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꾼 KDBI... "대우건설 매각, 중흥 의지 볼 때 지금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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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꾼 KDBI... "대우건설 매각, 중흥 의지 볼 때 지금이 적기"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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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반포3주구 수주전' 때는 안판다더니 돌변
KDBI "중흥의 '건설전문그룹' 의지 높게 평가"
중흥 정창선 회장 '대기업 인수' 결실 눈 앞
푸르지오-S클래스 통합 없다... '따로 또 같이'
내부거래 비중 축소, 계열사 정리 등 과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시장경제DB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최근 중흥건설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안한다 공언 1년만에 말을 바꿨다"며 비난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KDBI는 중흥건설의 인수의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 관련기사 : 반포 입찰땐 "대우건설 안판다"더니... KDBI 이대현, '시장교란' 논란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중흥은 '시공능력평가 3위' 건설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중흥 측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브랜드 통합 여부와 관련, 기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 유지 방침을 밝혔다. 회사 측은 '푸르지오'와 'S-클래스'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I는 연내 중흥건설과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계는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를 정해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이 과거부터 대기업 인수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대기업 인수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대우건설 등 글로벌 역량을 갖춘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흥건설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신사업 없이 잉여현금을 축적했다. 계열사 보유 현금성 자산은 7000억원 수준이다. 그룹은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을 조달하고 금융권에서 인수금융을 통해 1조원 정도를 추가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차입하지만 내년까지 대부분 상환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계열 건설사들의 영업 현금 흐름이 견고해 1년 안에 충분히 상환 가능하다는 것. 
 

'건설전문그룹' 없는 대한민국

중흥, 글로벌 건설사 도약 기대

국내 굴지 건설사는 대부분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한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상위 건설사는 모두 그룹의 지배적 역할에서 벗어나 있다. 건설, 화학, 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DL(구 대림산업)을 제외하면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집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KDBI는 '건설전문그룹'을 선언한 중흥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중흥건설은 “양 사의 역량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전문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KDBI 관계자는 <시장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는 반도체, 자동차 중심의 대기업집단은 존재하지만,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은 사실상 없다”며 “두 건설사의 결합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건설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부채비율이 243%에 달하는 대우건설 인수가 중흥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다.

중흥은 자산총액 기준 재계 47위, 시공능력평가 15위의 중견 건설사로, 올해 자산 규모를 9조2070억원까지 늘려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주택 브랜드 'S-클래스'를 앞세워 서울 강동구, 수원 광교 등 전국에 걸쳐 주택을 공급했다. 다만 국내 주택·신도시 위주 사업, 랜드마크 부족 등은 보완해야 할 약점으로 지적된다. 서울 강남권 진출 실적이 아직 없어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우건설은 재계 42위이자 시공능력평가 6위의 대형 건설사다. 대우건설은 2002년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됐다. 회사는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고, 2006년부터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할 만큼 사세를 키웠다. 2006년 대주주였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우건설을 매각할 당시 기업가치는 6조6000억원에 달했다.

KDBI 관계자는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내재적 역량을 활용하는 '오가닉 그로쓰(유기적 성장)' 방식이 통하지만, 대기업으로 도약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이 경우 전략적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흥의 인수합병 전략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촌평했다.

지난해 5월 18일 이대현 KDBI 대표가 반포3주구 합동설명회 영상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반포3주구 영상 캡쳐
지난해 5월 18일 이대현 KDBI 대표가 서울 반포3주구 합동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반포3주구 영상 캡쳐

 

작년 '반포3주구 수주전' 때는 안판다더니... 왜 지금?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음에도 대우건설 매각 시기의 적절성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산업은행 100% 자회사인 KDBI는 2018년 한 차례 매각 실패를 겪은 뒤 대우건설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이대현 KDBI 대표는 지난해 5월 반포3주구 수주전에 등장해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DBI 관계자는 "올해 들어 건설업황이 상승하고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업계에 따르면 KDBI는 당초 연말부터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기업이 먼저 인수의사를 표시했다. 

대우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7% 늘어난 2294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3% 늘었다. 1주당 주가는 12일 현재 7400원 대로 52주 최저가인 2250원와 비교해 3배 이상 뛰었다. 

KDBI 관계자는 "원매자 중 대우건설보다 더 높은 순위의 기업은 없었다. 중국공정총공사(CSCEC),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이 제안서를 보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또다른 원매자를 기다리며 매각을 무기한 연기할 수 없다. 입찰기업의 인수의지, 자금계획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중흥S클래스(위)와 대우푸르지오 브랜드 로고. 사진=각 사
중흥S-클래스(위)와 대우푸르지오 브랜드(아래) 로고. 사진=각 사

 

중흥, 내부거래 해소 '과제'

"푸르지오 브랜드 그대로 쓴다"

중흥건설은 '계열사 정리'와 '브랜드 통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계열사 간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한다. 공정위가 발표한 2018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조사 대상 60개 기업집단, 1779개 기업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27.4%)이 두 번째로 높다.

중흥그룹은 △중흥건설 △중흥토건 △중흥주택 △중흥건설산업 △중흥산업개발 △중흥에스클래스 △중흥개발 △중봉건설 △제이원산업개발 △세흥산업개발 △다원개발 등 건설 관련 계열사만 22곳이다. 이런 독특한 그룹구조를 '벌떼 입찰'의 잔재로 보는 견해도 있다. 추첨제가 원칙인 공공택지 입찰에서 일부 건설사들은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 받은 후 본사에 전매하는 등 편법을 쓰곤 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여러 법인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을 뿐 입찰을 위해 계열사를 늘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각 법인은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며 실제로 운영 중인 기업"이라고 했다.

주택사업이 주력인 두 건설사가 합병하는 만큼 브랜드 통합 문제도 남아 있다. 푸르지오 브랜드를 고려해 대우건설에 시공을 맡긴 일부 조합은 브랜드 변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주택 브랜드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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