가량 늘었다.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ESG관련 펀드를 리뉴얼해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일례로 '한국투자 크레딧포커스ESG 펀드'는 지난 6월 3일 기준 설정액 1조5,07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335억원 대비 두 배이상 몸집을 키운 셈이다.

이 펀드는 2008년 11월 출시 이후 11년간 운용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 2월 말 ESG채권 투자전략을 가미해 펀드를 리뉴얼했다. 자체 ESG 평가모델을 활용해 ESG 등급이 우수한 발행기업의 채권에 투자한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ESG 기준을 충족해 '지속가능한 펀드(Sustainable Fund)'로 분류되고 있다.

사진=2020 한국투자증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2020 한국투자증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2020 한국투자증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ESG투자 운용규모는 총 8,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환경(E) 2,046억원 △사회적 책임(S) 3,058억원 △지배구조(G) 3,245억원 등이다.  이 외에도 보고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공익금융지원에 2,412억원, 친환경업체에 2,046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환매중단 펀드 100%보상 파격행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 판매 책임 이슈가 불거진 부실 사모펀드에 대한 고객 투자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상규모는 라임·옵티머스·팝펀딩 등 10개 펀드 806계좌의 1,584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날 내부적으로 보상 기준을 강화하고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영업관행 개선안도 함께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 강화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 신설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과 감사의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 개편 등으로 향후 고객 중심의 영업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다. 

후속 조치로 '투자상품관리부'를 신설하고 '고객에 대한 바른생각, 바른행동 실천 서약식'도 진행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고객 신뢰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판단했다"면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상품 시장의 선진화를 당사가 선도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6월 22일 금융감독원 제제심의위원는 '팝펀딩' 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에 '기관주의'를 결정했다. 사전통보된 징계수위에 비해 한 단계 경감된 것으로 금융권에선 투자 원금 전액보상 발표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한국투자증권이 100% 보상안을 발표한 직후 신속히 관련 절차를 진행해줘서 순차적으로 투자금을 돌려받고 있다"면서 "(한투증권에 대한) 과거 서운한 감정은 다 잊었고 이번 조치가 (금융권에)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보낸 화환. 사진=사모펀드 공대위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보낸 화환. 사진=사모펀드 공대위

올해 ESG부문에서 두각을 보인 것은 물론 경영실적까지 고공행진을 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안팎으로 경사가 겹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작년 미래에셋증권에게 내준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금융권에선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정일문 사장은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대한민국 금융 자본시장 발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8일 한국금융지주 역시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사령탑으로 '사회공헌사업 담당'을 신설하고 백여현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사장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한국금융 김남구 회장은 ESG경영을 그룹 차원으로 확장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ESG경영 기반을 더 견고히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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